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마디 말보다 더 깊숙이 마음을 울리는 것이 있다. 때로는 길거리에 흘러나오는 음악일 수도, 스크린 위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누구도 쉽게 관심 가지지 않았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해 주고,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선입견을 거두고 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러브 온 더 스펙트럼: 미국’(이하 ‘러브 온 더 스펙트럼’)도 그렇다. 프로그램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갖고 있는 성인 남녀들이 짝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이들도 비장애인들처럼 평범한 삶을 영위하고 싶어 하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로그램의 콘셉트 자체가 편견을 깬다. ‘남들보다 발달이 늦은 자폐인들이 성인이 되고 자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에 그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싶은 마음의 크기는 비장애인보다 절대 작지 않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 속 자폐인들은 여러 사람을 만나보고, 평생을 함께할 배우자도 찾고 싶어 한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을 보고 놀라게 되는 건 자폐의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는 것이다. 자폐가 외모로 드러나는 장애가 아니지만, 출연자들을 보면 마음속 편견을 깨닫게 된다. 출연자들의 연애를 코칭하는 제니퍼 또한 자폐를 앓고 있지만 출연자 부모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다. 제니퍼는 데이트를 도우면서 늘 강조한다.
“자폐 스펙트럼인 사람들은 모두 달라요. 각자 다른 종류의 도움이 필요하죠. 우리가 원하는 건 다 같아요. 인간적인 존중과 이해 그리고 사랑받는 거죠.”
이들이 덤덤하게 털어놓는 자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가슴을 콕콕 찌른다. 출연자 애비게일은 “자폐 때문에 내가 사람이 아닌 것 같을 때가 있다. 인어공주에 나오는 아리엘이 된 기분”이라며 “평범해지고 싶고 아리엘도 인간이 되고 싶다. 근데 인간이 된 아리엘은 말을 못 한다. 나도 그런 심정”이라고 털어놓는다.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다”며 삶의 가치의 경중을 따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 우영우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자폐 스펙트럼이란 장애는 사랑의 장애가 되지 않는다. 출연자들은 정말 모두 매력적이다. 26세 여성 대니는 의사소통도 원활하고 외모도 잘 가꾼다. 애니메이션 회사를 운영할 정도로 유능하고 자신의 일에 열정적이다. 연애 경험이 전무한 33세 남성 서보드는 타인과의 관계가 조금 서툴지만 배려심이 있다. 날짜만 듣고 무슨 요일인지 알아맞힐 만큼 천재적인 학습 능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신사적인 63세 남성 스티브, 순수한 매력의 34세 남성 제임스 등이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것에 매몰돼 있는 최근 연애 리얼리티와 다르다는 것도 포인트다. 프로그램은 오롯이 사랑을 찾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초점을 둔다. 물론 이들도 자신의 배경과 상황에 따라 이상형이 있다. 그런 조건 또한 자신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인지 찾아가는 과정이다. 첫 만남에서 소개팅 상대와 키스를 나누고 만남을 지속하다가 이상형과 동떨어진 것을 알게 된 뒤 이별을 고하기도 하고, 단번에 마음을 빼앗겼다가 친구로 남자는 통보를 받고 실망하기도 한다. 그런 순수한 마음들은 잔잔하지만 따뜻하고 귀엽기까지 하다.
실제 커플도 탄생한다. 데이트를 이어오다가 관계가 발전돼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를 만든 장면은 쉽게 잊을 수 없다. 생애 처음으로 여자친구가 생긴 아들의 모습을 본 부모의 벅찬 표정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고 울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조금 느린 자폐인들이 혼자 남겨질 것을 걱정하는 부모의 먹먹한 심정이 피부로 와닿는다.
‘러브 온 더 스펙트럼’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반면 자폐를 가진 이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그래도 소수자에 대한 조명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고 감춰진 곳에 문을 두드리는 대중문화의 힘은 이런 곳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닐까.
첫댓글 나 이거 보고 자폐인들도 진짜 다를게 하나도 없다는걸 알앗어.
나는 스스로가 장애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지않다 생각했었어 사촌언니의 조카도 자폐인이기도 하고 근데 우영우 보면서 많은걸 생각하고 느끼면서 좀 스스로가 창피해짐 도대체 뭘 믿고 편견이 없다 생각한건지 .... 반성하게 되더라
외국엔 저런 예능까지 나올정돈데..
우리나라에선 우영우조차도 빠르다 하다니;;;
나는 미국편말고 호주였나 뉴질랜드였나? 그거 봤는데 결혼하는 커플편 보면서 울었어
나는 호주편만 봤는데 재탕 삼탕할 정도로 너무너무 재밌게 봤음,,,, 주변 사람들한테 다 추천하고 다녔어ㅠㅠ
좋은 다큐다 찜해뇌야지...
이 글 올려줘서 고마워 ㅠㅠ
이 글 보고나서 프로그램 보고있는데 진짜 광대 빠질거 같고 두근두근하고 설레여 엄청 순수한 사랑이야기처럼 완전 두근두근해. 미소를 멈추지 못하겠어
나 이거 진짜 재밌게 봄 ㅜㅜㅜ 넷플릭스에서 제일 재밌어 마음이 몽글몽글 자폐아분들 대하는 가족들 태도도 너무 따뜻하고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