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차전은 엔씨 기세에 많이 눌린 게임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했거든요.
3회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엔씨였죠. 아섭이가 홈런을 때리며 점수를 선재했지만 곧이어 4회말 큰거 한 방이 아닌 김경문 특유의 끈적끈적하고 집요한 야구로 한 점을 따라붙더군요. 모창민의 린드블럼을 물고늘어진 안타- 안타에 이은 도루, 스쿠어링 포지션 때 권희동의 적시타로 금세 한 점. 그리고 오늘도 그런 분위기인가? 오늘도 쭉 저럴겨?
롯데는 3차전까지 루상에서 누구랄 것도 없을 만큼 먹튀 타선들이었죠. 특히 타율은 높은데 득점권에서 허덕이는 이대호를 비롯해 거의 모든 타자들이 주자 앞에선 고개를 숙였거든요.
오늘은 <누가 뭐래도> 손아섭이지만 그 앞에 롯데의 침체된 분위기에 불을 지핀 건 번즈였습니다. 단타를 2루타로 만드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내가 보는 번즈는 플레이가 늘 인상적입니다. 무엇보다도 번즈의 장점은 자기 플레이에 거침이 없다는 거죠. 시즌 내내 롯데에서 워낙 잘 했으니 어떤 플레이를 해도 망설임이나 거침이 없더군요. 과거 로이스터 감독 때 플레이오프에서 2루수 조성환은 중요한 시기마다 에러를 했던 걸 지금도 잊지 않고 있거든요. 그것도 연달아서 에러를.....에러를 떨쳐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낙천적인 성격이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볼 때 번즈를 보면 다저스의 터너가 생각납니다. 투수들 중 터너 만큼의 엄청난 수염을 기른 선수가 있는 반면 타자들은 그런 경우가 별로 없거든요. 메이저리그에서 투수 아닌 타자들이 저 정도로 수염을 안 기르는 이유는 플레이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죠. 아무튼 그런 남 눈치 안 보는 터너라는 사람은 매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의 플레이도 보면 플레이가 시원시원하고 거침이 없거든요.
나는 번즈를 그렇게 봤습니다. 수비 하나 보고 롯데에 픽업이 되었는데 그게 아니라 공수주에서 아주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5회, 문규현 3루 땅볼 때 또 번즈는 3루까지 진루합니다. 저 정도의 3루 땅볼에 3루까지 허를 찌르는 센스! 그리고 이어지는 득점. 바뀐 투수 원종현에게 신본기가 행운의 내야 안타를 터트렸거덩요. 그동안 원종현은 포스트시즌에서 퍼펙트하게 롯데 타선을 틀어막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임자 만난 거네요.
아마도 벼랑 끝에 몰린 롯데 선수들의 <이번엔 질 수 없다>는 의지가 주효했던 거라 봅니다. 이어진 타자 전준우도 마찬가지로 행운의 내야 안타가 터졌고 이역시 도망가는 점수로 이어집니다. 야구만큼 말로 설명하기 힘든 스포츠가 또 있을까요? 정말 희한한 게 야구란 스포츠입니다. 신본기에게 던진 원종현 투구는 실투였습니다만 신 선수, 그 좋은 볼을 3루수 내야 땅볼로 만듭니다. 그런데 웃기는 건 헛맞은 타구는 마치 기습번트를 댄 것처럼 3루 라인을 타고 대굴대굴 구릅니다. 그 사이 번즈, 홈인! 참 애매한 적시타였습니다. 롯데의 '질 수 없다는 굳은 의지+행운'이 따른 연이은 적시타였습니다. 야구란 그런 겁니다.
포스트 시즌 내내 전준우가 맞나 싶을 만큼 전준우 본연의 뜬 공을 양사해내지 못 하더군요. 계속 땅볼을 치며 그러잖아도 침체된 분위기에 부채질하던 전준우였거덩요. ㅋㅋㅋ
주자 2명인 상황에서 손아섭이 3점 홈런을 쏘아올립니다. 빅이닝을 이번 시리즈 처음으로 만들어내는 롯데입니다.
이보다 4회 솔로 홈런 때 스윙을 하고 1루로 튀어나가는 손아섭을 클로즈업한 슬로모션이 있습니다. 그는 피가 끓는 사람입니다. 어떻게 저렇게 파이팅이 넘칠까? 그는 스윙 후 1루로 튀어나가며 이렇게 뇌까립니다. '제발....제발....넘어가라 넘어가라 넘어가라....'
투지가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악바리란 말 밖에 해줄 말이 없네요.
롯데는 5회만에 이렇게 4점이라는 격차의 점수를 벌이며 엔씨의 반격을 제대로 잠재우게 됩니다.
특이한 장면은 7회 전준우의 솔로 홈런이었습니다. 약관의 구창모 투수를 무던히도 괴롭힌 전준우, 9구를 스윙했지만 스윙으로 판정, 아웃. 그러나 비디오판정을 요청하는 전준우. 그런데 판정이 뒤집어지네요. 파울로 교정되며 다시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어지는 10구를 통타하여 전준우 다시 점수를 6점으로 벌이는 솔로 홈런을 쏘아올립니다. 롯데 타자들의 불굴의 투지가 비디오에게도 심금을 울렸나 봐요. ㅋㅋㅋ 손아섭 만큼 린드블럼은 오늘 좋은 투구를 보여줬습니다. 득점의 지원을 받자마자 공을 마구마구 쉽게 쉽게 던져 아웃카운트를 늘려나가더군요. 야구는 정말 멘탈스포츠입니다. 투수들은 대체 왜 기세가 눌리면 저런 과감한 볼을 던지지 못 하는가 말이죠. 그래서 사람이죠.
사람의 마음은 이렇게 단순합니다. 이기면 기분 좋고, 지면 화가 나고.....
기분 좋은 밤 시간입니다.
아참, 상대 선발 최금강 투수의 볼도 오늘 참 좋았습니다. 다만 운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5차전?
에라 모르겠다 아무나 이겨라.
첫댓글 저는 야구에 관심 없지만, 남편은 수요일 경기에서는 실망, 어제 경기 보고는 "음하하하~"하고 좋아하더군요^^
제가 내린 결론은 누가 올라가도 두산에게 발린다입니다.
그래도 눈물을 머금고 엔씨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