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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쓴 글은 아니고 다른 분이 2008년도인가 그 때 쓴글을 퍼온 겁니다.
이단적 연애소설 따위 좋아하지 않지만 이건 꽤 현실적이고 재미도 있어서 괜찮더라고요
이번 1학기 기말고사 기간 때 이거 보다가 살짝 피봤었죠 물론 큰 건 아니고 사알알짝..
실화랩니다
총 18화입니다
그리고 원제는 '처음 만났을때, 나는 연대생이었고 그녀는 여고생이었다' 이라고 연세대 대학 커뮤니티에 올라왔었던 소설인데 연대 커뮤니티 밖에서 이 소설을 올릴 때는 제목이 적절치 않다 생각하여 제목의 '연대생'을 '대학생'으로 제가 임의로 바꿨습니다. 그 외의 소설 본문은 원문과 동일합니다.
출처 : 연정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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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상, 2008년 9월 17일, 서울
내가 우리 동화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몰래 훔쳐봤었더라면, 시간을 되돌려 하숙집 앞에서 너의 라이터
와 담배를 빼았을 수 있었을까? 너는 그렇게 내 집앞에서 4시간 동안 기다리며 나를 원망하고 몰아세
울수 있었을까?
2006년 여름즈음에 우연히 만났던 나와 너의 이야기는, 단지 쓸쓸한 기억으로 잊혀지고 말 것인지.
#5. 비와 그녀
강의실 밖에는 비가 아주 조금씩,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오전만 해도 밝았던 교정이 우울하다 싶을 만
큼 구름에 둘러싸여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우산을 챙겨온터라,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그래도 내가 비내리는 날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우울한 날씨에 고등학교때 사귀던
그녀에게 이별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안좋은 예감은 빗나가는 적이 없다. 특히나 이렇게 비오는 날
씨에는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미안해...성민아. 그런데 나 자신이 없어. 내가 1년이라는 시간동안 기다릴 수 있을지, 다시 공부해야하
는 너한테 짐이 되지는 않을지. 우리 친구로 지내면 안될까? 나는 그러고 싶어.'
그래, 내가 너한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겠냐? 수많은 여자애들이 그렇게 가고 싶어하는 유명한 여대잖
아. 너도 이제 신입생인데 남들처럼 미팅도 하고 대학생들한테 고백도 받고 그런 특권쯤은 있어야 겠
지. 나는 너를 못 붙잡아. 그러니까 선택은 너가 했어야 했어. 왜 울어? 니가 울 이유는 없잖아. 차라리
내가 제발 떠나지 말라고 무릎꿇고 울면 모를까.
갑자기 민망하다 싶을 만큼 엄청난 휴대폰 진동이 귓가를 때린다. 책상 위에 폰을 그냥 올려놨던 내 잘
못이다.
교수님은 짐짓 모르는 척 수업을 계속 진행하고 몇몇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이쪽을 쳐다본다. 나는 서
둘러 무음모드로 바꿔놓은 다음 문자를 확인한다.
[저 지금 학교 끝나고 아저씨네 집앞으로 가고 있는 중이에욤. 한 20분 뒤쯤 도착할 듯]
너도 참,,, 분위기 깨는데는 선수구나. 왜 얘만 등장하면 늘 똑같던, 늘 그랬던 분위기가 한번에 뒤집히
지?
[응. 나도 그때쯤에 수업 끝나서 바로 갈꺼야. 없어도 잠깐만 기다려]
딴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벌써 교수님이 수업을 마무리 짓고 있다. 종합관 건물 밖으로 나가니 아까보
다 빗줄기가 훨씬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반 친구들 몇녀석이 어깨를 툭치며 말한다.
"성민아, 위닝하러가자"
"야, 오늘은 안되겠다. 누구 만날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오~ 누구? 여자냐? 여자?"
그러고 보니, 성별로 따지면 여자는 여자로군. 여자 만나러 가는게 맞기는 맞네.
친구들보다 앞서서 걸어가고 있는데. 문자가 한통 더 도착한다. 여고생으로 부터다.
[지금 맥도날드 앞에 있는 지하철 출군데요..비와서 못나가고 있어요ㅠ 이쪽으로 좀 와주면 안돼요?]
우산 안가져 왔니? 준비성 하고는,,,귀찮긴 하지만 안될 건 없지. 나는 간단하게 답문하고 3번 출구쪽으
로 걸어간다.
비가 내리지만, 3번출구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다들 만나면 행복한 연인을 기다리고,
친구를 기다리고 있겠지. 나는 뭐지? '내가 빼았아간 라이터 받으려고 기다리는 애'를 만나러 가는 거
구나. 진짜 이건 정말이지 별로다.
그 여학생을 찾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나는 휴대폰 화면을 보면서 조용히 서있는 그애한테 다
가가서 어깨에 살짝 손을 댄다.
"어, 안녕하세요. 우산을 안가져와서요. 미안요."
미안하다구? 나는 왜 비오는 날에 여자들한테 미안하다는 소리밖에 못들을까. 잠깐만, 그러고 보니 니
가 미안할건 또 뭐냐? 내가 라이터 가져가서 니가 몇시간 동안이나 기다리고 몇번이나 신촌으로 와야
했던건데.
다시 보니 어제 흥분했던 모습에 비하니까 많이 차분해진 모습이다. 그래, 차분해지니까 좀 낫네.
나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제처럼 까칠하게 대들었다면 내가 미안하진 않았을 텐데.
"야, 너 저녁 먹었어? 내가 미안한 것도 있고,,, 밥사줄게. 먹고가."
여고생은 의외의 제안이었던듯, 잠시 고민한다. 그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기로 했었는지,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
"야 오늘 니들끼리 그냥 먹어. 나 공짜로 먹는다. 밥. 응? 아 그냥 아는 오빠랑"
그러면 그렇지. 니 핵심은 바로 '공짜밥'이었구나. 이거 나중에 대학들어가면 된장포스좀 풍기겠는데?
아는 오빠라.. 그래 어떤 의미에서 '아는' 오빠인건 맞지. 내가 '여자'만나러 가는거 처럼.
나는 파스타 투웰브로 가려고 마음먹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때 뒤에서 여고생이 나를 부른다.
"나 우산 없다니깐요."
아 참, 그렇지. 같이 쓰고 가야겠네. 내가 먹자고 했으니, 우산도 씌워주는게 맞지. 근데 뭔가 사모님
모시고 가는 최기사가 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야 니가 약간만 앞으로 가. 내가 씌워줄게."
막상 같이 우산을 쓰고 가니까 분위기가 좀 어색하다. 아직 어려서 그런가. 화장도 거의 안한거 같은데
피부는 좋네. 키는 한 163정도? 근데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거지? 나이 먹어서 주책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파스타 투웰브에는 평소보다 사람이 더 많다. 여고생이 메뉴판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가 나한테 묻는다.
"뭐가 맛있어요? 해물 소스? 토마토 소스?"
그냥 아무거나 시키지. 나는 화이트 소스가 좀 느끼하기는 한데 한번 먹어보라며 주문해준다. 그런데
막상 그렇게 마주 앉아 있으니까 정말 할 얘기가 없다. 이거 무슨 소개팅도 아닌데 왜이렇게 뻘쭘한지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너랑 나랑 공감대를 형성할만한 무언가를 공유하지 못하고 있구나.
아! 이름. 서로 이름도 모르고 있네. 그런데 나는 방금 니 이름을 알았어. 니 가슴에 붙어있는 명찰에서.
'손시연'
내가 명찰을 뚤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니까 어색했는지, 여고생이 가슴 언저리를 툭툭털며 나한테 물었
다.
"뭐 묻었어요? 왜 계속 이쪽 쳐다봐요?"
잠깐만. 목소리 뉘앙스가 "이 변태야 왜 계속 가슴 쳐다봐!" 대충 이렇게 들린다? 나 변태 아니거든, 니
가슴 쳐다 본것도 아니고. 어린애 가슴같은거 관심없거든?
"너 어디 고등학교야? 몇학년?"
"S고등학교 2학년이요. 아저씨는 대학생이에요? 어디? 연대 서강대?"
"연세대, 나 신입생이야."
"오~! 연세대. 공부 잘했나 보네. 나 연세대 들어가면 아빠가 완전 좋아할 텐데."
공부? 내가 경쟁상대로 생각한 애보다는 못했어. 모의고사랑 내신 10번 시험보면 8~9번은 그녀석이
점수가 더 높게 나왔거든. 그게 늘 스트레스였고. 그래도 다른 사람들 한테는 공부 잘한다는 소리는 많
이 들었지. 근데 그놈의 경쟁의식때문에 늘 불만족 스러웠어. 성적에 있어서는.
"그럼 아저씨는 고등학교때 모의고사 다 1등급 받고 그랬겠네요? 반에서 1등도 하고? 나는 반에서 15
등안에 겨우 드는데."
애는 애구나. 하기야 저때 관심사가 다 그렇지 뭐. 너는 몇등급이냐 전교 몇등이냐 이런거.
"근데 너 아까부터 왜 계속 아저씨 아저씨 거려. 나 86년생이거든? 너 몇년 생인데?"
"저 빠른 90이거든요? 와 86년생이래. 완전 아저씨다 아저씨."
헉, 90년생. 시간의 갭이 있기는 있다. 나는 올림픽보면서 걸음마 뗐는데, 너는 그때 이 세상에 존재하
지도 않았구나. 어떻게 보면 아저씨가 맞기는 맞네. 근데 꼭 그렇게 불러야돼? 완전 노친네된 느낌이라
구. 그래도 생각보다 분위기 안 어색하고 괜찮아졌네.
분위기 안어색해져서 좋기는 한데 너랑 나, 진짜 공통분모가 하나도 없다. 이름도 달라, 성격도 달라,
나이도 차이나, 성적도 달라. 이건 뭐 공유할게 진짜 없네.
맞다. 라이터 돌려주기로 했지. 까먹을뻔 했다.
"라이터 받어."
"아! 깜빡할뻔 했다. 바본가봐 바보."
나야 그렇다치고, 얘는 왜이래? 라이터 받으러 온애가 그새 그걸 까먹니? 어제 그렇게 라이터 내놓으라
고 울고불고 난리 부르스를 추더니.
"근데 이거 되게 비싼건가 보다? 이게 그렇게 중요한 거였어?"
그때 갑자기 여고생의 얼굴이 완전히 울상이 된다. 어? 얘 또 우는거 아니야? 분위기 왜 이래?
"나,, 아빠랑 여동생이랑 셋이 살거든요. 엄마가 나 중학교때 돌아가셨어요. 그거 엄마가 아빠한테 젊
었을때 사준거라, 아빠가 엄청 아끼는 거란 말이에요."
아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미안 미안. 이런 반응을 바라고 말한게 아닌데. 아 진짜 이런거 싫다. 나는 왜
누가 내 앞에서 울려고 하는게 정말 싫지? 나까지 슬퍼지려고 해. 아무리 봐도 너 진짜 애는 애다. 어제
는 그렇게 까칠하더니만,,,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불쌍한 울상을 짓냐? 너 이런 이미지 아니잖아?
나는 빨리 대화의 화제를 바꾼다.
"되게 중요한 거였네. 내가 진짜 미안. 스파게티는 어때? 맛있어?
"조금. 솔직히 약간 느끼한거 같은데 먹을만은 해요."
나는 그때 다시 깨닫는다. 얘는 엄마가 없구나. 나는 아버지가 없는데. 부모님 중에 한 분이 안계시는
거, 이것도 공통분모라면 공통분모네. 너도 나와 같은 느낌의 슬픔 하나는 가슴 속에 공유하고 있는거
니까. 스파게티 다 먹을 즈음에 겨우 하나 찾았구나. 공통점.
"아저씨 이름 뭐에요? 내 이름은 아까 명찰볼 때 봤죠?"
응. 손시연 이잖아. 너 아까 내가 명찰보고 있는건지 알았구나? 나혼자 괜히 변태로 몰린 것처럼 오버
한 거였네.
"나 최성민."
"휴대폰 이름 바꿔서 저장해야 겠다. 이름 몰라서 '이상한 아저씨'로 저장해 놨는데."
이....이상한 아저씨! 이 자식이 사람을 가지고 노네. 하기야, 근데 이거 어쩌나. 내 폰에 너는 '진상녀'
라고 등록돼 있는데? 이상한 아저씨와 진상녀와의 만남? 진짜 그림 안나온다. 그지?
나 역시 이름을 바꿔 저장하려는데, 휴대폰이 없다. 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가방속에다 넣어뒀나 보
다. 가방을 뒤적거리는데 여고생이 뭔가 발견한 듯 말한다.
"어! 유리알 유희네! 나 그거 읽고 독후감 써서 내라고 선생님이 그랬는데."
니네도 이거 독후감 쓰니? 또 하나 공통점 있네. 나도 연대에서 이거 독후감 쓰라고 해서 썼었거든.
헤르만 헤세. 이름만 생각해도 너무 복잡하다 지금.
"그거 나 빌려줘요. 아싸 책값 벌었다."
공짜 엄청좋아하는거 같애 너. 밥먹으러 따라온 목적부터가 그렇지? 이제 책까지 공짜로 빌려가려고?
"이거 그냥 줄게. 너 가져."
"오~ 쿨한 척. 빌려갔다가 나중에 시간 남으면 돌려 줄게요. 고마워요. 땡큐."
책을 책가방에 집어 넣으면서 우리 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빗줄기는 많이 약해졌다. 나 혼자 다니면
그냥 우산 안쓰고 다닐텐데. 얘 때문에 안쓸 수도 없고. 그냥 씌워주기로 한다. 조금 걷다보니 벌써 3번
출구 앞이다.
"야, 너 지하철 역에서 집 가까워? 많이 걸어가야돼?"
"성수에서 내려서 한 15분쯤? 왜요?"
"그럼 너 이거 가져가서 쓰고가. 3천원주고 산거니까 그냥 가져. 난 여기서 5분이면 가니깐."
"안그래도 되는데, 괜찮은데..,"
나는 우산을 그 여고생 손에 쥐어주고 지하철로 보냈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남자의 이런 호의에는 별
로 익숙치 않은거 같다.
"그럼 갈게요. 잘가요."
이번에는 인사도 없이 휙 지나가지는 않는군. 나는 아주 조금씩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하숙집으로 걸어간
다. 비오는 날이 꼭 짜증나고 우울하지만은 않구나.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든다.
첫댓글 글 중간에 불필요한 엔터가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