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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 불쑥 글을 올리자니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저는 지난 9월에 회사 출장차 동티모르에 다녀왔습니다. 450년이상 포르투칼과 인도네시아의 식민지 지배를 받고 2002년에 독립한 신생독립국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려면 직항이 없어서 인도네시아나 오스트레일리아을 거쳐서 가야하는 먼나라죠.
그러나 인구 110만명에 불과한 21세기 최초의 신생독립국가 동티모르는 대한민국에 대한 마음이 남다릅니다.
[Apple] Apple iPhone 3GS (1/15)s iso320 F2.8 → 위에 그림은 주동티모르 한국대사님 방에 있는 그림입니다. 제가 아이폰으로 찍어왔는데, 동티모르 학생이 한국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그린 그림이라고 합니다. 같은 시간기준선에 있어 같은 시간대를 공유하고 있는 동티모르, 이미 1999년부터 한국의 상록수부대가 파병되어 많은 도움을 주었고, 파병기간 홍수가 나서 파병장병 5명이 사망하여 함께 피를 나눈 형제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독립기념관과 우체국을 지어주는 등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부/민간차원의 꾸준한 지원이 있었습니다. 최근 개봉했던 '맨발의꿈'이라는 영화를 보셨다면 한국인 축구코치 김신환씨가 척박한 환경에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단을 만들고, 멀리 일본까지 가서 우승하여 현재 동티모르의 국민적인 영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아실겁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동티모르인들은 한국을 많이 좋아합니다. 제가 가있던 짧은 기간동안도 많은 환대를 받았습니다.
한국을 참 좋아하는 동티모르, 실제 제가 이곳 저곳을 가보니, 참 어렵게 삽니다. 1인당 GDP가 500달러에 불과할 정도이며, 실제 동티모르에 있는 공장이라고는 커피농장밖에는 없는, 산업기반 및 시설이 전무한 황폐한 땅입니다. 불과 몇년전까지 내전이 있어 제대로된 천정이 있는 건물이 드물고, 건물마다 총탄자국이 선명한 불모의 땅입니다. 코발트빛 바다를 가진 아름다운 환경이 있어 관광산업이라도 발전하면 좋겠지만, 독특하게 바다에는 바다악어와 바닷뱀이 많이 살고 있어 실제 수영하기조차 힘든 두려운 바다입니다. 얼마전에도 바닷가에 위치한 미국대사관앞에 바다악어가 나타나 주민에게 피해를 끼쳤다고 합니다.
제가 출장가있는 기간동안 한국 대사관 식구들과 함께 현장을 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현재 주 동티모르 한국대사로 계시는 서경석대사님을 비롯한 대사관 관계자들이 직접 이곳저곳 어려운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한국으로부터 기부받은 각종 물품들을 전달하고 계셨습니다. 라면이나 옷가지, 학용품 등 각종 구호물품을 마치 산타처럼 선물하고 계셨습니다.
그러나 대사님께서 그러셨습니다. "이런 물품들은 그때뿐이다. 지금은 옷을 원하지만, 다음에는 쌀을 원한다" 저에게 안타까워 하시면서 저한테 한가지 제안을 하셨습니다. 당신이 이곳에 부임하여 약 1년을 보내면서 보니,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하루이틀이면 없어져버리는 생필품이나 식품이 아니라, 바로 다름 아닌 "시계"다 라고.
아니 쌩뚱맞게 시계 ?
열대지방 어디나 그렇지만, 적도 바로 밑 동티모르는 뜨거운 태양이 작렬합니다. 제가 다녀온 9월은 건기라 그래도 낫지만 (정말 무더웠습니다 ^^;;) 1월 이후 우기에는 매일 폭우뒤에 찾아오는 뜨거운 태양으로 야외활동이 거의 불가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동티모르 주민들은 느릿느릿합니다.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고, 약속시간을 잡아도, 출근시간을 정해도 그 시간이 맞춰오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대부분 1~2시간 늦는 것은 기본입니다. 왜 늦냐고 하면 시계가 없어서 시간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 그렇게 말합니다. 출장기간중 중학교,고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시계를 차고 있는 학생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Apple] Apple iPhone 3GS (1/15)s iso100 F2.8 → 대사관직원들이랑 산골마을로 '맨발의꿈' 상영하러갔다가 찍은 산골마을 어린이 사진입니다.시계는 이들에게 사치품이었습니다. 저도 출장기간중 영사님따라 동티모르 교육부 차관을 미팅하게 되었는데, 사전 약속시간이 거의 무의미합니다. 가서 대략 3시간을 기다린 것 같습니다. ^^;;
대사님께서 생각하신 것은 이러한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필요한 것이 물고기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은 방법, 즉 그냥 하루 24시간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길 것이 아니라, 동티모르 국민들에게 시간이라는 개념을 선물해서 스스로 자신을 발전시키고 나라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자고 하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동티모르 국민들 손목에, 집에, 학교에 시계를 선물하자고 하셨습니다.
돌아와서 내부보고를 통해 회사차원에서 전점에 걸쳐 (제가 다니는 회사는 롯데백화점입니다) 약 한달간 동티모르 어린이들을 위한 범국민적인 시계모으기캠페인이 하기로 결정하고 11월 8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목표는 3만개, 동티모르 학생들 수가 약 30만명, 적어도 열명중 한명에게 시계를 선물하자는 취지입니다.
실제 집에서 찾아 보니 배터리만 넣으면 움직이는 시계를 무려 7개나 찾았습니다. (탁상시계 포함해서) 저뿐만 아니라 찾아보시면 사용하지않는 시계들이 서랍속에, 장롱속에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금은 사용하지않는 그 시계가 가난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그마한 섬나라 동티모르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큰 선물,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조그마한 정성을 보여주셔요.. 조그마한 정성이 모여 큰 기적을 이루리라 믿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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