◆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133)
땜쟁이 노래
정양(1942~ )
구녁 난 냄비 때워유
솥단지 금간 디 때워유
내오가느 금간 디도
소문 안 나게 감쪽가치 때워드려유
풀무 화덕 어깨에 메고
이 마을 저 마을 드나든다고
괴얀스레 의심허지 마러유
들락날락 들락낙락험시나
밀고 땡기고 밀고 땡기는
풀무지레는 이골나씨유 벌거케
화덕 달구는 디도 이골나씨유
바람난 여편네 바람 구녁도
다시는 바람 안 나게
야무지게 때워드려유
엉겁겨레 빵꾸 난 숫처녀도
암시랑토앙케 때워드려유
엿장수한티 헐갑세 넘기지 마러유
냄비 구녁 바람 구녁
줄줄줄 새는 건 다 때워유
가마솥도 금슬도 금간 건 다 때워유
풀무지레이골나씨유
화덕 달구는 디도 이골나씨유
정양 시인
전북 김제 출생. 동국대 국문과, 원광대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68년 시 「천정을 보며」가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1977년 윤동주의 시에 관한 평론 「동심의 신화」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시집 『까마귀떼』『살아 있는 것들의 무게 길을 잃고 싶을 때가 많았다』 『나그네는 지금도』 『철들 무렵』 『헛디디며 헛짚으며』, 평론집 『동심의 신화』 『판소리 더늠의 시학』, 산문집 『백수광부의 꿈』『아슬아슬한 꽃자리』등이 있다. 모악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백석문학상, 구상문학상 수상.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이완근의 詩詩樂樂/시 읽는 즐거움의 133번째 시는 정양 시인의 “땜쟁이 노래”입니다.
요즘은 보기 어렵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시골 동네엔 마을마을을 돌아다니며 아이스께끼, 화장품 등을 팔거나 뻥튀기 기계를 돌리는 장사꾼들이 많았습니다. 그들이 동네에 진입하면 온 동네가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마을마을이 축제의 한마당이었습니다. 그들의 구수한 입담은 무료함(?)에 빠진 시골 사람들에게 공연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칼을 갈러 다니는 아저씨나 땜쟁이 할아버지의 인기는 최고였습니다. 그들의 입말은 상상을 초월하는, 그 어떤 개그맨의 공연보다 더 감칠맛나며 웃음을 주었습니다. 물론 이야기 중간중간에 ‘애들은 가라, 애들은 가라.’라고 말했지만 꼬맹이들은 그러면 그럴수록 더 귀를 쫑긋 세우기 일쑤였습니다.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남들을 따라 웃을 때가 많았지만 말입니다.
어쨌든 그들의 빼어난 말솜씨에 동네사람들은 포복절도하며 무딘 칼을 가져오거나, 금간 솥단지, 빵구 난 양은냄비를 맡기곤 하였습니다. 비록 그들의 인상이 자애스럽지는 않았지만, 물건을 믿고 맡기며 그들의 입에서 또 어떤 재미있는 말이 나오나 은근하게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은 “풀무질”이나 “화덕 달구는 디도 이골나”있었을 뿐만 아니라 “바람난 여편네 바람 구녁도” “야무지게 때워드”리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음은 물론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엉겹겨레 빵구 난 숫처녀도/ 암시랑토앙케 때워드”린다고 하니 명의가 따로 없습니다.
그나저나 “줄줄줄 새는 건 다 때”울 수 있는 땜쟁이가 “금간 건 다 때워” 줄 수 있다고 하니 매일매일의 술타령에 부부싸움 중인 이웃 부부의 사이도 때워달라고 하고 싶어집니다.
“소문 안 나게 감쪽가치 때워”주는 땜쟁이 할아버지가 그리운 시절입니다.
【이완근(시인, 본지 편집인대표 겸 편집국장)】
<뷰티라이프> 2024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