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여섯
(이번 사냥 담에는 제가 처음으로 본 사냥개와 저의 첫 사냥 담을 실었습니다.)
58년 생인 나는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노루를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옛날 이야기처럼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예전 우리 집 사냥개들의 사냥 담을 들으며 잡았던 짐승들의 모습은 상상 속의 동화처럼 생각할 뿐이었다.
중학생이 되어 친구들과 풍난을 따러 깊은 산에 가서야 우리를 보고 도망치는 짐승이 있어 그것이 노루라는 사실을 그 인근에 사는 같이 간 친구의 설명을 듣고야 알 수 있었다.
당시 우리 인근의 산들은 모두 벌거숭이산들 뿐이라 그런 산에 산짐승이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나 보다.
우리 마을 뿐 아니라 진도의 산들은 모두 헐벗을 수밖에 없었던 것은 50년대의 무리한 벌채도 문제였지만 땔감부족으로 산들은 나무가 자랄 세가 없었다.
자연적으로 산이 헐벗고 짐승이 살지를 못하여 진도의 넉 사냥은 공백기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의 시절이었다. 그러다 약 26-27년 전쯤에 개로 노루사냥을 하는 걸 처음으로 목격한 일이 있었다.
우리 마을 입구의 동산 밑에 제법 큰 바위가 있어 겨울이면 우리는 그 바위 밑에 모여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옹기종기 모여 놀았다.
하루는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바위 밑에 모여 놀고있을 때 길 건너 밭으로 걸어오는 노루가 보였다. 우리는 노루여! 하고 달려나갔다.
노루는 지쳐있는지 걷는 것도 힘들어했다. 몇 걸음 걷고 멈추어 뒤를 돌아보는 행동을 반복하며 우리가 가까이 가도 도망칠 힘이 없어 가만히 서있는 노루를 우리는 발길질을 하여 노루를 쓰러 틀이고 다들 노루를 잡았다고 좋아들 할 때였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한 아저씨가 두 마리의 개를 데리고 달려와 우리들이 잡은 노루를 내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버티자 그 아저씨는 우리에게 노루의 사연을 이야기하여 주었다.
자기는 보전리에 사는 사람이며 이 개들이 오전부터 노루를 쫓아 이제 노루가 지쳐 막 잡으려는 순간에 우리가 공교롭게 근방에 있다 잡은 것이니 이 노루는 당연히 자기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우리는 노루를 내어주고 개를 유심히 살펴보아도 별로 특이한 것은 발견 못하였다.
개의 체구도 별로 크지 않았고 한마디로 못생긴 개였다. 당시의 진돗개 보호육성법에는 머리가 크고 꼬리가 말려 있어야하며 머리는 8각형이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처음 본 사냥개는 귀도 머리에 비하여 큰 편이었고 주둥이는 길어 머리가 작아 보였다.
집에 돌아와 아버님께 낮의 일을 얘기했더니 그 아저씨 성함이 한 열교씨라는 것과 옛날 사냥꾼이셨다는 것을 알았다.
긴 겨울이 지나고 봄도 지나 여름이 되었을 무렵 우리 마을의 산밑 밭들의 곡식을 노루들이 뜯어먹는다는 이야기가 펴져 나왔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노루들이 그 동안 깊은 산 속에서 세끼를 쳐 그 숫자가 늘어나 우리 마을 근방의 산에까지 내려와 사는 모양이었다.
70년도 후반에야 진도에 노루가 점차 번식을 하여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노루를 잡는 개도 탄생하였다.
열교씨의 마을은 근거리에 산세가 좋은 산이 있는 입지적 조건 때문에 노루가 많이 늘어난 것을 보고 옛날의 취미를 살려 사냥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 외 오지의 마을에서도 간혹 노루를 잡는 개가 나왔지만 그건 주인이 사냥을 가르쳐 노루를 잡는 것이 아니라 지형이 오지다보니 다른 곳에 비하여 노루도 많아 사냥에 소질이 있는 개들 자발적으로 노루사냥을 하는 개들이 나왔던 것이다.
70년도 말쯤에는 한 두 사람의 옛날 사냥꾼이 옛 향수를 못 잊어 다시 취미 삼아 사냥을 시작하였지만 대부분의 옛 사냥꾼들은 연로하시어 구경만 하셨고 80년을 지나면서 새롭게 사냥에 관심을 둔 몇몇 사람이 개를 구입하여 사냥을 배우며 진돗개의 사냥개에 눈을 떠가는 시점이었다.
허나 사냥을 제대로 배워보기도 전에 농촌에 연탄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산이 급속도로 우거지고 노루 올가미등 여러 악조건이 늘어나 이내 넉 사냥은 진도에서 시들어들고 말았다.
약 25 - 26년 전의 겨울이었다.
우리 마을 앞산의 이름이 삼당산이라 불린다. 진도에서 4번째로 높은 산이라 산줄기를 돌아가며 깊은 골짝과 몇몇 마을이 산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들리는 풍문에 삼당산에 나무하러갔다 하얀 백구가 노루를 잡는걸 빼앗아 왔다 는 소문이 여러 차래 들렸다.
어떤 개일까, 누구의 개일까, 우리 집에서는 매우 궁금해했다. 할아버지와 아 버지는 다시 노루가 성해진걸 알고 옛날의 사냥 향수를 잊지 못하여 나름대로 다시 사냥개를 구하는 중이라 귀가 솔깃한 풍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일장에 갔다오시던 아버지는 상기된 얼굴로 집에 돌아오셨다.
오늘 그 풍문이 나도는 개를 알아냈고 그 개 주인을 만나 개 값을 지불하고 왔 다는 것이었다.
나는 얘기만 듣던 사냥개를 다시 키우게 생겼구나 하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사 냥개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런 개와는 어떻게 다를까 궁금해하며 아버님께 당 장 그 개를 데려오지 왜 그냥 왔냐고 하였더니 그 개는 묶어 키우는 개가 아니 어서 그날은 그냥 구경만 하고 돌아왔지만 몇 일 내로 주인이 개를 묶어놓고 기별을 주기로 하였으니 몇 일만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하루가 여삼추라 다음날 아버지를 졸라 개를 데려오기 위하여 집을 나셨다.
개가 있는 마을은 우리 마을에서 고개를 하나 넘어가면 산줄기 저 밑에 자리잡 은 삼당리란 지명을 가진 마을이었다.
아버지의 외가가 있는 마을로 아버지의 큰 외숙과 막내 외숙은 옛날 사냥꾼이 셨지만 지금은 연로하시어 사냥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계셨다.
전날 장에서 아버지의 큰 외숙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외사촌 동생이 되시는 분 을 만나 혹시 이런 개를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 개가 자기네 마을 개고 또 개 주인과는 각별한 사이라 자기가 나서 사주겠다며 개 흥정을 성사 시켜주어 아 버지는 별 어려움 없이 개를 사셨던 것이었다.
아버지가 사두었던 개를 기르는 집은 조금하고 단출한 초가지붕의 집이었다.
사립 옆으로 제법 큰 면적의 밭에는 보리가 파랗게 겨울을 나고 있었다.
집에 들어서며 나는 개가 어디에 있나 찾았지만 개는 보이지 않고 머리가 하얗 게 센 할아버지가 우리를 맞아주셨다.
집주인이자 개 주인인 노인장의 말씀은 그 개는 밥만 먹으면 밖으로 나돌아 낮 에는 통 집에 붙어있지를 않는다며 아직 개를 매어 놓지 못한 애로 사항을 털 어놓으시며 밖에 나간 백구의 그 간의 행적을 이야기하여주시며 우리의 기다리 는 지루함을 달래어 주셨다.
하루는 이웃집 돼지세끼들이 집밖으로 몰려나와 집 옆의 밭을 갈고 다니는걸 백구가 쳐다보고 있더니 사립 옆 자기 밭으로 몰려들자 보고만 있던 녀석이 쫓 아가 돼지세끼 중 한 마리를 물어 죽이더란 것이다.
개가 어찌나 영리한지 자기 집 전답을 기억하고 있는 놈이라는 것이었다. 또 한번은 마을 사람들과 장난을 치면서 서로를 붙들고 있었는데 백구는 주인이 싸우는 줄 알고 상대편 사람에게 덮쳐든 일이 있었단다.
그 이후로는 마을 사람들은 백구가 있는 곳에서는 함부로 노인장과 장난도 못 쳤다고 하였다.
이야기를 들을수록 놈이 탐나는 생각이 들었다.
집 건너 높은 산봉우리 밑으로 번번한 솔밭이 길게 뻗어 그 숲 속에 노루가 제 법 있어 백구는 아침만 먹으면 숲으로 건너가 저녁때가 되어야 돌아온다는 것 이다.
어려서부터 묶어 키운 일이 없어 묶는 것도 걱정이라는 노인장의 말을 뒤로한 체 저녁 해가 저물기 전에 우리는 아쉬운 발길을 돌려 개 구경도 못한 체 나 는 집에 돌아왔다.
다음 날 일찍 아버지는 마을 아저씨들과 개를 묶으러가 점심때쯤 돌아오셨다.
낯선 집에 그것도 처음 묶여본 백구는 개 줄에 묶인 몸을 뒤척이며 낯선 사람 들을 경계를 했다.
할아버지는 낯설어하는 개를 달래어 개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만져보며 만족해 하시는 모습이란 개 다루는 솜씨가 능숙해 보였다.
백구는 당시의 통념과는 다른 모습의 개였다. 꼬리는 장대였으며 머리는 길어 보였다.
주둥이 또한 길었지만 개 명골은 이마의 골이 안보일 정도로 몽실하게 생긴게 힘이 들어 보였고 특히 머리 뒷꼭지 뼈가 유난히 튀어나온 머리였다.
앞가슴은 운동선수의 가슴처럼 탄탄하게 발달하여 갈비가 떡 벌어져 보였고 앞 발의 근육은 다른 개에게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할 정도로 근육이 꽈베기처럼 꼬 인 근육질이었다.
할아버지 말씀에 옛날에도 이렇게 잘생긴 개는 그리 많지 안았는데 요즘에도 이런 개가 있었다며 좋은 개를 잘 샀다는 칭찬의 말씀에 사냥개는 이렇게 생겨 야 하는구나하고 백구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살폈다.
놈이 큰 귀를 세우고 있을 때는 누가 보아도 영리하게 생겼다고 말을 하곤 했 다.
눈은 맑아 정기가 흘러 넘치고 안색은 맑은 딸기의 붉은 색을 지닌 눈이었다. 모색은 흰털에 노란색의 털이 많이 섞인 개로 모색이 별로 좋아 보이질 않았 다. 모질은 중장모로 별로 찝찝한 털손이 아니었다. 균형 잡힌 몸매는 배가 허 리에 올라붙어 배가 없어 보였고 허리는 약간 위로 휜 듯한 허리를 가진 개였 다.
백구와 낯을 익히는 동안 아버지는 또 한 마리의 개를 사오셨다.
하얀 백구였는데 암캐로 힘이 들어있어 보이는 개였지만 특징은 몽리가 있어 보이는 개였다. 설개인 백구의 벗개로 쓰기 위해 사오셨다는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할아버지는 이 개 또한 충분히 설개 노릇할 수 있는 개라며 좋아하셨다.
두 마리의 개 백구와 암캐(세리)를 데리고 산을 타보았지만 넉 사냥 경험이 없 는 나는 이야기만 듣던 노루사냥이 그리 녹녹치 않다는 걸 알았다.
노루를 만나 쫓을 때면 백구는 노루와 함께 산 고개를 넘어 멀리 가버리고 나 처럼 사냥경험이 없는 세리는 고개 마루에서 백구와 노루가 눈에서 멀어지면 돌아와 주인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백구를 앉아서 기다리다 집에 돌아오는 것이 당시 나의 사냥 실력이었다.
열심히 산을 타는 동안 백구는 온 몸에 노루 피를 무치어 오곤 하였지만 잡은 노루를 찾아보지는 못하였다.
아버지의 말씀에 의하면 백구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의 지도로 사냥을 배운 개 가 아니라 혼자 산에 다니며 짐승을 잡았고 또 거기다가 노루를 산에서 잡아놓 고 올 때면 몸에 묻은 짐승의 피를 보고 전 주인은 가축을 물어 묻은 피로 오 해하여 개를 야단치고 때리기까지 하였던 관계로 영리한 개이지만 노루를 잡아 놓고 주인을 인도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셨다.
열심히 산에 다렸지만 노루를 잡아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하루는 아버지는 나 와 아버지의 친구 두 분과 함께 사냥을 가기로 하였다. 같이 나서셨던 두 친 구 분의 아버님들도 옛날 사냥꾼들이셔서 두 분은 어렸을 적 사냥경험이 있으 신 분들이셨다.
사냥터에 도착하자 아버지의 설명을 듣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를 정하여 흩어졌 다.
개와 함께 산을 터는 것은 아버지가 맡으셨고 노루가 도망치는 예상 도주로의 산 고개에 한 사람씩 자리를 잡았다. 아버지, 나, 그리고 두 아저씨들로 이어 지는 릴레이 목 보기 사냥이 시작되었다.
백구는 혼자 다니면서 나름의 사냥노하우를 가지고있는 개로 목이 굉장히 센 개였다.
주인이 산에 들어서면 주인의 심사를 알아차리고 그 산의 밑부터 노루가 있을 법한 곳은 알아서 수색을 하고 다녀 사람의 안내는 필요 없어 주인은 어디 잘 보이는 산꼭대기에 올라가 놈을 관찰만 하고있으면 된다.
들어선 산밑과 위를 다 털어 짐승이 없으면 주인을 찾아오는데 주인이 손짓으 로 가르치는 방향지시정도는 무시하는 고집을 지닌 놈이었다.
백구는 혼자서 터득한 사냥기술은 누어있는 노루를 엿보아 덮쳐 쉽게 잡는 스 타일이 아니고 산을 거칠게 수색을 한다.
노루가 있을 법하면서 노루가 일어나지 않으면 골짝의 자갈등 돌을 일부러 굴 리고 풀덤불에서 뛰어 큰 소리를 내어 그 소리에 놀란 노루가 도망치지 않나 귀를 쫑긋 세워 주위를 유심히 살펴 도망치는 노루가 있으면 쫓고 없으면 일부 러 바스락 소리를 내는 행동을 반복한다.
놈은 장거리 사냥에는 이골이 난 녀석이었다. 뛰어난 냇줄과 잘 발달된 몸은 장거리 사냥을 뒤 받쳐주는 재산이었다.
소나무가 별로 없는 민둥산에서 노루가 도망치면 눈에 잘 보인다. 그럴 때면 백구는 노루가 도망치는 방향을 보고 앞지르는 행동을 한다. 다행이 적중을 했 을 때는 거리를 좁힐 수 있지만 예상이 빗나갔을 적에는 거리가 많이 벌어지 는 도박 같은 행동은 놈의 버릇이었다.
또 노루가 보일 때는 힘껏 쫓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계곡의 물을 찾아 목을 축 이고 천천히 뒤따라간다.
진도는 섬이라 겨울에는 마른 바람이 많이 분다. 노루가 껑충 껑충 뛰어가 흘 린 냄새는 풀에는 어느 정도 남지만 큰길을 건널 때나 추수가 끝나버린 들을 건널 때는 쉬이 냄새가 식어버려 개들이 장거리 사냥을 할 때는 잘 내를 잊는 다.
백구는 내를 달고와 논을 건널 때 내가 없으면 건너서 찾고 없으면 되돌아와 다시 찾아보는 행동을 하면서 강도 무서워하지 않고 수영으로 잘 건너 다렸다.
그날도 아버지는 백구와 세리의 산치는 행동을 보면서 그 산의 꼭대기에 오르 고 있을 때 백구가 노루를 달고 뛰었다고 나에게 소리쳐 알려주어 도주로의 목 에서 신경을 곤두세워 망을 봤지만 놈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기다렸을 때 개와 노루의 거리가 가까웠던지 노루가 큰길을 건너 옆 산 으로 들어간다는 아버지의 고함소리가 들렸다.
옆 산은 녀석들이 건넌 곳 말고는 사방이 넓은 들판으로 둘러 쌓여있어 노루 가 산을 탈수 없을 정도로 지치기 전에는 훤칠한 벌판을 건너지 않아 가만히 기다리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코스란 걸 알고 계시는 아버지의 지시로 우 리는 지금의 장소에서 녀석들이 나타나기를 목 빠지게 기다리는 동안 세리는 노루가 눈에서 보이지를 않자 주인을 찾아 아버지에게 돌아왔다.
세리가 돌아 온지 얼마의 시간이 지난 다음 건너 산 아래쪽에서 호치락 소리 가 들려 유심히 보았더니 노루가 조심스럽게 뛰어와 넓은 진털 밭을 크게 원 을 그리며 돌고 있었다.
백구와의 거리는 상당했던지 백구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노루는 크게 원을 그 리며 돌아와서는 소나무 숲의 한 나무에 몸을 기대고 그려놓은 원 건너를 바라 보며 백구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한 참을 지나 백구의 모습이 보였지만 백구에 게 노루의 함정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
소리를 지르자니 노루가 도망을 칠 것 갔고 놈이 자리에 눕지 않는 걸로 봐서 는 상당히 지쳐있는 모양인데 저걸 어쩌나 하고 가슴 조이던 아버지는 세리를 데리고 조용히 산꼭대기를 내려와 노루가 있는 곳으로 접근하여 세리에게 노루 를 보여주었더니 세리는 노루를 보고 배를 땅에 대고 딱 엎지는 것이었다.
허, 요놈 보게. 아버지는 세리의 행동에 감탄사를 내며 다음 행동을 보고는 더 욱 놀래셨다.
세리는 백구와 노루를 만나 쫓아는 봤 어도 한번도 잡아본 적이 없는 개이지 만 서둘러 들어가지 않고 노루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낮은 포복으로 멀리 원을 그리며 낮은 지형을 돌아 노루가 백구에게 신경을 쓰는 사이 노루의 위치보다 더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엿보는 것이었다.
백구는 노루가 냄새로 원을 그려놓은 곳을 코를 대고 추적하며 건너편에 도달 한 것을 보고있던 노루가 슬그머리 도망을 치려하자 아버지는 노루여! 소리를 질렀다.
소리에 노루는 놀라고 세리도 덮쳐 갈팡질팡하던 노루가 아버지 앞으로 달려들 자 아버지는 손에 들고있던 지팡이로 노루를 내리쳤다 싶은 순간 노루는 빠져 나가고 뒤따르던 세리가 대신 맞았다.
아차 하는 순간 내를 쫓던 백구가 소리를 듣고 달려와 노루와의 거리가 근거리 로 좁혀져 쫓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고함 소리를 들으며 나는 주위 경계를 잘 살폈다. 내가 지키는 곳으 로 도망쳐오는 노루를 소리질러 막을 필요는 없었다.
내가 지키는 곳을 지나면 계속 내려가는 경사진 산비탈이라 놈들을 내리 쫓게 만들어야했다.
내 앞을 지날 때 백구와 노루의 거리는 불과 20미터정도 되어 보였다. 나도 놈 들의 뒤를 따라 경사진 산을 달려가며 저 밑에서 망을 보는 아저씨들에게 노루 가 간다며 소리쳐 알려주었다.
내가 경사진 곳을 내려와 번번한 산밑 밭에 도착하자 밭 위 잔솔밭 속에서 두 아저씨의 낮은 말소리만 들릴 뿐 숲 속은 조용했다.
예감이 좀 이상하여 귀를 세우고 신경을 집중하자 미약한 노루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잡았구나. 기어이 잡았구나. 환희가 벅차 오르는 가슴을 안고 숲 속으로 들어 가 보니 아저씨 두 사람은 넘어진 노루의 발을 잡고 있고 백구는 노루의 목 을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