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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25번째 천만 영화이자 외화로는 7번째, 올해 들어서만 [극한직업],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이어 3번째 천만 영화다. [알라딘]은 개봉 첫날 고작(?) 7만 5천 명의 관객을 모았고, 심지어 1위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작은 미미했으나 끝은 창대, 아니 천만이다. 개봉 후 53일 만에 천만을 달성한 영화답게 상영관 독점 이슈 없이 역주행 롱런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천만 관객 돌파는 의미를 갖는다.
통합 전산망을 제대로 갖추고 관객수를 집계한 이후 천만 영화는 대박 흥행 이상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알라딘] 천만 돌파를 기념하며 지금까지 천만 영화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2019년 7월 15일 기준, KOBIS 통합전산망 집계 관객수)
역대 천만 영화 중 최고 관객 수를 기록한 영화는 무엇일까? 2014년 7월에 개봉한 한국영화 [명량]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그린 작품으로 아직도 깨지지 않는 1,761만 기록을 세웠다. 올해 개봉한 [극한직업]이 1,626만 명으로 추격했지만, 아직까지 [명량] 이후 1,700만 돌파 영화도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흥행을 보여줬다. 다만 대부분 해외에서는 관객수가 아닌 매출액으로 박스오피스를 만드는데, 매출액 기준이라면 [극한직업]이 매출액 1,396억을 벌어 [명량]의 매출액 1,357억을 능가해 실질적인 역대 흥행 1위가 된다.
외화로는 올해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이 1,392만 관객을 불러들여 역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 역시 매출액으로 따지면 [아바타]가 1,253억을 벌어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1,221억을 역전해 실질적인 외화 흥행 1위가 된다.
최초의 천만 돌파 영화는 2003년 12월에 개봉한 강우석 감독의 [실미도]로 1,108만 관객을 동원했다. 실미도 북파 공작원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로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많은 이 영화가 연말 흥행이 가능할지 비관적인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꾸준한 입소문으로 박스오피스 집계 이래 최초의 천만 영화로 기록되었다. 다음 해(2004년) 2월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1,17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두 번째 천만 영화가 되었다.
외화로는 2009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가 1,333만 관객을 기록하며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3D, 아이맥스, 4D 상영의 대중적인 문을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으로 기술적 성취는 물론, 산업적인 성취도 큰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 최초로 1억 달러 이상의 극장 수익을 거둔 작품이다.
역대 최단기간 천만을 돌파한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1,392만)이다. 평일임에도 13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개봉 첫날 역대 기록을 세우면서 최단기간 200만, 300만, 400, 500만 등을 돌파하며, 개봉 11일 만에 천만을 돌파했다. 개봉 4일 차에는 1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해 역대 일일 최고 관객수 기록도 세웠다.
최단기간 천만 돌파가 해당 영화에 대한 관심과 반응이 얼마나 컸는지를 나타낸다면, 가장 늦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은 롱런의 힘을 보여주는 수치다. 역대 가장 늦게 천만을 돌파한 영화는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1,051만)다. 2005년 12월 29일 개봉한 이후 66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첫날 스크린도 207 개로 역대 천만 돌파 영화 중 가장 적은 스크린을 가지고 출발했다. 당시로는 톱스타도, 개봉 전 핫이슈도 없었지만 영화가 좋다는 입소문과 N차 관람 열풍에 힘입어 천만을 돌파했다. 홍보, 마케팅, 상영관 독점 등 외부적인 요소가 아닌 오로지 작품성으로만 관객을 모은 천만이라 큰 의미를 남겼다.
최초의 천만 애니메이션 돌파 작품은 2014년 1월에 개봉한 [겨울왕국] (1,029만)이다. 2014년만 해도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디즈니보다 드림웍스가 강세를 띄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와중에 인터넷에서 [겨울왕국]의 ‘Let it go’ 영상이 화제를 모으며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이례적으로 박스오피스 개봉 주말 1위를 기록하며 흥행 청신호를 보여줬다. 이후에도 싱어롱 상영과 N차 관람, Let it go의 인기 등 이슈를 일으키며, 최초로 천만을 돌파한 애니메이션이 되었다.
평생 한 번도 힘든 천만 영화를 두 편 이상 만든 감독도 있다. 윤제균 감독은 2009년 [해운대] (1,145만), 2014년 [국제시장] (1.426만)까지, 최초로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되었다. 최동훈 감독은 2012년 [도둑들] (1,298만)과 2015년 [암살] (1,270만)로, 김용화 감독은 2017년 [신과함께-죄와 벌] (1,441만)와 2018년 [신과함께-인과 연] (1,227만)으로 뒤를 이었다.
해외 영화감독도 있다. 루소 형제는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121만)와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1,392만)으로 해외 영화감독 최초로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들었다.
아직까지 천만 영화를 세 편 이상 만든 감독은 없다. 다만 봉준호 감독이 가장 근접한 기록으로 세울 뻔했다. 2006년 [괴물] (1,091만)로 천만 영화를 만들었고 2013년 [설국열차] (953만)로 천만에 상당히 근접했었다. [기생충]이 현재 991만 관객을 동원해 천만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기에 곧 두 편의 천만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천만 영화에 가장 많이 출연한 배우에 대한 기준은 약간 엇갈린다. 단순히 출연 횟수인지, 아니면 해당 영화의 비중에 따라서인지 등으로 나뉜다. 어느 쪽이든 대체적으로 가장 많은 출연을 한 배우로(횟수로나 비중으로나) 오달수를 꼽는다. 그는 총 8편의 영화 ([괴물](괴물 목소리 출연),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국제시장], [암살], [베테랑], [신과함께-죄와 벌])에 출연했다.
출연 횟수나 비중으로 따질 때 실질적인 2위는 류승룡과 이정재다. 류승룡은 [광해, 왕이 된 남자], [7번방의 선물], [명량], [극한직업]에 4편에 출연했고, 이정재 역시 [도둑들], [암살]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 등 4편에 출연했다.
이어 송강호 ([괴물], [변호인], [택시운전사]), 유해진 ([왕의 남자], [베테랑], [택시운전사]), 하정우 ([암살], [신과함께-죄와 벌], [신과함께-인과 연])가 3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해외 배우로 보자면 [어벤져스] 시리즈 주역들이 대부분이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크리스 에반스, 크리스 햄스워스, 스칼렛 요한슨 등은 3편의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다만 조 샐다나 같은 경우 [아바타]와 [어벤져스] 시리즈에 모두 출연해 각기 다른 시리즈로 천만 영화에 출연한 해외 배우다.
시리즈가 연속으로 천만을 돌파한 작품도 있다. 외화로는 [어벤져스] 시리즈다. 1탄을 제외한 2-3-4탄이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2015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1,049만),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1,121만)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 (1,392만)을 기록했다.
상대적으로 시리즈 영화가 드문 국내에서는 [신과함께] 시리즈가 있다. 2017년 [신과 함께-죄와 벌] (1.441만), 2018년 [신과함께-인과 연] (1,227만)이다. 동시에 두 편을 제작한 프로젝트라 처음에는 위험성도 컸지만, 이미 1편에서 2편의 제작비를 모두 벌었을 정도로 한국영화에서 가장 성공한 시리즈가 되었다.
현재까지 천만 영화가 25편이 나왔는데, 천만 영화 개봉작은 예상대로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7월과 12월에 6편씩 가장 많이 나왔다. 7월 개봉작 중에는 [명량], [도둑들], [암살], [부산행], [해운대] [괴물]이 천만을 돌파했고, 12월 개봉작 중에는 [신과함께-죄와벌], [국제시장], [아바타], [변호인], [실미도] [왕의 남자]가 천만을 돌파했다.
상대적으로 12월 보다 7월의 관객 동원력이 더 대단했는데, 방학과 여름휴가가 겹친 기간이자, 스튜디오의 사활이 걸린 텐트폴 영화가 동시에 개봉해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는 점이 천만 돌파 영화가 많은 이유로 분석된다. 특히 2015년에는 [암살]과 [베테랑]이 2주 차이로 개봉했지만, 쌍끌이 흥행을 이끌며 두 작품 모두 여름 시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