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가 신종 코로나(COVID 19)로 2년만에 열렸으나 여자 싱글 분야에서 시작부터 이변은 없었다. 러시아 여자 피겨 선수들이 쇼트프로그램에서 1, 3위에 오르는 등 변함없이 '빙판의 여왕' 자리를 예약했다.
셰르바코바,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 쇼트프로그램에서 선두/얀덱스 캡처
그러나 오랜만에 경기에 나선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흥분과 긴장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해 엉뚱한 실수를 하는 등 경기력은 기대에 못미쳤다는 평가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에릭슨 글로브에서 열린 2021 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첫날 경기 쇼트프로그램에서 러시아의 안나 셰르바코바는 81.00점을 얻어 1위에 올랐다. 2위는 일본 여자 싱글 간판 키히라 리카(79.08점), 3위는 78.86점을 받은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러시아)다.
하지만 러시아 언론의 기대를 모았던 알렉산드라 트루소바는 64.82점을 얻어 12위에 그쳤다. 그녀의 추락은 에테리 투트베리제 코치에게서 빼앗아 오다시피한 예브게니 플류셴코 새 코치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조짐이다. 오랜만에 큰 경기에 나선 트루소바에게 너무 욕심을 부렸다는 것이다.
현지 언론에는 대회 개막전 트루소바가 연습 중에 쿼트러플(4회전)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하는 등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알렉산드라 트루소바, 선수권 대회 연습에서 4회전 점프 실행/얀덱스 캡처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세계 여자 피겨계를 장악했던 '러시아 3인방' 중 선두주자인 알료나 코스토르나야는 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와는 달리 러시아 대표 선발에서 탈락, 대회에 출전조차 못했다.
코스토르나야는 2019~2020 시즌 ISU 그랑프리 2개 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 유럽선수권대회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내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신인 선수에게 주는 ISU 스케이팅 어워즈 신인상은 받았다. 그러나 지난해 소속팀 변경 스캔들과 코로나 확진 등으로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서 러시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여자 피겨 선수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소속팀 변경'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3인방' 중 코스토르나야와 트루소바가 전격적으로 투트베리제 코치를 떠나 플류센코 코치에게로 옮겨 갔으나, 코스토르나야는 러시아 대표 선발에 탈락한 뒤 투트베리제 코치에게 되돌아갔고, 트루소바는 이번 대회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플류센코 코치는 트루소바에게 '맞춤형 기술' 전수에 실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트루소바의 불안한 착지 연속 장면/동영상 캡처
방역 수칙에 따라 무관중으로 치러진 이번 대회는 선수들에게도 어색했던 모양이다. 셰르바코바는 경기 후 "관중의 존재가 중요하다"며 "(분위기가 달라) 더욱 긴장되고 흥분됐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게 잘 풀려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수 개개인의 경기가 끝난 뒤 빙판위로 꽃다발이 쏟아지는 장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관중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팬들의 환호에 답할 일이 없는 선수들은 무표정하게 출구로 향했다.
한편 한국 여자 피겨를 대표하는 김예림(수리고)과 이해인(세화여고)은 이날 경기에서 각각 5위와 8위 자리에 오르면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쿼터 2장 이상 획득 가능성을 높였다.
한국 여자 피겨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김예림은 완벽한 연기로 자신의 ISU 공인 최고점(2018년 9월)을 4.18점 경신한 73.63점으로 상위권에 올랐다.
이번 무대가 ISU 시니어 데뷔전인 이해인(세화여고)은 일부 실수가 있었지만, 무난하게 연기를 끝냈다. 68.94점으로 8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26일(현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첫댓글 게시물을 수정했습니다. 셰르바코바와 트루소바 사진을 착각해 엉뚱한 글이 나갔네요.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앞으로 좀 더 철저하게 챙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