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공서열을 폐지해야 한다
최근 기간제 교사 정규직 전환에 대한 제외 방침에 열 받아 글을 썼더니 억울하다는 전교조 선생님의 반론과 전화를 받았다. 마음에 상처를 받았을 친구와 후배, 그리고 낯모를 선생님들께 미안하다. 하지만 거리감은 어쩔 수 없이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충분히 그럴 법도 하다. 우선 그런 의견 주신 분들 자체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더욱 진심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도 넘을 수 없는 거리감은 역시 내가 지금도 기간제로 일하는 탓인지 모른다. 나도 교원적체 문제를 통계는 아니지만 충분히 안다. 그러나 형평성 논리로 기간제 문제와 예비교사 문제를 한꺼번에 다루는 것에 대해서, 그러며 기간제가 이미 평등한 대우를 받고 차별이 없는 것처럼 얘기하며 합리화하는 톤에 대해 몹시 거북했다. 왜냐하면 현상황에서 만고의 진리가 되는 것은 정규직 자체가 기간제에 대한 기득권이자 권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국민의 절반이 계약직인 상황에서 정규직은 어쩔 수 없이 기득권 계급이다. 특히 공무원이든 준공무원이든 공무원 신분은 더 말할 것 없다.
국가시스템을 지탱하는 관료제와 관료제를 지탱하는 연공서열에 의한 임금차별은 구조적 개혁을 가로막는 아킬레스건이다. 사람들이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고 교사가 되려고 매달리는 이유는 그 직장이 우리사회에서 소위 가장 안전한 철밥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나는 지금 8개월 열흘 정도의 기간으로 계약해 일을 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한 분이 아이 등록금 때문에 퇴직금을 신청했기 때문이란다. 책정된 예산에서 기간제를 고용하는 탓에 부득이 근무기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퇴직금 신청하면 다른 분들 근무기간을 단축할 수밖에 없다고 나이어린 담당자가 협박성 발언을 하는 걸 들으며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나이어린 담당자는 자신이 협박성 발언을 하고 있다는 걸 의식하지 못하며 발언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신들의 고충을 이해달라고 했다. 계약직이란 그런 것이다. 정규직의 고충까지 이해해야 하는 직업이다.
한국의 호봉제 즉 연공서열제는 일본과 같이 권위주의적 관료사회를 지탱하는 임금제도였다. 조선시대라고 생각하면 된다. 능력이나 성과와는 무관하다. 물론 능력과 성과가 진급과 관계 되어 있기에 승진시험에 매달리는 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정말 그들의 노력이 참된 성과로 이어지지 않고 개인의 승진성과로만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도 인구가 꾸준히 늘 경우에는 오히려 사회의 안전장치 역할을 해다. 하지만 급격한 노동 인구감소와 노령화 시대에 연공서열에는 개혁해야할 대표적인 적폐제도이다. 고액 연금생활자를 없애고 대신 기본소득에 의한 소득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하지만 연공서열제에 의한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혹은 누릴 것을 기대하는 관료형 직장인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본전생각이 날 것이다. 군대나 똑같다. 그럴 경우 과도하게 예산이 낭비되고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해지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동일 노동에 동일 임금 원칙은 합리적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다.
인구감소 시대에는 많은 대학이 축소되고 학과도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일자리 유형이 창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득권세력은 언제나 이를 가로막을 것이다. 당장 당신이 폐지될 학과의 교수들이라고 생각해보라. 원자력과의 교수와 학생들이 원전 폐지를 반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득권이란 이미 누린 이익뿐 아니라 지금 또 앞으로 누릴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
교사가 처음 됐을 때 나는 내가 누리는 기득권 때문에 괴로워했다. 소위 이름이 알려진 대학을 나와 철밥통을 차게 되었기 때문이다. 선생님은 그래도 철밥통을 찼으니 하고 싶은 말을 그렇게 자유롭게 하잖아요? 나도 은연중 소위 대학 차별에 기생해 이만큼이나 살아온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동일하다. 교사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이나 지금이나. 연공서열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명확히 위계사회의 국가의 지배수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든 계급장 떼고 말해야 한다. 아니 계급장 떼고 살아야 한다. 계급 없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