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13.수요일
화성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확정 발표됐다. 수정안 발표 후 정총리를 비롯한 정부 인사들은 시끌벅적 요란하다. 삼성이 어쩌고 과학비지니스벨트와 SSF가 저쩌고... 언뜻 보기에는 무지 복잡해보이지만 핵심은 이거다.
'원안은 A컵이었는데 통크게 질러서 B컵도 C컵도 아닌, 족히 D컵은 될만한 안을 만들었으니 이제 니들도 뽕 빼고 자신있게 걸어 보렴.'
그런데 이상하다. 그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글래머들에게서 절벽이니 껌딱지니 하는 갖은 수모와 멸시를 받았음이 분명할 그들이 빵빵한 D컵을 만들어 주겠다는데도 한사코 싫단다. 왜 그럴까?
그들이 원래 원한 건 큰 가슴이 아니라 건강한 가슴이었다. 워낙에 소외되고 낙후된 지역이라 어려서부터 못 먹고 자란탓에 발육이 부진해서 가슴이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니까 지역민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정부 부처가 내려와서 지역에 관심을 갖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건강관리 해주기를 바란 거였다.
그리고 그런 지역민들의 바람과 수도권 과밀화를 억제하고 지역의 균형발전을 도모했던 전 정부의 정책이 하나로 모아져 우여곡절 끝에 법으로 제정된 것이 세종시 원안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가카가 내놓은 수정안에는 그런 것은 싹 빠지고 무작정 가슴 수술을 시켜준다며 대규모 성형외과 병원부터 짓는다고 했으니 그들로서는 어이가 없는 일인 것이다.
큰 가슴을 원한 것도 아닌데다, 졸속으로 수술한 가슴에 혹 문제라도 생기면 그때는 또 재수술을 해준다 할 것이 뻔할텐데 그런것이 도대체 건강한 가슴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인지...
게다가 이번 수정안은 지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성형외과 사람들의 배만 불리게 될것이 뻔한 일이고, 그사람들은 나중에 시간이 지나 정권이 바뀌어서 더이상 돈벌이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수술하다 말고도 병원 팔고 그냥 갈 사람들일텐데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들이 수정안을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하나 있다.
'련합뉴스'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수정안을 <종합선물세트>라며 타지역의 역차별 논쟁이 우려된다며 벌써부터 설레발을 떨고 있지만 과연 그럴까?
종합선물세트라고 하면 뭔가 좀 있어보이고 버라이어티 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일례로 우리가 명절 때 주고받는 가장 저렴하고 흔한 선물이 종합선물세트 아니던가.
겉포장이야 그럴싸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안 팔려서 재고로 남은 샴푸와 린스, 비누 몇 개, 치약 몇 개, 그리고 거기에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않은 스킨이나 로션이 고작인 2,3 만원대의 가장 저렴한 선물... 그 흔한 과일 한 상자보다도 격이 떨어지는 선물이 바로 이 종합선물세트인 것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이런 종합선물세트도 실제로는 지역주민들한테 가는 게 아니라 성형외과를 짓는 건설사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만 돌아간다는 것이다. 아무리 값싼 선물이라 할지라도 주는 사람의 노력과 성의가 담겨있고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이라면 받는 입장에서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들더라도 굳이 반대까지야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번 수정안에 담긴 내용들을 보면 정작 지역 주민들을 위한 알멩이는 아무것도 없으면서 포장만 고급스럽게 한 속이 텅 빈 박스를 선물이라고 내민 것이나 다름 없다. 애초부터 성의는 찾아볼 수도 없거니와 그러면서도 생색이란 생색은 다 내고 있으니 아무 것도 받지 못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은 종합선물세트라기 보다는 '짬뽕국물'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같다.
'소주 안주에는 뭐니뭐니 해도 짬뽕 국물이 최곤거야. 얼큰한 국물에 한잔 들이키면 캬, 다 너희들을 위해 준비했으니 식기 전에 마음껏 드시길 바래~.'
다른 요리 만들다 남은 찌꺼기를 모두 넣어서 만든 짬뽕국물
이런 면발은 다 누가 처드셨나?
무슨 대단한 선심이라도 쓰듯 짬뽕 한그릇 사주면서, 그것도 쫄깃하고 맛있는 면발은 지들이 다 건져먹고 니들은 남은 국물이나 처먹으라니. 그러니 당연히 반대할 수 밖에.
하지만 아쉽게도 충청권 주민들이 아무리 반대를 한다 해도, 민주당과 친박연대가 결사항전을 부르짖는다 해도, 자유선진당이 삭발을 하고 거리로 나선다 해도 가카의 - 아무런 사심도 정치적인 목적도 없는 - 굳은 의지를 쉽게 꺾진 못할 것처럼 보인다.
물론 국회 통과를 비롯하여 어려운 관문들이 곳곳에 놓여져 있는 것도 사실이나, 가카가 누구신가. 한번 필 꽂히면 무조건 하고야 마는 불도저가 아니시던가. 삼성이나 롯데를 이번 일에 끌여들였던 것처럼 온갖 회유와 겁박으로 기필코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들 것이 분명하다.
사실, 처음엔 본 필자도 가카가 수정안을 꺼내들었을 때, 가카에겐 분명 우리가 감히 생각지도 못하는 다른 꼼수 때문일거라고만 생각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수도권 세력의 결집이나 박그네 세력에 대한 견제 등의 목적으로)
그러나 필자가 한가지 아주아주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꼼수 이전에 서울에 있는 행정 부처를 네버, 절대로 옮길 수 없는 말못할 사정이 가카에게 있었던 것이다.(가카 말대로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불리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바로 이미 오래 전 자신이 시장으로 있던 시절, 서울시를 하느님께 봉헌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카라지만, 하느님 앞에서는 일개 장로에 불과할진대, 어떻게 이미 하느님께 바친 서울시의 중요 재산(?)을 마음대로 옮길 수 있겠는가.
비기독교인 입장에서 보면 서울시를 봉헌한 일이 별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겨질 수도 있겠으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가카의 입장에서보면 그건 이미 교회에 헌금한 돈을 찾아서 다른 곳에 쓰겠다고 헌금함통을 뒤지는 일처럼 죄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정직하게 살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가카가 아니신가.
그러니 가카는 행정부처만이 아니라 서울의 그 어떤 것도 절대로 다른 지역에 보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미 가카의 것이 아닌 하느님의 것이기에)
그렇다면 정말 세종시 수정안을 막을 방법은 전혀 없는 것인가?
비담도 이미 죽은지 오래고, 그렇다고 하느님께 봉헌 할 수도 없고...
아무리 봐도 방법은 한가지 뿐이다. 몇 개월 앞으로 다가 온 지방 선거에서 투표로 심판하는 것, 그래서 가카가 봉헌한 수도 서울도 되찾고 세종시 수정안도 백지화 시키고 처음의 원안대로 다시 시작하는 것 뿐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지만 만약 범야권 내부의 분열과 이기주의로 인해 이번 지방 선거에서 실패하게 된다면, 그 때는 서울 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를 봉헌하고 기뻐하는 가카의 모습을 보며 남은 2년 반을 살아야 할 것이다.
살아남게 된다면 말이다.
(쓰다보니 이 글도 뒤죽박죽 짬뽕이 되어 버렸다. 이해하시라.)
첫댓글 처음수정안 만들땐 공기업채들중에 큰것들다옴기는줄알고 그정도면 괜찬을거같네 햇는대 뚜껑을열어보니 민간기업 이전이라니 이건아니다싶네요 대기업간다고해도 다가는것도아니고 사업장하나가는건대 행정부처 이전보다 나을리가 없다고보여지네요 공기업도다가는게 아니면 별로라고 생각하는대말이조 글쓴분말대로 민간기업이면 더좋은조건나오거 나효용성 없서지면 옴길거뻔한거고요 이건요즘 욕먹을껀더기가 사대강박게없스니 하나더만들겟다는거같네요
세종시는 노대통령이 남긴 뜨거운 감자;;; 그분이 마무리 못지으면 하지 않으셨어야 할 일입니다. 제일 좋은 방법은 세종시 땅 비싸게 산 분들 병맛 크리로 끝내면 될 듯 ㅜ.ㅜ 절대 그렇게 될 일은 없겠지만 그게 제일 후유증이 적을 것 같아요.
근데 행정수도 또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5년안에 뚝딱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므로.. 누가 하더라도 마무리는 못짓는 일이지요. 어떤 방법으로 못드리게 합법적인 대못을박아놨다 하더라도 이 정권 하는거 보면 법이고 뭣이고 무조건 갈아엎었을터.
그래서 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겁니다 ㅋ
ㅎㄷㄷ
근데 그땅 비싸게 사신분들이 누군가 궁금하네요....아... 중립적 성향을 지녀야하는데
나이가 어린지라 자꾸 한쪽으로 쏠립니다.....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