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름을 받고 함양 마천으로 떠날 생각이었는데,
오토캠핑할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어 긴 연휴지만 동네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사실 멀리 가나 가까운 곳에서 지내나 산 좋고 물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산 내려와 이제는 너무도 친숙해지는 광덕산에 들어갔습니다.
광덕산은 종이 아주 다양한 곳이랍니다.
처음에 을씨년스러울 때 찾았던 이곳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는데,
녹음이 짙어지니 나그네 쉬어가기에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습니다.
보는 눈의 한계를 절감하게 됩니다.
텐트를 치는 동안 모자가 그늘 아래 늘어집니다.
이번 주 캠핑의 목표가 밍숭밍숭, 되는 대로, 빈둥빈둥, 이니까 도착하자마자 컨셉을 맞추기 시작하는군요.
물 길러 가는 길에 저 아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집을 찍어봅니다.
긴 2박3일을 보낼 곳이니 다시 한번 눈에 넣어봅니다.
문득 산정호숫가의 캠핑장이 생각납니다.
이제 시끌벅적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군요....
심심해할 것이 뻔한 담이를 어떻게든 재미있게 해줘야 하는 숙제가 남았습니다.
자연에 놀거리가 풍부하다는 말을 말로써만 하면 안 되는 것이기에
온 식구가 놀거리 찾아 헤매봅니다.
첫 볼거리 발견.....!
담이가 발견한 시간때우기 코스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 놈들입니다.
참외 깎아먹고 껍질을 놓아두니 정말 '개미떼'처럼 달려듭니다.
잠시 신이 난 아이가 껍질을 쓸어다가 바닥에 놓고 수백 마리의 개미떼를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것도 잠시, 아, 또 심심해집니다.
이번에는 담맘이 생각해낸 놀이...
담이는 명령을 받고 버찌를 따기에 바쁩니다.
놀이의 제목은 타프 위에서 떨어지는 버찌 잡기입니다.
처음에는 하나씩 던지다가 애와 놀아주기 지치면 두세 개씩 던지면 됩니다.
도르르르 구르는 버찌를 바구니에 담으며 웃는 아이의 웃음이 산속에 퍼집니다.
지친 엄마를 대신해서 아빠가 놀아주기....
한꺼번에 열댓 개를 던져주니 어찌할 바를 몰라 합니다.
자, 이제 1시간은 때웠군요...^^
이제 또 뭘 하고 노나?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져봅니다.
담맘은 숲 해설가가 되시겠다고 열공중입니다.
틈만 나면 잎이 엇나는지 마주나는지, 열매가 어떤지를 살피느라 여념없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아주 건방진 자세로 의자에 눕다시피 앉아 셔터만 눌러대고 있습니다.
점심 먹고 설겆이 하러 가는 길에 또 한 컷....
이제 낮잠을 한번 자볼까요...?
아무 것도 할 게 없을 때는 역시 낮잠이 최곱니다.
이번 캠피에서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낮잠자기였거든요....^^
자고 일어나 오랫만에 목살 직화를 해봅니다.
캠핑 다니면서 이제 고기를 잘 안 먹으니까 문득문득 삼겹살, 목살 생각이 날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오늘의 술 양은 소주 2병, 담맘 한 잔 마시고, 나머지는 제가 먹는데,
참 술 두 병 비우는 데 오래도 걸리네요....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는 불꽃놀이...
평화로이 분수처럼 오르는 것 같지만
몇 개 안 되는 것 불 붙이느라고 토치 들고 여러 번 뛰어다녔습니다....ㅎㅎ
잠시 깔깔거리다가 주위를 보니 저희 텐트만 불을 밝히고 있네요....
하늘을 올려다보며 북두칠성도 보고, 카시오페이아좌도 구경하고....
술병을 치우고 발을 쭉 펴고 모닥가에 앉았습니다.
담맘과 담이가 먼저 잠자리에 든 시간, 불을 쳐다보고 있는 시간이 마냥 행복합니다.
타다 남은 나무를 꺼내놓고, 숯 정리하고 잠자리에 듭니다.
오늘 하루 참 긴 시간이었네요....
일찍 잤더니 식구들이 모두 일찍 깨는군요...
7시가 조금 넘은 시간, 마당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기분 좋습니다.
이번 주 광덕산에서는 자연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담맘이야 공부하는 중이니 그렇고, 저는 저대로, 담이는 담이대로
시간 많이 남으니 들꽃, 나무 구경 참 많이 하고 다녔습니다.
가장 흔한 꽃이 엉겅퀴더군요...
담이네 따라 꽃 구경 나무 구경이나 하시죠.
이건 이번에 처음 구경한 신나무, 꽃이 예쁘지요?
이 놈도 기억하기 쉬운 나무입니다.
커다란 잎사귀가 일곱 개, 그래서 칠엽수입니다.
저는 보지 못했는데 아파트 단지에도 심는 모양이지만 그건 잎이 다섯 개인 칠엽수랍니다.
일명 미국 칠엽수라고 부른답니다.
이 모자가 하는 짓은 무엇일까요...?
뒤에 애기똥풀이 보이시나요? 바로 애기똥풀 잎으로 손톱 물들이기 하는 겁니다.
색깔이 연해서 여자분들 하면 예쁠 것 같습니다.
절 마당에 많이 피어 있는 꽃, 뭔지 아시죠?
부처님 머리 모양 같다고 해서 불두화라고 부른다지요.
꽃은 가끔 탐스러워야 예쁘다는 생각을 들게 하는 꽃입니다.
얘가 좀 사람을 헷갈리게 만든 꽃입니다.
보시다시피 잎을 보면 아까시 나문데, 꽃이 분홍색입니다.
돌연변이 아냐 하는 생각을 했는데, 분홍꽃 아까시라는 희귀종이라네요...
우연히 카메라에 잡힌 이 놈 갖고도 담맘과 설왕설래....
담맘은 뱁새라고 단정했지만, 오늘 와서 찾아보니 멧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뱁새는 몸집이 동그랗게 생겼는데 이 새는 약간 길쭉하게 생긴 것이 멧새일 겁니다. 아닌가요?
아는 분 답 좀 주세요....
무덤에는 못들려본 공주병 환자 부용의 시비입니다.
광덕사 옆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약 1킬로미터를 가면 나온답니다.
다음에는 입산통제가 풀린다고 하니 '사람들이 부용꽃은 안보고 자기만 본다'고 뽐내던
조선 여류시인의 묘똥이라고 구경하고 싶어집니다.
자, 수고하셨습니다.
시원한 약수 한 잔 하시죠....
여기저기 빈둥거리며 산책하고 나서 마시는 이 한 잔의 물맛이 기가 막힙니다.
유아독존!
하늘 아래 나 하나 뿐이라는 걸 웅변하는 아기 부처님, 내일이 생일이군요....
산책길에서 돌아와 이번에는 바비큐를 한 번 해봅니다.
네 시간 넘게 저 안에서 익은 돼지고기의 때깔이 제법 나왔네요....
감자도 굽고, 남은 불로 달걀도 굽고.... 잘 하니 못하니 하는 사람 없으니 맘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요....
그나저나 둘째날까지 먹으니 고기가 입에 잘 안들어가지더군요...
또 빈둥거리기....
놀아도 놀아도, 먹어도 먹어도, 남는 게 시간입니다.
또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담이랑 또 산책을 나서는 길에 폐가 한 채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문패도 남아 있고, 우체통도 남아 있는 곳이지만 사람이 떠나고 나니 잡초가 무성합니다.
제법 살림규모가 있었을 법한 집인듯 합니다만,
무슨 사연이 있길래 이곳을 떠나간 것인지...
이런곳에 집 한 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 같아지는군요.
4월 초파일, 광덕사에 다시 한 번 들렀다가 가기로 했습니다.
바로 이 절밥을 얻어먹고 가려구요...
산사의 고추장으로 나물밥을 썩썩 비벼 먹으니 입안이 참 개운해지네요...
스님들 공양 드시는 거 아시죠?
바로 이렇게 먹어줘야지요.....
밥그릇에 미역국 붓고 김치로 싹싹 닦고 있자니 담맘이 묻습니다.
"그거 마실거야?"
그 말이 다 떨어지기도 전에 꿀꺽 먹어치웁니다....ㅎㅎ
길고 긴 2박3일이 다 지나갔습니다.
다음 주에 다시 보자, 안녕.....
첫댓글 천안에 살면서 광덕산에는 심심하면 찾아가는 곳인데 저런곳은 첨 보네요. 저기 저도 찾아보고 심심한 캠핑 꼭 해볼랍니다.^^
정식 캠핑장은 아닙니다. 설겆이 할 곳도 없고, 화장실도 없는 사유지이지만 사장님이 불편함 참고 쉬고 싶을 때는 언제든 오라는 허락을 받은 곳이지요....^^ 불편함 대비 한적함이 좋습니다....^^
담이네님의 일상도 보구 식물도감처럼 꽃이름도 외워보고 알찬 후기감상입니다.ㅎㅎㅎ
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담맘 때문에 저도 많이 주워듣고 있습니다....^^
캠핑한 장소 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도 두 딸들 데리고 갔으면 해서요
이 지역 장소 많이 물색해서 충청지역캠핑장에 수시로 업댓하겠습니다.... 두 따님들과 즐캠하세요...^^
한가로운 가족캠핑 부럽사옵니다...^^*
봉사의 마음으로 하는 캠핑이 더 부럽사옵니다....^^
담이네 가족캠핑은 항상 행복이 넘칩니다.꾸밈없는 자연과 함께한 2박3일 후기 잘보고갑니다.
후기 쓴 것보다 훨씬 지루합니다.... 하지만 그 지루함이 그리울 때가 많죠...^^
이제 숨겨둔곳 하나둘씩 내놓을때가 되었는데... 아산에 한번 불러주삼... 행복한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숨겨둔 곳 없습니다... 낚시하는 곳 가셨으니 언제 한번 송악저수지에서 뭉치시죠....^^
그 꽃이 신꽃이었군요 ㅎㅎ 덕분에 성은이에게 알려줄 꽃들이 많아졌어요 가만 가만 보고 싶어지는 후기입니다
사진에는 없지만 배롱나무도 재밌게 생겼더군요... 이름도 재미 있고... 언제고 사진 올려 드리겠습니다...^^
아이~~이번주에 본가 내려갔다가 광덕산에서 뵙자고 하려했더니...쩝....어쨌든 가족의 달콤한 휴식이라...좋~습니다...ㅎㅎ
자주 볼 가능성이 높은 가족이 바로 정릉댁들 아닌가요... 오며가며 연락주삼, 가봐야 그 동네니까....ㅎㅎ
지리산 안가셨네... 주변의 푸른내음이 전해지는 듯 합니다. 정말 한없이 여유로운 시간이었겠어요. 좋아요^^b
날이 더워지니 온 산이 온통 푸르름으로 압도하더군요... 거기서 수제 맥주 한잔 하면 딱인데 말요....ㅎㅎ
정말 멋져 보입니다. 위치 좀 가르쳐 주세요. 요즘 토욜 근무라 근처 캠핑장을 물색중인데 쉽지 않더군요
바쁘게 살고 캠핑해야 더 맛이 납니다.... 전 이틀째 외박 중입니다....ㅎㅎ
편안하게 글을 쓰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보고 갑니다..잘봤읍니다..
설악산님처럼 나물 뜯으며 쉬어가며 그렇게 다니고 싶을 뿐입니다... ^^
가족끼리 좋은시간 오붓하네...!
오붓을 지나 무쟈게 심심하다니까 그러네....ㅎㅎ
담이네는 광덕산에 보금자리 찾으러 이사가신 것 같아요. ㅋㅋ 17년 전에 저두 가본 것 같은데 아주 좋아드랬습니다.
저는 광덕산이라는 산이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왔습니다. 산에 기운이 있어서 그런지 무당들도 많고 절도 많은 산이더군요....^^
이걸 보다보니 문득 심심해지네요. 후기 다 읽었으니 다음엔 뭘 봐야지? 심심함도 전염되나요?
약우님은 버라이어티하게 다녀오셨잖아요.... 저도 가끔 버라이어티한 기획을 해봐야겠습니다. 심심해하는 담이를 위해서....^^
음... 말이 필요없네요. 잘 쉬셨군요. 저희는 모래바람과의 사투를 벌인 주말을 보내고 왔네요. 주말에 비가 내리면 장비 빨래하러 가야겠습니다. ㅎㅎ
한번 발동 걸리니 갓난쟁이 데리고 잘 나가시네요... 좋습니다, 좋아요....^^
오랜만에 보는 스타루스 타프 같은데 맞는지요. 저는 금요일부터 15일간 장박일정으로 전국일주 캠핑갈 예정인데 남이네 후기를 보니까 새삼 광덕산의 추억이 생각나네요. 혹시 일주중에 만날확률이 복권당첨확율이라도 될찌....
늦게서야 봤습니다. 15일의 캠핑, 꿈같은 이야기로군요.... 건강 유의하면서 잘 다녀오세요... 저도 복권 맞았음 좋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