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시인은 이렇게 노래했다.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고.
그가 이야기하는 오래된 것들은 이렇다.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그렇다.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사실 오래된 것이라고 하면 둘 중 하나다. 고물 아니면 골동품. 고물은 쓰레기급이고, 골동품은 문화재급이다. 출발점은 똑같이 오래된 것에서 시작해 평가에 따라 지옥과 천당으로 나뉜다. 그런데도 시인은 다 아름답다고 했다. 고물에서 골동품급 가치를 찾아내는 눈을 가졌기 때문이다.
일반인들도 그와 같은 눈을 가졌기에 그의 노래에 공감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이다. 낡고 오래된 것은 불편하고 거추장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것은 따스하다. 편안하고 아늑하고 친밀하다. 할머니의 젖가슴 같은 안락함이 있다.
그 속엔 그리운 추억, 그와 함께 펼쳐지는 이야기가 있다. 시간에 의해 빛이 바래고 비바람에 한 귀퉁이가 닳아 없어졌어도, 한 세월 같이 울고 웃던 동반자다.
서울시가 오래된 가게가 오래 가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래가게’를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을지로와 종로 일대 39곳, 올해는 용산, 마포, 서대문, 은평 서북권 26곳을 선정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개업 후 30년 이상 됐거나 2대 이상 전통 계승 혹은 대물림한 가게를 대상으로 했다. 지금은 흔치 않은 방앗간, 대장간, 책방, 이발소, 목욕탕 등 시간의 흐름과 동행하는 공간은 물론이고, 수십 년째 추억의 맛을 지켜가는 가게도 있다. 그중 몇 곳을 골라 소개한다.
<과자점>
김용안과자점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55 / 02-796-6345
내자땅콩 서울 종로구 사직로 111-1 / 02-730-7239
<경양식>
사하라 서울 마포구 만리재로15, 1층 2호 / 02-719-8338
<분식>
다락 서울 마포구 도화2길 8 / 02-706-0519
코끼리분식 서울 마포구 도화2길 3 / 02-717-9061
훼드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5길 32 / 02-323-3201
가미분식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8길 2 / 02-364-3948
만나분식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9-2 / 02-732-5101
손맛김밥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5길 18 / 02-722-8389
<다방>
독수리다방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 36 독수리빌딩 8층 / 02-363-1222
지대방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3 / 02-738-5379
학림다방 서울 종로구 대학로 119 / 02-742-2877
을지다방 서울 중구 충무로 72-1 / 02-2272-1886
<카페>
가무 서울 중구 명동4길 16 / 02-776-3141
<제과점>
피터팬1978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10 / 02-337-4775
효자베이커리 서울 종로구 필운대로 54 / 02-736-7629
태극당 서울 중구 동호로24길 7 / 02-2279-3152
<떡집>
경기떡집 서울 마포구 동교로9길 24 / 02-333-8880
낙원떡집 서울 종로구 삼일대로 438 / 02-732-5579
동양방앗간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40길 77 / 02-379-6987
비원떡집 서울 종로구 율곡로 20 / 02-765-4928
<방앗간, 떡집>
용산방앗간 서울 용산구 이촌로29길 31 / 02-798-6289
<반찬가게>
순희네 반찬 서울 종로구 창경궁로 88 / 02-2279-1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