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을 마치고
바쁜 틈새 문학회 동인들과 순천으로 기행을 다녀온 오월 하순이다. 엊그제까지 아파트 리모델링에서 싱크대와 붙박이장이 설치되면서 종료되었다. 주인이 현장에서 공사 인부들과 소통하면서 진행 상황을 살펴야 함에도 그럴 여건이 되질 못해 아내에게 미안했다. 같은 단지에 사는 초등 친구 꽃대감이 살아 마음 든든했다. 친구가 주인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도와주어 고마웠다.
리모델링을 시작하면서 스무날 남짓 사림동 원룸 임시 거처를 정해 지냈다. 공사가 끝나도 정수기와 통신회사 기사가 다녀가야 하고 청소 작업이 남아 원룸에 하루 더 머문 날이다, 베란다 창틀이 낡아 태풍이라도 불면 유리창이 부서져 지상으로 낙하할까 봐 조마조마했고 겨울이면 방한이 되지 않아 추위에 떨었다. 내부는 내부대로 여러 부분에서 낡았는데 말끔하게 단장을 마쳤다.
이번에 건령이 오래된 아파트를 리모델링하면서 같은 단지에 사는 친구의 도움이 컸다. 친구는 수 년 전 공직에서 퇴직한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 가지 않고 낡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경험을 나에게 전수해 주었다. 시공업자를 소개하면서 공시비 거품을 상당히 걷어낸 실용적인 견적을 받아 시공에 들어갔다. 공사 기간 수시로 현장에 나와 작업 진행 과장을 꼼꼼하게 살펴주었다.
임시 거처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이른 아침 리모델링을 마친 아파트로 갔다, 용역에서 청소가 이루어지는 날이라 그분들을 맞아야 했다. 정한 시간보다 훨씬 이른 여섯 시에 한 사내와 두 아낙이 장비를 갖고 방문했다. 내가 도울 일이 없느냐고 여쭈니 전혀 신경 쓰지 마십사고 해 집을 비켜주었다. 사림동 원룸을 돌아와 집으로 돌아갈 간단한 짐을 꾸려 놓고 은행 창구를 찾아갔다.
리모델링 시공업자에게 공사 잔금 입금을 처리해 주고 음료수를 사서 아파트 경비와 청소 인부들에게 건넸다. 날씨가 더워 일을 일찍 시작한다고 하더니 정오가 되기 전 청소는 마쳤다. 아내와 리모델링을 끝낸 아파트 내부를 둘러보니 새로 분양받아 갓 지은 아파트와 같은 분위기였다. 임시 거처의 짐을 집으로 옮겨 놓고 비상계단에 둔 세간들을 집안으로 들이는 일을 시작했다.
이미 낡은 가구와 오래된 옷가지들은 폐기 처분하고 보존 가치가 없는 상당한 책도 버렸다. 그러함에도 오랜 세월 때가 묻은 세간들은 그 양이 많았다. 이삿짐을 꾸리듯이 봇짐을 싸 비닐로 한 겹 더 감싸 아파트 비상 통로에 두었다. 새로 갖춘 붙박이장에 이불과 옷가지부터 옮겨 날랐다. 병약한 아내라 내가 힘을 써서 옮겨 나르지 않을 수 없었으나 아내는 아내대로 일이 많았다.
싱크대 수납장에는 그릇을 비롯한 주방 기구들이 채워져 갔다. 짐이 많아 이삿짐센터 인부들처럼 짧은 시간 마칠 일이 아니라 며칠 걸릴 듯했다. 식탁과 함께 수제 가구로 주문한 서가는 주말 즈음 납품이 예정되어 책은 맨 나중에 들어 놓을 예정이다. 친구가 며칠 전 인터넷으로 주문 제작을 의뢰해둔 선반 부품이 택배로 왔는데, 친구가 나타나 조립하려니 과정이 만만하지 않았다.
둘이서 애쓴 보람이 있어 사각기둥을 수직 수평으로 균형을 잡아 선반이 짜였다. 하루해가 저물어 친구 아내가 합류한 김에 배달식으로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중화요리로 짬뽕과 탕수육이 배달되어 와 거실에 상을 차렸다. 나는 이삿짐을 꾸릴 때 보관 위치를 알고 있는 돌복숭 담금주를 찾아와 친구와 잔을 채워 비웠다. 저녁 식사보다 반주로 드는 담금주가 더 빛나는 자리였다.
스무날을 바깥에 머물다 돌아왔으니 냉장고는 안주가 될 만한 게 없었는데 문득 달포 전 산행에서 캐 둔 더덕이 생각나 냉장칸에서 찾아냈다. 그때 캐 둔 더덕은 잎줄기와 함께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크게 도움받은 친구에게 더덕을 나누어 먹을 수 있어 행복했다. 진한 더덕 향과 함께 비워가는 담금주는 양이 늘어 취기가 오를 즈음 친구 내외는 현관을 나섰다. 22,05,25
첫댓글 리모델링해서 새아파트가 되었네요
입주를 축하드립니다
새집에서 단꿈을 꾸시길 빕니다
격려와 성원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