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기어의 귀향(1982)
이것은 16세기 프랑스의 농부였던 “마르탱 게르”에 얽힌 이야기이다.
어린 아들을 둔 젊은 청년 마르탱은 자신의 가족을 떠난 지 7년이 지나서야 고향으로 돌아와 이웃들, 가족들과 재회한다.
17살에 다섯 살 연하의 유복한 집안의 딸 버트랑과 결혼했던 마르탱은 결혼생활 8년 만에 아들을 낳는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와의 불화가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르탱은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리고 7년만에 나타난 마르탱을 가족과 이웃들은 반갑게 맞아주었고 돌아온 마르탱은 버트랑과 3년을 더 살면서 두 아이를 더 낳았다.
그러나 돌연 마르탱은 자신이 집을 떠나있던 중에 죽은 아버지의 유산을 요구하면서 사람들 마음 속에 숨어있던 의심이 싹트게 한다. 마르탱은 선친의 유산을 물려받고 자신의 장모와 재혼까지 하여-이 시대 이 나라에서는 우리의 고대에도 형이 죽으면 그 동생이 형수와 결혼한 것처럼, 이것이 가문의 재산을 보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풍습이었던 것 같다- 재산이 크게 늘어난 삼촌 피에르 게르를 고소한다.
피에르는 아내와 함께 자신의 딸이자 조카며느리인 버트랑에게 마르탱이 가짜임을 믿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던 중 마을을 지나가던 한 군인은 마르탱이 가짜라고 말하는데 그에 따르면 진짜 마르탱은 전쟁에서 한 쪽 다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이후 삼촌 피에르와 그의 아들들은 마르탱을 술집에서 폭행하지만 버트랑이 이를 중단시킨다. 얼마 후 마르탱은 방화와 신분 위장으로 고발되지만 무죄를 선고 받는다. 이 때의 길고 긴 재판 기간 중 피에르는 마르탱의 진짜 신분을 알아내려고 노력하여 그가 퐁세트라는 별명이 있는 다른 마을의 평판이 나쁘고 가난한 남자 아누드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무죄방면된 가짜 조카를 다시 법정에 세우기 위해 피에르는 버트랑의 명의로 다시 소송을 제기한다. 이렇게 다시 열린 재판에서 버트랑은 처음에는 마르탱이 자신의 진짜 남편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가짜인 것 같다고 증언한다. 하지만 마르탱은 그녀와 공유하는 과거의 기억들을 제시하면서 그녀에게 자신이 진짜 남편이 아님을 맹세할 수 있냐고 반문하고 이에 버트랑은 침묵한다. 그리고 마르탱의 누이들을 비롯한 마르탱의 측근들과 퐁세트를 아는 사람들인 150여명의 증인들-많은 수의 증인들이 어느 편에도 서지 않았지만-의 증언이 이어지고 마르탱은 사형을 언도 받는다. 이에 마르탱은 버트랑과 피에르가 허위로 자신을 고발했다는 죄목으로 그들을 맞고소하여 두 사람은 체포된다.
또 다시 이루어진 재판에서 마르탱은 탐욕에 눈 먼 삼촌 피에르가 아내 버트랑을 협박해 지난 재판에서 위증을 하게 했다고 역설하며 자신을 변호했고 재판관들은 그의 이야기에 신뢰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래서 더 자세히 마르탱의 과거에 대한 탐문이 이어졌고 마르탱은 어떠한 모순도 나타나지 않는 자신의 과거사를 드러낸다. 그러나 극적이게도 이 재판 중에 진짜 마르탱이 나타나고 만다.
한 쪽 다리에 나무 의족을 한 진짜 마르탱은 가짜 마르탱인 퐁세트만큼 자신의 과거를 세세하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재판관들이 가족들에게 두 사람을 분별하게 하고 난 뒤 재판은 종결된다. 피에르와 버트랑, 마르탱의 누이들은 한 쪽 다리를 잃은 진짜 마르탱을 알아본 것이다.
이후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죽음만을 남겨둔 퐁세트는 자신의 죄를 고백한다. 어느날 두 명의 남자가 자신과 마르탱을 혼동하는 일이 있고 나서 그는 마르탱으로 변신하기로 결심하고 마르탱을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그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사기로 피해를 본, 3년간 자신의 아내였던 버트랑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했다. 그렇게 사과를 하고 4일만에 가짜 마르탱은 진짜 마르탱의 집 앞에서 처형된다.
<마르탱 게르의 귀향>(Le Retour De Martin Guerre, 1982)은 사학자, 미술학자 등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통해 과거사를 다룬 현대영화들 중에서 과거 모습의 재현이 사실적으로 잘 이루어졌다고 평가 받는 영화이다. 소설 “왕자와 거지”나 우리의 전통설화 등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 특이한 사건은 발생 이후 꾸준히 연구되고 여러 예술 형태로 각색되었다. 영화에서는 버트랑을 통해(그리고 퐁세트를 통해서도) 자연스럽게 여성의 권위 신장에 대한 메시지를 표출하는데, 종반부의 장면에서 개인적으로 재판관에게 7년만에 돌아온 남편이 처음부터 가짜임을 알았었다고 고백하는 버트랑의 모습도 역사기록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상의 산물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