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성냥을 산 뒤....
하루 종일 불장난을 했다는....
[몰라도 되는 이야기]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단편 동화
본격 꿈도 희망도 없는 잔혹 동화이자
현실은 시궁창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보여준다.
주인공인 소녀의 상황을 보면
집에는 폭력을 휘두르는 알콜 중독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으며,
눈이 내리는데 그나마 신고 있던 신발의 한짝은
마차를 피하다가 눈속에 파묻히면서 분실했고
또다른 한짝은 지나가던 어느 장난꾸러기 소년들이 훔쳐갔으니
웬만한 성인조차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다.
판본에 따라서는 동사한 소녀의 시신을 보고
장난꾸러기 소년들이 울면서 신발을 돌려줬다는 것도 있다.
아이들을 위한 버전 중에는
성냥팔이 소녀의 아버지가 폭력 가장으로 행패부렸던 걸 참회하는 버전도 있다.
소녀가 성냥을 켤 때마다 본
난로, 만찬, 트리는 소녀가 너무나도 간절히 원했던 나머지 환상을 본 것이고,
그 와중에 떨어졌던 별똥별은 소녀의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녀가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복선이다.
자신이 세상을 떠나게 된다는 것도 모르고
천진난만하게 "누가 죽은 걸까?"하고
어리둥절해하는 소녀의 모습은 참으로 가슴 아픈 장면이다.
그다지 길지 않은 동화지만 그 임팩트가 너무 강렬하여
안데르센의 동화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다.
이 작품을 어레인지해서
소녀가 불을 지른 다음
온기를 쬐다가 숨을 거두었다는 식으로 각색하는 일도 많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소녀는
이름도, 성도, 가족관계도 불분명해서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나 독자들의 주변 불특정 다수 모두가
성냥팔이 소녀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는 것을
은연 중에 표현하고 있다.
사실 시대적 배경이나 나라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지,
지금도 가난한 후진국에서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데,
2000년대 프랑스에서는 배경을
보스니아 내전 중의 사라예보로 바꾼 버전이 출간되었다.
대한민국에서도 보스니아의 성냥팔이 소녀라는 제목으로 정발되었다.
사실 안데르센이 동화를 집필하던 시기의 덴마크는
지금의 복지국가 이미지와는 매우 딴판이라
산업혁명을 겪던 여느 유럽 국가들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외에도 각박하게 메마른 사람들의 인심에 대한 질타,
인어공주에서와 같이,
영혼 불멸에 대한 안데르센의 철학도 담겨 있다.
안데르센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 삼아
이 이야기를 썼다고 하며
워낙 유명한 얘기다보니 단편 애니메이션으로도 많이 나왔으며,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가족관계가 부각되는 바리에이션도 있고,
동사했다는 표현을 하기 위해
빙하 타고 내려온 둘리마냥
큼직한 얼음에 꽁꽁 둘러싸여 숨을 거두어 있는 표현도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는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당시 시대에는 백린의 위험성이 알려져 있지 않아
백린성냥을 주로 사용했는데,
성냥팔이 소녀가 그 백린성냥을 한꺼번에 켠 상태에서
흡입했기 때문에 환각을 보다가 서서히 숨을 거둔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의견도 있다. #
첫댓글 왜 이리 슬픈 이바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