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층 아파트에
1층이 내 집
낮은 곳으로 임하여 살다보니
좋은 점이 더 많다
풀과 나무 붉게 솟은 흙더미들
내 집 앞을 지나다니는 낮선 이웃들
그들은 서로 큰 목소리 때론 작은 소리로 자기들의 이야기를 하거나 답하고 들으며
내 집 앞을 지나가고 다시 돌아온다.
해가 지고
사람의 소리가 뜸할 시간이면
종일
그들이 오가며 나누던 이야기들 중 옹알 송알 구슬이 된 것들은
내 창턱에 걸려 그 때까지 남아 있고
아주 작고 흐리마리한 언어의 조각들은
물처럼 땅으로 스미고 만다.
지하 주차장이 잘되어 있는 덕에
주변이 온통 공원화로 꾸며져
오후면 아이들 소리
어른들 테니스 라켓 소리
삼삼오오 모여 앉은 그들이 내는 웃음소리에 나의 왼쪽 귀는 바쁘다
소리
소리들을 귀로 모으고 모은 것을을 상상하고 ....
나의 한 쪽 귀는 살이 붙고 뼈가 생겨설랑 나발처럼 벌려진 채로 긴 ~낮을 보내고 어둠이 내려앉아야
시브죽~ 힘을 뺀다.
1층
내가 거처하는 안방 문 밖에 붙어 있는 홈통
평소엔 졸졸 흐르던 물이
어제처럼 많은 비엔 계곡 물 가에 온 듯
요란한 소리와 함께 바쁘고 급하게 내려붓고 다시 쏟아 놓길 반복한다
창밖 보도 불럭위에
찰딱거리며 떨어지던 비
집 앞을
지나가는 이들 우산 위에서 탕탕 튕겨 퍼지는 힘찬 물소리
오! 낮은 곳으로 임하여 얻은 축복이여라
모처럼 쉬는 아들이
아침 겸 점심을 거하게 먹겠다고
홍어 포장한 것과 곁들여 먹을 수육 세 덩이 사 들고 와 싱크대에 올려둔다
수육 세 덩이가 압력솥 안에서 싸악 싹!“ 푸푸 소리를 낼 때
열어둔 베란다 문으로는 빗소리 밀고 들어오니
도야지 살 익히는 소리보다
빗소리에 내 마음 먼저 폭! 익을 것 같다
.
수육 묵은지 막걸리
홍어 삼합 차려주고
전날 절여둔 배추 한 다라이
몽땅 백김치로 담은 뒤 너무 곤하여 자리에 누웠더니
깜빡 짧은 잠이 들었던가,
대구
대명동 시절
어린 우리만 남겨두고
엄마는 엄마대로 가고 아버지는 또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며칠을 굶었던가
12살 먹은 작은 오빠가 어디서 구해온 밀가루로 빵을 쪘는데
속에다 소금을 얼마나 넣었으면
한 개씩 먹은 우리가
그 밤 잠들지 못하고
온 밤을 정지 간 물 단지에 들러붙어 있던 그 추운 밤
어린 우리들
.
왜 그렇게 짜게 했냐고
세월 한참 지나 묻던 나를 향해
“봐라! 그래놔야 마이 안묵을끼 아이가
”낼 아침까지 묵어야제!
그렇게 묻는 어른이 된 내가 보이고
무심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 대답하는 오빠가 보인다
꿈이라서 일까
괜히 서러운 울음이 터진다
꿈인데
생시 마냥 선명해서 울었고
그간 통 울음이 안 터져서 답답한 나머지
이참에 실컷 울자 해서 울다가 종내 내 울음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만다
꿈속 울음일지라도
울다 깨고 나니 속이 다 시원하다
경북 칠곡 사는 작은 오빠에게 문자 보낸다
.
잘있제?
건강해라 젊은 날 모진 고생했으니
남은 생은 좀 편히 살아야제 안 그렇나 ...
밤 9시
오빠 답장
니는 우야고 사노?
어디 안 아프나?
아프지 마래이~ 나는 괘않타!....
송곳 같은 햇살이
널어놓은 빨래품을 파고든다.
하늘도 맘껏 울고 난 내 마음 같이 맑고 밝다
비가 언제 왔던 고?
첫댓글 1층에 살아서 좋겠네유.
잘 보았습니다.
담담한 듯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글 잘 읽고 갑니다~^^*
아파트는 1층과 꼭때기 층을 별로
선호를 안 하던데 마카 장단점이 있겠지요
물론 살아봐야 알겠죠
다애님도 1층이라고 좋다 하던데
집 팔리면 1층 고려해봐야 겠심더^^
오빠가 없어 억수로 부러운 1인 입니다
요즘은 1층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군요
푸른 잔듸가 있고 나무가 있고
가끔 새들도 나비도 찾아와 주니 좋고
아이들이 마음대로 뛰어도
누가 올라 올사람 없어 좋은 것 같습니다
비가 온후엔 파아란 맑은 하늘이
힘겹게 보낸 시절을 잊으라는 듯...ㅎ
오늘은 휴무!
송곳처럼 다가와 가지런히 널어둔 빨래에 사뿐이 내려앉았습니다ㅎ
전 16층 맨위층이라 층간소음없어서 좋더군요.
비는 언제 왔던고~?
맞아요
우리는 늘 그렇게 망각과 함께 합니다~^^
갑자기
오빠가 보고잡다
올케는 나랑 동갑내기고 선생님으로
은퇴를 했다 좋은친구로 잘 지낼 수도 있는데 ᆢ
쫴금만 재산 때문에 멀어지고 ᆢ
먼저 전화해도 받지 않네요
가슴에 와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대~~~명동에서
배고픈 세월을 보내셨네요
저도 어릴적 대명동서 살았던적이 있어
반갑다 하려니ㅡ운선님
아픈 추억의 동네ㅠㅠ
저층 나름의 장점도 많지요
요즘은 아파트 조경이좋아서
사생활은 보호받고
내집 정원처럼 누리는 조경
좋더라구요
1층에 사시면서 느끼시는
정서적인 풍요로움이
어려운 시절의 응어리진 기억도
꿈속에서라도 카타르시스성
통울음으로 녹여내나 봅니다~
3월에 1층 아파트로 이사온 후, 느낀점은~~ 주변에 각종 나무가 세워 쌓이고, 내 집은 마치 정원을 잘 가꾼 넓은 평수의 일반주택 같고요.
봄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여름엔 매미, 쓰르래미가
목청을 높여요. 어느 콘도의 별장같은 곳에 사는 분위기는 정말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고~~^^ 안양시에서 몇년전에 으뜸 환경상도 받았다고 전해 들었죠.
노년에 살기에 좋은 1층~~ 드나들기 편리해요.
시원한 햇살
시원한 눈물
시원한 하루
운선님 글에 훌훌 내 눈물도
쏟아 버리네요.
어제 성모님 승천 미사 강론에서
순간 눈물이 나를 씻겨주시니
성령께서 치유의 빛 주시더니
오늘은 운선님이 빛을 쏘아올리시네요.
1층에 사니 곶감도 못 만들고
두 화분에 고추를 심었더니 자라지를 않아
밖으로 내놓고
자주 들여다보지 않았더니
동네 고추 화분이 되어 잎사귀만 수북하네요.
그래도 1층이 주는 행복은 운선님과 비슷합니다.
아~ 지금 행복한거 같아 다행이라우
오빠의 짠 말가루빵 갑자기 ...
빙그레 ....
1층이라...
어린시절, 배고팠던 시절...
지금 생각하면 그 어렵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지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그래도 그때가 더 정답고, 오손도손했을 겁니다.
글맛 좋습니다. !
집에 가는중인데 냉장고에 소주 두병 있다는
생각이 글을 읽다가 퍼뜩 떠오름~
삭힌 홍어 한팩 사갖고 들어가서 마셔야지...
묵은지는 없는데...아쉽다.
그 어려운 시절을 어찌 견디시어 여기까지 무사히 오셨을까요?
1층. 그 창가에서 남은 생 멋지고 행복하게 사시길...
어제만 해도
바람끝이 칙칙하더니
지금은 바람끝이 꼬실꼬실해졌어요 ㆍ
젖어 있는 사람들아!
이제
곧 꼬실꼬실한 가을 볕에
나가 말려라! ㅡ싯귀가 생각납니다
운선님!
여전히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ㆍ
건강하시고
건필하십시요ㆍ
저도
1층 스타일입니다ㆍ
번잡할 듯한 1층에서
내집 앞 지나다니는 낮선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수 있다는 여유로움을 봅니다.
관조를 훌쩍 건너뛰어 해탈의 경지?
니는 우야고 사노?
나는 괘않타!
남매의 대화가 정겹습니다.
제가 요즈음 워낙 심신이 흐릿하니 .
저도 오늘 밤에는 좀 울어 보아야 겠습니다. 좀 맑은 내일을 위해.
1층은 안살아 보았는데 급할때는 36개가 최고지요 ㅎ
전66층에 300미터 높이에서 살고있는 데요
여름에는 에아콘 필요 없답니다
창문만 좌우로 열면은 코드 안꼽은
선풍기가 그냥 막 돌아 간답니다
300미터 고궁에서 바라보는 좌ㆍ우ㆍ옆ㆍ앞 한폭에 한국화 랍니다
또한 욕심이 없답니다
더이상 올라 갈때가 없어 마음 다 비우고 산답니다
우리아파트에서는 제가 제일 높은 사람이랍니다
6604호 니까요 ㅎ
글를 읽으며
화면으로 클로즙되어 한장면 한장면 엿봅니다,,,,
(1층을 지나치면서 옆눈으로
자주 엿보는 버릇이 있어서,,,,)
엿보다 울컥 해지는 장면에
창문쳐다보며 한숨도 내쉬어보고,
잠시 머물게해주셔 고마워요,
빗님이 쏟아붓네요,
FM 에선 청아한 바이올린 소리가 흐르고,,
잔잔한 아침 댓글로 인사남깁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