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진 스님(단지불회 회주, 전 봉은사 주지)이 주석처인 월악산 보광암에서 행한 부처님오신날 설법 내용이 한국불교의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우려, 그리고 불자들의 바람직한 신행 방향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명진 스님의 설법 내용을 단지불회 회원인 보명 거사가 정리해 단지불회 홈페이지에 올렸다. 명진 스님의 법문을 옮겨 게재한다. 편집자
오늘은 불기 2557년 부처님오신날입니다.
지금 부터 2500 여 년 전에 부처님이 사바세계에 사람의 몸으로 나투어 오신 날입니다.
부처님은 본래 무래 무거 무주라, 온 바도 없고 간 바도 없으며, 머무름 바도 없다 했거늘 부처님이 세상에 어떻게 오셨다는 것입니까? 여러분이 이러한 물음을 통하여 스스로 탐구하는 것에 불교의 핵심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서울에서 이른 새벽밥을 먹고서 출발했지만 연휴로 길이 막혀 5~6시간이나 걸리는 생고생을 마다않고 이 먼 월악산 보광암에 오셨는데, 여러분은 왜 무엇 때문에 이곳에 오셨습니까?
왜 나는 여기 월악산 골짜기에 있는가? 무엇 때문에 왔을까? 이렇게 쉼 없이 묻고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는 종교가 바로 여러분들이 믿는 불교입니다. 불자라면 항상 성찰하면서 이러한 물음을 놓치지 않아야 됩니다. 과학을 비롯한 모든 학문에서는 물음에서 출발합니다. 우리 불교의 오묘한 맛은 이러한 물음을 근본으로 하는 세계 유일의 종교라고 하는데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불제자라는 데에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하고 그에 걸맞은 생각을 하고 말과 행동을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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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오신날 월악산 보광암에서 설법하고 있는 명진스님. 사진=단지불회 제공
세계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달라이 라마 스님이 세계적 석학들이 모인 자리에서 “스님은 수행을 많이 하시니 항상 집중이 잘 되고 공부도 잘 되지요?”라는 어느 분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달라이 라마 스님은 손을 내 저으면서 “아이구, 그런 소리 마세요, 온갖 망상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제 배가 고픈데 밥 먹고 이야기합시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고 그 분을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그 분에게는 어떤 벽을 느끼지 않습니다. 흔히들 유명인이 되면 자신도 모르게 아집과 이념, 권위에 물들게 되는데 그 분은 언제 어디서나 어떤 경계에서나 걸림이 없고 물 흐르듯 하는 그 분의 자연스런 모습에서 세상 사람들은 가슴에 큰 울림을 느끼고 존경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저 역시 오늘은 새벽 5시경에 아침밥을 먹었는데 지금 배가 고픕니다. 벌써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으니 서울에서 새벽밥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이곳 보광암에 오신 노 보살님들은 허기가 더욱 심할 것 같습니다. 사람은 늙으면 배고픔을 견디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밥부터 먹고 법회를 시작하면 어떻겠느냐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일년에 단 한번 뿐인 부처님오신날이라 배가 고파도 좀 참으시고 여법하게 법요식을 하도록 했으면 합니다. 여러분들도 참을 수 있지요?
(모든 대중들이 “예”라고 대답)
도대체 종교란 뭘까? 꼭 그걸 믿어야 되느냐! 꼭 절에 가야하고 교회에 다녀야 하는가? 종교를 믿으면서도, 불교를 믿으면서도 세상을 악하게 물들이는 출가한 스님들도 많고 종교지도자도 많은 세상입니다. 가톨릭 교황은 관례에 따라 선종해야 그 후임을 선출하지만 이번에는 세상에 드러나면 너무나 부끄러운 일 때문에 살아생전에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교회에, 사찰에 돈 많이 갖다 바친다고 극락가고 천당에 가는 것이 아니라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바르게 살고 불우한 이웃을 보살피고 사회 정의를 위해 헌신한다면 바로 그런 분들이 의인이요 마땅히 극락가고 천당에 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왜 종교를 믿어야 하는가? 어떻게 믿고 행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서 지혜가 생기고 자비로운 실천을 하게 됩니다.
오늘 여러분들이 초여름의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에서 머나 먼 이곳 보광암까지 찾아온 이유도 지혜롭고 자비로운 문수보살의 지혜를 얻고자 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럼 어떻게 지혜를 얻을 것인가? 얼마 전 조계사에서는 오늘 날 내로라하는 선승들이 나와서 간화선 대법회를 개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모든 스님들이 “간화선만이 최상의 수행법”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을 보고 기독교인들이 “오직 예수”라고 소리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 가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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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스님이 관욕의식을 집전하고 있다. 사진=단지불회 제공
얼마 전 전 국민들의 종교인구 통계를 보면 기독교인들은 옛날보다 그 비율이 높아졌으나 불교 인구는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불교가 죽어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간화선 수행을 열심히 하면서도 “간화선이 최고다”라고 약장사처럼 떠들지 않았어도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타 종교를 믿는 사람들 보다 훨씬 많았는데 “간화선이 최고다”라고 선전하는 요즘에는 오히려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 이런 불교의 위기는 우리 스님들의 잘못된 형태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자식이 자기 엄마가 진짜로 자신을 사랑해 주고 잘 해주고 있다고 떠들고 다니는 것을 본적이 있습니까? 정말로 친엄마이고 잘 해 준다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이웃 사람들이 알게 되고 믿게 되는 것이지 선전을 잘 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 아니고, 설사 그렇게 하여 일시적으로 속일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 들통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나는 법문에서 간화선이 최고이므로 간화선을 하라고 여러분들에게 말 한 적이 없습니다. 다만 간화선적인 법문을 통하여 자연스레 간화선을 접할 수 있도록 할 뿐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여러분들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진리를 구하고자 하는 사람은 부처님의 가르침이든, 조사의 말씀이든 그 가르침이 올바르고 맞는 것인가를 스스로 판단하고 탐구하며 수행해야 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체적 삶속에서 간화선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그 건 간화선도 아니요, 공염불에 불과한 것입니다. 불제자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을 탐구하고 올바르게 수행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행하고 수행자다운 삶을 살아갈 때 간화선도 살아나고, 한국 불교가 살아 날 수가 있을 것이며, 그 때 비로소 우리 젊은이들도 불교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아까 주차장에 내려가 만난 분들 중에서는 멀리 안동에서 오신 분도 있고 원주에서 오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겠지만 원주 치악산에는 유명한 구룡사라는 큰 절이 있고 안동에도 봉정사라는 유명한 절이 있습니다. 특히 봉정사는 내가 한 때 머물며 수행하던 곳인데 도반 스님의 병환을 다스리기 위해 소머리를 삶아 먹여 목숨을 살린 곳으로 저하고도 인연이 있는 절입니다. 이렇게 멀리서 찾아오시는 신도님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안타깝게도 한국 불교가 권력의 시녀가 된지가 오래 됐습니다. 엊그제 불교매체 기자가 찾아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지금 조계종단이 자성과 쇄신 5대 결사를 시작한 게 언제입니까? 문수 스님이 소신공양까지 하면서 4대강 공사를 반대할 때에도 조계종단은 애써 눈감고 반대운동에 나서지 않더니, 막상 자신들이 이해가 걸려있는 템플스테이 예산이 깎이게 되자 갑자기 4대강 공사 반대 운동에 적극 나서고 산문까지 걸어 잠그고 정치인들 출입도 막았습니다. 또 그 당시에는 10년이든 20년이 걸리든 자력으로 템플스테이 불사를 하겠다고 큰 소리 치더니 집권세력들이 다시 돈 몇 푼 쥐어주니까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4대강 반대운동도, 산문 폐쇄도 없었던 것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본 국민들과 불자들이 어떻게 한국불교를 신뢰하고 따를 수 있겠습니까?
또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려고 이때 내놓은 것이 바로 오늘 날까지 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 5대 결사 운동이니, 그 운동이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
오늘 날 한국불교의 위기는 바로 이러한 조계종단의 형태에 그 원인이 있는 것인데 이걸 바로잡을 생각은 없이 간화선 최고 운동을 한들 추락한 위신을 회복할 수 없고 위기를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작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회에서는 제가 조계종단 승려들의 도박 사건으로 인해 부처님오신날이 부처님 우신 날이 되었다고 한탄 하였지만 1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도 달라진 게 별로 없으니 가슴 한쪽에 체증이 오고 있습니다.
올해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어느 분의 도움으로 조계사 인근에 사무실을 열었는데 불교계 매체들과 불자들이 총무원장 선거에 나서는 것인지 퍽 궁금해 하는 것 같습니다. 조계종단은 작년 도박사건 이후 각 계파를 해체한다고 했지만 오히려 계파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습니다. 화엄회, 무량회, 무차회, 보림회에 이어 도법 스님의 도법회가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계파 조직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조직도 없고 돈도 없어 아무런 실질적인 힘도 없는 제가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든 안 나가든 선거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인데도 불교매체에서도, 불자들에게도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 오늘 날 조계종단의 문제가 무엇인지 드러나고 있는 것 같아 서글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제가 총무원장 선거에 나가는 것도, 안 나가는 것도 인연 따라 이루어질 뿐입니다.
지난 5년간 이명박 정권에 대해 제가 감옥에 갈 각오를 하면서 혹독한 비판을 했었습니다. 애초부터 이명박은 전과 14범으로 대통령 될 자격조차 없는 사람이고 이런 사람이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제가 예견한대로 국정을 계속 파탄 내는 것을 보고 도저히 가만두고만 볼 수가 없었습니다.
요 근래 들어 여러 사람들이 저에게 이명박 정권은 그렇게 혹독하게 비판하더니 왜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이유를 물어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아직까지 실체적인 범죄행위가 명확히 드러난 것도 아니고 해서 1년 정도는 지켜봐야 될 것 같고 또 국정을 잘 해 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통령이 국정을 잘 하지 못하면 대통령도 불행하게 되지만 우리 국민들이 너무
힘들게 됩니다. 대통령이 잘 해야 우리 국민들이 편하게 살 수 가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틱 낫한 스님이 방한하여 새로운 방편으로 불교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버드대를 졸업한 현각 스님이 서양불교를 전하고 있습니다. 현각 스님은 제가 존경하는 숭산 스님의 제자입니다. 이와 같이 한국의 조계종단이 제 역할을 못하니 서양 불교가 역수입 되고 있습니다. 아마 이런 추세로 가게 되면 해가 갈수록 한국 불교는 국민들의 외면 속에 더욱 왜소화되고 소멸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오직 예수” 운동과 같은 식의 “간화선만이 최고”다 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지난해 조계종 스님들의 도박 파문으로 시끄럽게 되자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국민들 보란 듯이 천막을 치고 참회 108배 릴레이 운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108배 참회하려면 법당 내 부처님 앞에서 열심히 하면 되지 굳이 밖에서 ‘보여 주기’식 속 보이는 짓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참여하는 스님도 없어서 재가 신도들이 하도록 했었습니다. 왜 스님들이 잘못을 했는데 재가 신도들이 해야 합니까? 승려들이 뭐가 두려워서 권력에는 비루하게 아부하고 부도덕한 권력에 탄압당해 고초를 겪는 국민들을 외면하고 불우한 이웃들에 대해서는 왜 위로하지 못하고 따뜻하게 손을 내밀지 못합니까?
부처님 제자가 오히려 악업을 행하여 불법을 훼손하고 한국불교를 망치고 있습니다. 한 때는 제가 아무리 힘들게 노력해 본들 종단 현실이 변하지 않고 94년 조계종단 개혁의 일선에서 일한 업보도 있고 해서 이생의 인연은 이 것 뿐이 아닌가 생각하고 조용히 수행에만 전념하고 은 거 할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 스스로의 원력으로 새롭게 출범한 단지불회 2기를 보면서 다시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단지불회 2기가 출범한 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부처님오신날 법회입니다. 따뜻한 한국사회와 맑고 지혜로운 한국불교 희망의 씨앗을 오늘 여기 보광암에 모이신 분들과 또 사정상 부득이 이 자리에 동참하지 못한 단지불회 회원 여러분들이 스스로 원력을 모아 뿌렸습니다. 비록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원력이 청정한 기운을 일으켜 한국사회와 불교의 앞날을 밝게 하는 희망이 되어 줄 것을 믿습니다.
뜻 깊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이 곳 보광암에 서원의 등과 이웃을 위한 등을 달아주신 여러 신도님들의 염원이 세상의 어둠을 밝히고 이웃들의 고통을 끊게 하여 슬픔과 눈물을 닦아 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온 세상 중생들의 행복을 축원하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