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미국 여자 프로골퍼) 무대에서 활약하는 세계 렝킹 1위 유소연이 5일 사과문을 발표했다.
'저희 아버지의 일로 많은 분께 큰 노여움과 실망을 드린 점, 고개 숙여 사과 드린다'는 내용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나 부모가 자식의 비행에 용서를 구하는 경우는 있어도
자식이 부모의 잘못을 사과하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다.
유 선수의 아버지는 16년간 서울시에 세금 3억1600만원을 내지 않은 이른바 고액 체납자였다.
그는 지난달 말 말렸던 세금을 완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징수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 문자를 했다는 사실이 4일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서울시 세금징수과 직원들은 그동안 유씨에게 여러번 '유명 스타들은 기부도 많이 하니
딸에게 체납액액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해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유씨는 그때마다 '돈이 없다'며 거절했다.
결국 서울시는 지난 4월 말 1000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들의 가택 을 찾아가 강제 징수에 나섰다.
'유명 골프 선수의 아버지'로만 알려졌던 그가 유소연 선수의 부친이라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졌다.
유 선수는 지난달 26일 LPGA 투어 월마트 NW 아칸소챔피온십에서 우승하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하지만 낭보를 전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은 악플이었다.
'퍼팅 못한다고 기죽지 마세요'라고 제목이 달린 기사가 있었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국민 여러분 세금 많이 낸다고 기죽지 말고 사세요' 등의 댓글로 비아냥댔다.
아버지의 잘못 탓에 딸이 욕을 먹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유씨는 지난달 30일 체납 세금을 다 냈다.
이를 두고도 아버지를 보다 못한 딸이 우승상금으로 세금을 대신 내줬다는 말이 돌았다.
공교롭게도 유 선수가 받은 상금 30만달러(약3억4000만원)는 아버지의 세금 체납액(3억1600만원)과 비슷한 액수였다.
유 선수 아버지는 5일 아침 징수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고 한다.
통화 후엔 '어떤 말로도 용서가 안 되겠지만 술에 취해서 말과 글이 그렇게 나갔네요.
앞으로는 다시는 그런 행동 하지 않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 드립니다'라는 문자메시지도 보냈다.
담당 공무원은 '그 분의 말이 진심이라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다 잊겠습니다'고 했다.
구소영 서울시 38세금초오갈팀장은 '(유씨보다) 더 유명한 분들에게 받아야 할 세금이 아직 많다'고 했다.
작년 말 기준 1000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는 서울에만 1만5000명이다.
이들의 체납액을 다 더하면 9126억원에 이른다.
그들에게 '10년 체납'은 기본이라고 한다.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 중엔 전직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대기업 회장, 대형 병원장 등을 지낸 사회 지도층 인사도 상당수다.
납세야말로 공인이 솔선수범해야 할 의무다.
골프 여왕의 '대리 반성'이 이들에게 자성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장형태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