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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근 시집 『집현전 세탁소』(한국문연, 2013)
■ 표4
오승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집현전 세탁소』는 표제에서도 드러나듯이 세계와 자연을 언어적 문법이나 규칙으로 신선하게 독해하고 있다. 자연이나 인간은 한 권의 책, 혹은 문장속에서 품사나 단어, 혹은 문장 부호 등으로 기호화하여 이들문법에 억압된 타자로 대상화하고 있다. 더불어 시적 주체 또한 "결국 주어에 맞춰가며" 살"(「사역동사」) 수밖에 없는 획일화된 존재인 것이다. 이때 언어가 지니는 체계화된 완곡한 문법은 곧 개인 주체를 억압하는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함의한다. 그가 이데올로기의 자장 안에서 부품화된 자연과 인간의 모순된 양상을 날카롭게 통찰하는 이면에는 시인의 역사 인식과 가열한 자유 의지가 내재화되어 있다. 그렇다면 오승근 시인의 시집 『집현전 세탁소』는 "민중을 위한 상징사전"(「사역동사」)의 탄생을 열망하는 시적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_서안나(시인)
오승근의 이번 시집 전체가 사실은 수없이 다양한 상황들이 이접離接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일종의 이접은유, 달리 말하면 환/은유의 수사학이 시집 전체를 수놓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은유가 동일성에 집착하고 있다면, 그래서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의 이성 능력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면, 이접은유(강희안은 이를 '서술은유'로 명명한다)는 이성의 바깥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를 그대로 시의 공간에 배치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느낌의 기술」을 참조한다면, 이접은유는 "느낌표가 물음표가 될 때까지/읽고 또 읽어야 하는 문장의 기술"과 다르지 않다. 느낌표가 물음표가 될 때까지 읽어야 되는 시는, 쉽게 말하면 고정된 의미를 거부하는 시라고 할 수 있다. _오홍진(문학평론가)
■ 차례
시인의 말
제1부
비의 문법/집현전 세탁소/새로운 문법을 터득하다/기호의 유물/은행잎의 착지법/초록 물고기의 부화 이야기/자연도감을 펼쳐들다/거풍/물의 문맥/문법의 반려자/비의 리뷰/사역동사/바람의 문법/뒷동산 마을문고/봄날의 발문
제2부
수평선은 물의 내각이다/트롱프뢰유/닭의 함수/도시 광산/소리의 기원/십자수의 배경/추억을 감상하다/무희들의 습성/미완의 수채화 감상법/알을 찾아서/국경을 넘다/술어에 취하다/천옥으로 가는 길목/언어의 시술법/o번지
제3부
느낌의 기술/뜨거운 접속사/미인도 앞에서/별빛 사전을 제본하다/억새꽃 스페셜/상형의 소리를 편찬하다/외출/가을, 뱀사골에서/불규칙 동사의 습관/흑백 초상화/문화유산의 인체부호/낙관의 온기/별자리 무덤/씨감자의 논평/물방울 대화
제4부
나무의 자서전/봄비의 학습/ 바람나라 꽃잔치/석굴암에서/태초의 습성/기상도/번안본 선녀전/보석창고 문을 활짝 열다/바람의 사설/여정/언어의 집/광야의 가락을 찾아/시묘살이/춘화도/계간의 형식
오승근의 시세계-오홍진
■ 시집 속의 시 한 편
사역동사
날렵한 상승조의 선율을 문장에 접목한 뒤
표준어에 지친 임자말을 리드하면서
문맥을 힘차게 읽어나가던 아버지를 보았어요
부사나 형용사의 어린 품사들조차
문장성분을 섬기며 줄거리를 이끌어 갔지요
세상사, 어떤 문장부호도 두렵지 않았어요
쉼표나 마침표, 말줄임표 따위마저
문맥을 잇는데 의문문을 제시하지는 않았지요
한때 험준한 문맥을 넘기 위해
임자말에 쌓인 눈빛 살피며 치우느라
넘어지고 찢겨지고 파지로 밀려나
한순간 소각 직전에 이르렀던 날 있었어요
아버지라는 보통명사가 구겨지던 밤
손, 발이 마비되어 오던 적막 속에서
따뜻한 국어책을 넘기며 읽고 또 읽었어요
분절된 장르에서 찢겨 나뒹굴던 사동사가
활활 타오르며 승천하는 모습을 보고
그 불빛에 언 몸 녹이며 따라가고 싶었어요
차라리 별들을 인쇄한 하늘 문법 아래
달빛 사전 펼쳐들고 은하수를 읽어내는
푸른 문장의 사역동사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한 문장 완결하려 태어난 품사
문맥을 떠나려 했던 관형은 품격이 아니었지요
결국 주어에 맞춰가며 한 문장 살았지요
잘도 팔려 나가더군요
초판, 재판, 이판, 사판 인쇄되었지만
판권은 모두 아내 몫이었지요
너무 오래 읽혀져 이젠 어린 품사들조차
소리 내어 읽으려고 하지 않는 아버지
당신이 사역에서 해방되는 날은 언제인가요
■ 시인의 말
몇 해 전, 따듯한 봄날이었습니다.
가지마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어린 새싹과 마른 잎새가
함께 매달려 있는 것을 감상하다가 문득 어린 새싹은 신입생으로,
마른 잎은 청강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강생의 신분으로 봄날의 풍경과 느낌을 서술하면서
모든 사물 속에는 자음과 모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우듬지부터 차례대로 피어나는 새순이나 꽃잎의 질서가
자연의 섭리이자 시의 문법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꽃잎이나 열매, 혹은 푸른 새순을 자음으로 읽고
빈 나뭇가지들을 모음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복된 학습을 통해 삼라만상의 현상이나
인간의 구성원들까지도
품사나 문장부호로 기호화하는 시적 발상을 얻게 되었답니다.
나아가 '집현전 세탁소'의 경우처럼 '세탁소'라는 시적 대상을
다른 화자, 즉 집현전 학자의 관점으로 내레이션하는
'서술은유'란 기법을 창안하여 새로운 시적 방향을
모색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2013년 봄날 서오릉에서
오승근
오승근
충남 공주 출생. 2009년 《유심》 신인작품상 당선으로 등단. 시집으로 『세한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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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승근 선생님, 시집 『집현전 세탁소』 출간을 마음 깊이 축하축하합니다.
언제나 수고가 많으신 황선생님! 그 수고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오승근 시인, 두 번째 시집 상재 축하드립니다.
늘 바쁘신 양선생님! 자주 카페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건강하시구요......^^
시집 내시어 축하드려요, 여전히 중절모자는 쓰고 다니지요?.
ㅎㅎㅎㅎ 가끔 쓰고 다니지요, 잘 지내고 계시죠? 감사합니다
활발한 시작! 두 번째 시집 상재를 축하드립니다.
보내주신 시집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번 회장님 전화 감사드립니다, 다른 책은 괜찮은 것같더라구요......^^
서오능 서재가 궁금합니다......
잘 지내고 계시죠? 준비해서 곧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 고맙습니다 ^!^
시집 상재 축하드립니다..무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길...^^
오승근 선생님, 두 번째 시집『집현전 세탁소』잘 보았답니다. 출간을 마음 깊이 깊이 축하드립니다^^*
오승근 선생님, 놀라운 발상으로 집현전을 설계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이 시집으로 꼭 좋은 소식 있으시기 바랍니다!!
귀한 책 잘 받고 열심히 읽겠습니다. <집현전 세탁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
오승근 선생님 축하합니다. 보내주신 시집 잘 받았습니다.
오선생님, 시집 받고 인사도 못드렸습니다. 잘 읽겠습니다.~~
활발한 작품활동 축하드립니다.. 찬찬히 읽겠습니다.....
선생님 시집 감사하게 잘받았습니다. 열심히 읽고 배워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