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일요일 개인훈련에서 쓴 맛을 봤다. ('운동화 끈을 고쳐매며..' 참조. 쩝.)
스스로 여러가지 변명을 늘어놔 본다.
1. 맞아 그때 김치찌개에 찰밥 한 그릇을 다 비우고 10분도 안 지나서 바로 달리기 시작했어.
2. 그리고 너무 추웠어. 네이버에서 알려준 기온이 좀 틀렸던것 같아. ㅡㅡ;;
3. 마지막으로 어제 저녁에 모임 갔다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셨어...
ㅋㅋ. 그러고 보니 그럴것도 같은 핑계가 술술 나온다.
아무튼 하루 지나 월요일은 마음의 각오를 새롭게 했다.
1. 식사도 운동하기 2시간 이전에 마쳤고.
2. 날씨도 너무나 따뜻하고 좋았다. (복장 선택은 OK였음)
3. 술? 일요일 밤에 술 안 마시고 편히 잘 잤다.
4. 무엇보다도 진지하게 한강변 주로 훈련에 임했다.
II.
월요일 오후1시. 여의나루역 스타트 포인트에서 동호대교 방향으로 달리기를 시작했다.
첫 1km... 5'12"... 평상시 나로서는 좀 빠른 스타트다. 그런데 별로 부담스럽지가 않다.
2km... 5'07"... 그 다음도 5'10", 5'05"...
대개 5km정도까지는 5'20"~5'30" 정도를 찍는데 오늘은 컨디션도 좋고 정신 무장도 좋다.
욕심이 마구 난다. '내친김에 광진교 찍고 오는 거야 ㅋㅋ.'
그런데 15km지점에서 오른쪽 종아리에 쥐가 난다. 허걱...
'돌아갈까? 아냐. 6km만 더가면 광진교인데... 가자. 돌아 오기야 하겠지. 갔다오면 만족스러울꺼야.'
그래서 계속 살짝 살짝 쥐 나는 다리를 이끌고 (멍청하게도) 21.0975km 지점을 턴했다.
돌아오는길 광진교-올림픽대교-잠실대교를 지나고 있다.
쥐 나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km당 시간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다.
가끔씩 쥐가 심하게 나서 멈추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가 어딘가? 아직도 잠실뻘 아닌가..
III.
결국 엔진은 잠실야구장 앞 선착장 부근에서 꺼졌다. 대략 누계로 25km 정도 된것 같다.
돈은 없고, 전화도 없고, 날도 춥고...
큰 딸에게 배운 공중전화 컬렉트 콜이 떠 올랐다.
1541-xxx-xxxx. 그래도 다행히 아이 엄마가 집에 있었다.
"나 좀 살려주라. 여기 잠실인데... 여차여차....."
너무 추워서 식당버스에 올라가서 주인 아주머니한테 사정을 이야기하고 추위좀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별로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그러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엔 옆에서 음식 먹는 사람들 보니 배가 고프다. 돈은 없지만 국수 좀 먼저 먹게 해 주십사하고 부탁한다. (참... 뻔뻔하다. ㅡ.ㅡ)
아주머니 표정이 '우스꽝스럽게 옷 입은거 하고는 뭐 이런 넘이 다 있나?' 하는 표정이다.
마지못해 국수 하나 말아 주신다. 따뜻한 국물 마시는데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아무튼 국수도 다 먹고 차편 한 구석에 눈치 보면서 찌그러져 있는데 시간이 무척 더디다.
그래도 생각보다 일찍, 전화한 후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아이엄마가 달려왔다.
너무 반가와서 거의 엉엉 울지경이다. ^^;;
차 뒷 좌석엔 혁주랑 혁찬이랑 쿨쿨 자고 있었다. '전화 받고 이 녀석들 까지 끌고 오느라고 얼마나 힘들었을까.'
오는데 아이 엄마가 옆에서 말한다. "춥고 배고프니까 마누라 밖에 없지? ㅋㅋㅋ""
"그래. 맞다. 당신 밖에 기댈 곳이 없다."
IV.
하루가 지난 오늘 화요일밤.
어제 25km 밖에 뛰지 못했는데도 허벅지도 아프고 몸이 영~ 말이 아니다.
step by step... 꾸준히 가야할 길을 짧은 콤파스로 훨쩍 뛰려하니 탈이 난것 같다.
운동화 끈을 고쳐매려 했는데...
아무리 고쳐매도 끈이 부실하면 끊어지고 마는 모양이다.
-끝-
첫댓글 총무님 말톤열정 대단하십니다. 힘든훈련 수고많으셨어요. 힘들고 배고플때먹는국수의맛~그리고눈물. 알것같고 동감입니다. 그리고 형수님과 가족의 훈훈한정. 춥고배고픈훈련이었겠지만 따뜻한 온기가느껴져요. *명언입니다~아무리고쳐매도 끈이부실하면 끊어지는....형님 넘무리마시고 컨디션조절잘하세요 ^^
목표를 넘쎄게잡지마시고 여유있게하고 달리시면 운동화끈 끊어지는일은 없을듯해요.총무님 홧팅!~
일요일날 실패는 당연한것이고 월요일날도 왜? 혼자 독립군으로 달리셨나? 클럽이 좋은것은 함께할수 있다는 장점 아닌가? 이번일을 거울삼아 다시는 무모한 도전과 어리석은 행동은 삼가하시고 훈련량이 부족하면 사랑방에 번개를 쳐서라도 동반자를 구하시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좋은글 울~님들 마니 참고 하세요!!!
박선배님 따라서 상급반 같이 올라가고 싶었는데 걍~ 중급반 지킴이로 눌러 있겠습니다. 박선배님 제 몫까지 뛰어 주세요.~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갑시다.
아~ 이사람도 멋있다 자신을 채칙질하고, 담금질을 할줄 아는사람 멋있다! 권오경! !!화이링!!
아하!! 언젠가 보았던 모자 뒤의 주머니.... 고거이 비상금 보관소라 하던데... 암튼 여기저기 주머니 달아주세요....(돈떨어져 고생해본사람만 안다,,)
재정총무님..고생 많이 하셨네요~ 초반의 적당한 페이스 조절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느끼게하는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ㅉㅉㅉ. 대방파 망신이여 망신...아! 글씨 그동안 제대로 못먹어 그렇대두...오늘 저녁 당장 통키 치킨으로 대방파 전부 집합시켜 부러~큰 누님도 꼬~옥 불러 ~
저녁시간 비울까요? 훔..약속이 미리잡혀있기는 합니다만 충분히 빠져나올수 있는자리라서 어여결정하삼~
진짜 내친김에 벙개 함 때릴까요? 동의하시는 분 몇분 모이면 정식으로 치죠 벙개.
멋있다 .. 평일 오후에 뛰는 맛은 어떤 맛인지 궁금해염 ^^ ㅡ,.ㅡ
동마의 멋진 수확을 거둘 것입니다. 너무 조급해 마시고,, 편안히 달리세요 힘
재정총무님이 돈떨어지면 어케요~ ㅋㅋㅋ 자신에 대한 채찍질~ 훌륭한 모습입니다
그런 도전 정신이 자신을 더욱 당당하게 자신있게 만드는것 아닐까....넘어지면 일어나고 담엔 꼭 완주하리라 믿어 의심치 안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