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초기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이뤄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는 솔직히, 생중계되다시피 했습니다. 그 당시 송인택 검사장이 문무일 검찰총장을 찾아가 '무차별적인 피의사실 보도가 나오고 있다.'라고 할 정도였지만, 청와대를 비롯해 여권의 누구 하나 피의사실 공표죄나 무죄 추정의 원칙은 얘기하지 않았죠.
그런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자, 여권에서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해야 한다.'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겁니다.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피의사실 공표는 전직 대통령도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악한 범죄'라며 검찰을 향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고, 결국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좌시하지 않겠다.'라며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어제 발표된 법무부-대검의 합동 감찰 결과의 핵심은 '피의사실 유출 방지'입니다
하지만 이상하죠. 박 장관 자신이 이미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발당한 적이 있고, SNS에 공무상 비밀을 올린 임은정 검사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거든요.
오죽하면 여당 조응천 의원이 '우리 편에 대한 피의 사실 공표는 범죄고, 상대편에 대한 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공익이냐'며 쓴소리를 했을까요.
'검찰에 재갈을 물리려는 거다. 적폐 수사 때는 옳았고, 지금은 틀렸냐'는 비아냥이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 정권의 목을 붙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명 내로남불이 또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겁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법의 여신 디케는 한 손엔 법의 형평성을 상징하는 저울을, 다른 손엔 엄정한 법 집행을 의미하는 칼, 법전을 들고 있습니다. 법이 형평성을 잃을 땐, 저 칼이 어디를 향하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