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ee quarks for Muster Mark! Sure he has not got much of a bark And sure any he has it's all beside the mark.
마크 씨에게 세 쿼크를! 물론 그는 변변한 돛단배가 없고 물론 있긴 있는 것도 다 얼토당토않다네. - 제임스 조이스, ‘피네간의 경야’
1929년생으로 올해 84세인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은 입자물리학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천체물리학에서 블랙홀이라는 용어가 대중의 호기심을 끄는 끈다면 입자물리학에서는 쿼크(quark)라는 말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쿼크라는 용어를 만든 사람이 바로 겔만이다. 불과 14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예일대에 입학한 영재 겔만은 경이로운 수학재능과 물리학 직관으로 1951년 22살에 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뒤 세계 최고의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있는 칼텍 물리학과의 교수가 된 겔만은 11세 연상인 스타과학자 파인만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끼면서도 탁월한 업적을 내놓기 시작한다.
1950년대에는 입자가속기 실험에서 수많은 새로운 입자들이 검출돼 ‘입자동물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는데,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이들의 존재를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을 찾고 있었다. 겔만은 놀라운 통찰력과 수학기법을 동원해 이 일을 멋지게 해치웠는데 바로 기묘도(strangeness)와 팔중도(Eightfold Way) 이론이 그것이다. 이 용어들 역시 겔만이 만들었다.
기묘도는 다양한 입자를 분류하기 위해 겔만이 제안한 새로운 양자수로, 양성자나 중성자처럼 흔한, 즉 ‘기묘하지 않은’ 입자는 기묘도가 0이고 시그마나 에타 같은 낯선 입자는 기묘도가 -1 또는 -2다. 팔중도는 다양한 중입자(baryon)와 중간자(meson)가 전하와 기묘도를 각각 축으로 한 좌표에서 8곳의 위치에 놓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이론으로, 수학의 군론(group theory)를 도입해 생각해냈다.
팔중도를 연구하던 겔만은 중입자가 기본입자가 아니라 다른 입자 세 개로 이뤄진 입자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럴 경우 중입자를 이루는 입자는 정수가 아닌 분수전하, 즉 1/3이나 2/3를 지녀야 함을 깨닫는다. 이론물리학자 한두 사람이 중입자가 기본입자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긴 했지만 여기에 분수전하까지 더했으니 당시 물리학자들에게는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겔만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간자의 경우 분수전하를 갖는 입자와 그 반입자로 이뤄졌을 거라고 추측했다.
겔만은 1964년 2월 별로 유명하지 않은 학술지 ‘피직스 레터스’에 ‘중입자와 중간자의 도식적 모형(A schematic model of baryons and mesons)’이라는 제목의 두 쪽짜리 짧은 논문을 발표한다. 기묘도와 팔중도 발표로 이미 거장 대우를 받는 그였지만 너무나 과격한 주장을 담은 이 논문을 ‘피지컬 리뷰 레터스’ 같은 일급 저널에 보냈다가는 실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겔만이 아일랜드의 작가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 ‘피네간의 경야’의 한 구절에서 따와 작명한 쿼크(조이스가 부피 단위인 쿼트(quart)를 변형해 만든 단어)에 대해 파인만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무시했지만 수년 뒤 입자가속기 실험에서 양성자에 뭔가 내부 구조가 있는 것 같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쿼크는 점차 관심을 끌기 시작했고, 마침내 1970년대 초 겔만은 쿼크가 어떻게 중입자와 중간자를 이루는가를 명쾌하게 설명한 ‘양자색역학(quantum chromodynamics, 줄여서 QCD)’을 제안한다.
겔만은 쿼크와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입자인 글루온(gluon)을 도입한 뒤 이들이 각각 색을 지니고 있다고 가정했다. 즉 쿼크는 기존의 전하 말고도 색전하라는 물리량도 갖고 있는데 빨강, 녹색, 파랑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중입자나 중간자에서 쿼크의 색은 드러나지 않는다. 빨강, 녹색, 파랑 빛이 합쳐지면 흰빛이 되듯이 중입자를 이루는 쿼크 3개는 서로 색전하가 달라 중화된다.
예를 들어 양성자는 전하가 +2/3인 업쿼크 두 개와 전하가 -1/3인 다운쿼크 하나로 이뤄져 있는데 이들 쿼크는 서로 색이 달라야 한다. 한편 중간자에서는 쿼크와 반쿼크의 색이 서로 상쇄된다. 참고로 반쿼크는 반빨강(청록), 반녹색(분홍), 반파랑(노랑)의 색전하로 이뤄져 있다.
미술의 색채이론처럼 보이지만 사실 여기서 말하는 색전하란 추상적인 물리량을 이해하기 쉽게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비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무튼 양자색역학의 등장으로 중입자와 중간자의 구조와 종류를 명쾌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됐고, 왜 쿼크 2개로 이뤄진 입자가 존재하지 않는지(색전하를 중화시킬 수가 없다) 이해하게 됐다. 결국 1973년 가을 파인만은 자 신이 ‘아주 독실한 쿼크 교도’라고 개종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데이터가 가짜일 가능성은 350만 분의 1 미만
양자색역학이 나오고 쿼크가 대중에게 익숙한 이름이 된지도 40년이 지났지만, 사실 양자색역학은 쿼크가 만들 수 있는 입자를 제대로 예측할 수 없는 이론이다. 즉 양자색역학은 색 중화가 안 돼 불가능한 조합은 예측할 수 있어도, ‘쿼크 2개, 반쿼크 2개로 이뤄진’(따라서 색 중화 조건은 만족시키는) 입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최근까지 대다수 물리학자들은 중입자나 중간자가 아닌 새로운 쿼크 조합의 입자가 존재한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데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 6월호에 쿼크 4개(정확히는 쿼크 2개와 반쿼크 2개)로 이뤄진 입자가 존재함을 강하게 시사하는 실험결과를 발표한 논문 두 편이 나란히 실렸다. 중국 베이징전자양전자충돌기에 있는 BESIII공동연구팀과 일본 고에너지가속기연구기구에 있는 벨(Belle)공동연구팀은 각각 전자 양전자 충돌 실험에서 생성된 입자를 분석한 결과 쿼크 4개로 이뤄진 ‘Zc(3900)’이라는 입자의 존재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Zc(3900)은 워낙 수명이 짧아 만들어지자마자 다른 입자로 붕괴됐지만, 그 과정에서 검출기에 흔적을 남겼다는 것이다. Zc(3900)은 중간자인 파이온(π+ 또는 π-)과 제이/프사이(J/ψ)입자로 붕괴한다. 양전하 파이온(π+)은 업쿼크와 반다운쿼크, 음전하 파이온(π-)은 다운쿼크와 반업쿼크로 이뤄져 있다. 제이/프사이입자는 참쿼크와 반참쿼크로 이뤄져 있다.
BESIII공동연구팀은 Zc(3900)으로 추정되는 입자가 붕괴된 과정으로 보이는 데이터를 307건, 벨공동연구팀은 159건 검출했다고 발표했다. 벨공동연구팀에 따르면 이 데이터가 가짜일 가능성은 350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입자가 진짜 쿼크 네 개로 이뤄진 입자(tetraquark)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즉 진짜 입자가 아니라 D중간자 두 개가 일시적으로 붙어있는 상태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D중간자는 참쿼크와 업쿼크 또는 다운쿼크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참쿼크-반업쿼크로 이뤄진 D중간자와 반참쿼크-다운쿼크로 이뤄진 D중간자 쌍이 Zc(3900)이라는 것이다.
이번 실험결과에 대해 미국 피츠버그대학 물리학과 에릭 스완슨 교수는 “쿼크 4개로 이뤄진 입자가 진짜 존재한다면, 새로운 종들을 맞이하기 위해 입자물리학 동물원을 확장해야 할 것”이라고 촌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