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모든 목사들에게 호소합니다
최광희 목사
지난 7월 18일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남성 동거인에게 직장 건강보험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도록 판결한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목사들 가운데 이 사건의 의미와 위험에 관해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심지어 우리 앞에 다가오는 위기에 관해 아예 관심도 없는 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내가 눈을 감는다고 하여 위험 요소는 없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시골에서 닭을 방사하다가 한 마리를 잡아먹으려고 하면 닭이 힘을 다해 달아납니다. 그러다 더 달아날 공간이 없거나 달릴 힘이 없을 때 닭은 지푸라기 덤불에 고개를 처박아 버립니다. 닭의 시선으로 보면 달려오던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위기가 지나간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몸뚱어리를 덩그렇게 보이면서 머리만 덤불에 처박고 “날 잡아 잡숴”라고 하는 닭이 그렇게 어리석을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악법의 쓰나미에 눈을 감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한다고 해서 소원대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동성 커플에게 직장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을 준 것은 어떤 위험이 있을까요? 단적으로 말하면 이는 동성혼 합법화의 디딤돌을 만들어 준 것입니다. 물론 대법관들은 판결문에서 이는 동성혼 합법화를 지지하는 판결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언론들을 살펴보면 법률신문이 “동성 동반자”라는 용어를 쓰는 것과는 별개로 “동성부부”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경향신문은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오늘, 사랑이 또 이겼다···대법원,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인정”이라는 제목을 뽑았고 한겨레는 “동성부부 건보 피부양 등록 가능하다…대법, 인정 않는 건 차별”이라고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10월 10일에는 동성 커플 11쌍이 동성혼 법제화를 목표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들은 거주지 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가 불수리(不受理)되자 이를 여러 가정법원에 동시에 소송했습니다. 몇 년 전에도 동일한 소송을 막아낸 전례가 있는 [복음법률가회]는 이번에도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11 건의 동시 소송이라 훨씬 더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습니다.
한편, 10월 7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께서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동성 커플에게 국민연금도 수령자격을 줄 것처럼 발언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동성 커플에게 건보료 피부양자 자격은 주었는데 국민연금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고 조 장관은 국민연금도 건보료와 같은 기조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법부에 이어 행정부가 점차 동성혼 합법화로 나아가게 됩니다.
가뜩이나 입법부가 차금법 제정과 동성혼 합법화의 법을 제정하고 싶었던 차에 사법부 결정과 행정부 기조에 맞는 법안을 제정하면 대통령이라도 재의를 요구할 명분을 잃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만 섬처럼 남아있던 동성혼 합법화의 문제가 순식간에 무너지고 한국교회는 그야말로 “소수자” 신세로 전락할 것입니다. 10월 17일 자 Daily GOOD NEWS에 의하면 영국에서 낙태시술소 인근에서 침묵으로 기도한 기독교인이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침묵 기도는 낙태를 반대하는 내용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유죄의 이유입니다. 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낙태가 합법화된 영국은 기독교인의 마음속 생각도 벌을 받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동성혼이 합법화된 36개국의 사례를 보면 2/3쯤은 입법부의 결정으로 합법화되었고 1/3쯤은 사법부의 결정으로 합법화되었는데 지금 대한민국은 사법부가 먼저 뚫려버림으로 엄청나게 위험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강 건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듯이 불구경만 하고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은 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양동이와 바가지를 들고나와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합니다. 정치인들은 센 척하지만 사실은 여론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이기에 한국교회 전체가 강력한 반대 의사를 보여줄 때 입법부가 동성혼을 합법화하는 어리석은 책동을 멈출 것입니다.
시골에서 농번기에는 시체 빼고는 다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금은 환자가 아닌 모든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방파제를 만드는 테트라포드는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 모여 있을 때 의미가 있지만, 운동장 한가운데 있으면 방해물만 되고 산에 모여 있으면 자연을 훼손하는 흉물이 됩니다. 우리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두 동성애와 차별금지법이라는 젠더이데올로기의 쓰나미를 막는 거룩한 방파제를 이루는 테트라포드입니다. 이번 10월 27일에 서울 광화문부터 서울시청, 숭례문과 서울역을 지나 남영동과 삼각지까지 가득 채움으로 자신을 가치 있는 테트라포드로 만드시기를 간곡히 호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