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바둑계의 전설 故ㆍ후지사와 슈코의 손녀 후지사와 리나 2단. |
‘그 할아버지에 그 손녀다 ’
일본 바둑계의 전설 고(故)후지사와 슈코(藤沢秀行)의 손녀 리나(里菜) 2단이 쑹룽후이(宋容慧) 5단의 4연승을 저지했다.
19일 중국 장쑤성 장옌시에서 열린 제4회 황룡사 쌍등배 세계여자바둑단체전 제4국에서 일본 두 번째 선수 후지사와 리나가 중국 첫 번째 선수 쑹룽후이를 232수 만에 백 불계로 꺾었다. 이민진 7단, 요시다 미카 8단(日), 이슬아 3단을 연거푸 제압해 폭주기관차 같던 쑹룽후이의 기세는 푹 꺼졌다.
내용이 훌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이한 초반을 지나 중반, 쑹룽후이는 왼쪽과 오른쪽 위에 큰 집을 만들고 나서 가운데 백을 강공으로 압박했는데, 그 공격 가운데 허점을 후지사와 리나가 파고들어 오히려 쑹룽후이의 돌을 뜯어 잡았다. 쑹룽후이는 공격이 실패하는 바람에 중앙 여기 저기에 허점이 생겨서 행마가 어려워졌고 어쩔 수 없이 위에서 가운데로 움직이던 백을 공격했는데 후지사와 리나는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우세를 잡은 후지사와 리나는 거칠게 따라오는 쑹룽후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면서 일본에 첫 승을 안겼다.
1998년9월18일 사이타마 현에서 출생한 후지사와 리나는 한국 오유진 초단과 동갑으로, 프로지망생 시절엔 홍맑은샘 초단의 가르침을 받았고, 2010년에 11세6개월의 나이로 입단하며 사상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나이는 일본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것이었다.
▶ 쑹룽후이(흑)가 1로 들여다봤을 때 손을 빼 2로 향한 게 좋았다. 이후 타개를 잘 해낸 후지사와 리나가 승리를 굳혔다.
조치훈 9단이 갖고 있던 기록(11세 9개월)을 42년 만에 경신한 것이었고, 셰이민 7단의 여자기사 최연소 기록(14세4개월)보다 훨씬 빠른 것이었다. 한국이나 중국에 비해 입단자의 평균 나이대가 높은 일본으로서는 신선한 이슈였다. 기풍은 실리형으로, 균형 잡힌 바둑을 두는데 이번 쑹룽후이와의 대결에선 뛰어난 수읽기 능력을 보여줬다.
쑹룽후이의 연승이 끊긴 것은 한국으로서도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다. 쑹룽후이의 가공할 연승은 2009년에도 있었다. 그해 11월 정관장배 세계여자바둑최강전(2011년 9회 대회를 마지막으로 없어짐)에서 6연승을 하며 연승신기록(당시)을 수립했다.
헤룽장 성 하얼빈에서 1992년 7월 25일 태어나 2006년 14세의 나이로 입단한 쑹룽후이는 중국동포(조선족)으로서, 우리에겐 한동안 송용혜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외래어표기법을 따라 쑹룽후이로 표기하고 있다. 쑹룽후이는 전국바둑개인전 여자부문 우승을 차지하면서 바둑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2008년엔 제1회 세계 마인드스포츠게임에서 박지은, 이민진 등을 꺾고 여자 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바둑 여자단체와 혼성페어 부문에서 은메달을 따내는 등 끊임없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 여자바둑계의 유망주다. 이런 쑹룽후이를 제압한 후지사와 리나에게 일본팀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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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지사와 리나(오른쪽)와 쑹룽후이의 대국. 리나의 활약으로 일본은 반가운 귀중한 1승을 챙겼다.
20일 한국은 여류국수 김혜민 7단이 나온다. 한국 단장 목진석 9단은 “쑹룽후이 5단은 기세를 탔고 연승을 거뒀지만 승리한 1국~3국까지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아주 훌륭하지는 않았다.”고 쑹룽후이에 대한 평가를 내린 뒤 후지사와 리나와의 대결에 관해선 “내일 출전하는 김혜민 7단이 잘 싸워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제4회 황룡사쌍등배 세계여자바둑대항전은 중국기원과 장옌시 인민정부가 공동주최하며, 장옌시 체육국과 황룡사연구회가 주관, 쌍등그룹, 태평양정밀단조가 후원했다. 대회는 농심신라면배와 같은 연승전방식으로 한중일 삼국의 여자대표기사가 5명씩 팀을 이뤄 출전한 선수가 질 때까지 계속 둔다. 우승상금은 45만 위안(한화 약 8000만원). 제한시간은 농심신라면배와 같은 1시간, 초읽기 60초 1회다.
1차전은 1국부터 7국까지며 2월 16일부터 22일까지 매일 한 대국씩 열린다. 모두 사이버오로 대국실에서 수순중계하고, 아이폰,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OS 기반 스마트폰에서 <오로바둑>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전할 수 있다.
중국은 한국의 여자바둑 세계대회였던 정관장배가 운영을 멈추자 황룡사 쌍등배를 통해 그 방식을 그대로 본받아 대회를 치르고 있다.장쑤성 정옌시는 청대(淸代)의 국수(國手) '황룡사(黃龍士)'의 고향으로 강북바둑의 중심지였다. 2009년 황룡사 연구회 만들고 2011년에는 황룡사 기념관을 건립한 장옌시는 중국갑조리그, 전국여자명인전, 황룡사가원배등 바둑대회를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제4회 황룡사쌍등배 1차전 : 2월 16일~22일
한국 최정ㆍ박지은ㆍ김혜민/ 탈락: 이민진ㆍ이슬아
중국 위즈잉ㆍ차오유인ㆍ왕천싱ㆍ루자/ 탈락: 쑹룽후이(3승)
일본 셰이민ㆍ오사와 나루미ㆍ오쿠다 아야ㆍ후지사와 리나(1승)/ 탈락: 요시다 미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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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질적 일본 여자 최강 셰이민(오른쪽)이 후지사와 리나와 대국석 쪽으로 같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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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숙고하는 쑹룽후이. 때때로 큰 건을 만들어낸다. 연승은 끊겼지만 일궈놓은 3승은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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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진석 단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을 주축으로 한 한국 검토진. 이슬아 3단이 잠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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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쑹룽후이의 연승은 멈췄지만 초반을 앞서 있는 중국 팀이다.
[사진 출처 | 중국 sina바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