獄中作(옥중작) — 옥중에서 짓다
김창숙(金昌淑, 1879~1962) 현대의 유학자·독립운동가·정치인. 자는 문좌(文佐). 호는 심산(心山)·벽옹(躄翁). 김구와 함께 민족분열을 막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이승만 정권 때는 독재를 막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 성균관대학교 초대 총장에 취임하였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이 수여되었다. 저서로는 《심산만초》와 《벽옹만초》이 있다.
牢窓鬱鬱不堪眠 況復櫻花爛熳天
뇌창울울불감면 황부앵화난만천
可惜三春餘幾日 還嗟一病臥多年
가석삼춘여기일 환차일병와다년
痴魂每越遼山外 歸夢頻驚洛水邊
치혼매월요산외 귀몽빈경낙수변
笑殺重重羅網裡 奮身安得駕飛船
소살중중라망리 분신안득가비선
감옥 창가에 답답한 마음으로 잠조차 이루지 못하는데,
하물며 다시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날이 아닌가.
아름다운 봄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음을 애석해하고,
한 번 병든 몸으로 여러 해 누워 지냄을 다시 탄식한다.
어리석도록 집요한 내 넋은 언제나 요동의 산 너머를 넘나들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은 낙수 가에서 자주 놀라 깨어난다.
겹겹이 둘러친 그물 속에 갇힌 신세가 우습기만 한데,
어찌 몸을 떨쳐 날아가는 배를 타고 벗어날 수 있으랴.
- 牢窓(뇌창): 감옥의 창.
- 鬱鬱(울울): 마음이 답답하고 우울함.
- 爛熳(난만): 꽃이 한창 흐드러지게 핀 모양.
- 三春(삼춘): 봄의 석 달, 또는 봄철.
- 痴魂(치혼): 한곳에 집착하여 떠나지 못하는 넋.
- 遼山(요산): 요동 지방의 산. - 洛水(낙수): 낙수라는 이름의 강물.
- 羅網(나망): 그물. 여기서는 일제의 감시와 감옥.
- 飛船(비선): 날아가는 배. 자유롭게 떠나고 싶은 소망.
심산은 독립운동하다가 1927년 중국 상하이에서 일제 경찰에 체포되었으며, 이후 대구형무소와 대전형무소 등에서 옥고를 치렀다. 이 작품은 이때(정묘년 1927년) 지은 시다. 이다.
이 시는 봄날의 아름다운 자연과 감옥에 갇힌 자신의 처지를 대비한 작품이다. 벚꽃이 만발한 봄은 자유로운 세상을 상징하지만, 시인은 감옥에서 병든 몸으로 세월을 보내고 있다.
특히 5·6구에서는 몸은 감옥에 갇혀 있으나 정신만은 먼 산과 고향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의 비선(飛船)은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자유의 의지를 상징한다. 개인적인 고통을 넘어 독립운동가의 굴하지 않는 정신이 드러난 작품이다.
성주의 한강 정구와 동강 김우옹, 응와 이원조의 시에 이어 일제강점기를 살다 간 심산 김창숙의 우국 한시 세 편을 살펴보고자 하여 그 첫 번째로 ‘獄中作’을 소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