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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代와 世祖/世孫 논쟁의 終熄을 위하여
이 논쟁은 論理의 妥當性과 合理性, 論據의 適合性과 充足性, 그리고 主張의 效用性과 實現可能性을 두고 다투는 싸움입니다. 그런데 ‘高祖=5代祖’의 주장은 위의 어떤 면에서도 ‘高祖=4代祖’의 주장을 뛰어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高祖가 4代祖가 되어야 할 타당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논리적으로 충분히 설명해 온 반면, ‘高祖=5代祖’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그에 대해 전혀 반론을 제기하지도 못했고, 자기 주장을 합리적으로 설명하지도 못했습니다.
또한 권태현님, 도전사청재님, 설종윤님을 비롯한 여러분들의 노력으로 수집하고 정리한 우리나라의 수많은 족보와 금석문, 역사서와 중국의 각종 문헌들은 ‘高祖=4代祖’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하였다고 보여집니다. 반면에 ‘高祖=5代祖’ 논거로 제시된 소위 공맹안증주씨 족보의 한 자리수에 불과한 자료나 중국어 사전의 기술 역시 논거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부정당했으면서도 반론다운 반론을 제기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高祖=4代祖’의 논법으로 기록된 고금의 모든 문헌과 국어사전 등이, ‘高祖=5代祖’의 논법으로 고쳐질 가능성이 전무함에도, 메아리조차 없는 주장을 고장난 유성기처럼 되풀이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다시 한번 第○世/○代의 ‘世/代’와 ○世祖/○代祖, ○代祖/○代孫에 쓰인 ‘世/代’가 다른 말임을 논리적 근거로 하여 ‘高祖=4世祖 ’주장을 피력하오니, 기탄없는 批正과 반론을 기대합니다.
아울러 ‘高祖=5代祖’을 주장하는 분들께서는 그 주장이 무리이고 억지임을 자각하시어 깨끗이 승복할 줄 아는 선비다운 자세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世와 代가 같은 의미로 쓰인다는 점에는 대체로 의견 접근을 보인 것으로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소위 典據가 불분명한 ‘代不及身’을 불변의 원칙처럼 내세우면서 代數와 世數를 달리 헤아리자는 사람들도 있고, 소위 유령처럼 떠돌았던 ‘上代下世’라는 말을 근거로 世와 代를 구별하여 사용하자는 의견도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것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로서의 용례가 극히 희소함에 따라, 지금은 주장의 명분도 실득도 없어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고 보여 집니다.
그리고 그 동안 여러분의 치열한 논의를 거쳐
1) ○世=○代 : 혈통의 차례이고 祖孫을 헤아리는 단위이다.
2) ○世孫=○代孫 : 혈통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이며, 기준인 上代를 제외하고 後孫 만 헤아린다.
3) ○世祖=○代祖 : 혈통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호칭이며, 기준인 下代를 제외하고 先祖 만 헤아린다.
라는 데에도 의견이 집약된 것으로 압니다.
그럼에도 ○世=○世祖=○世孫=○代=○代祖=○代孫와 같이 혈통의 차례와 혈통의 관계 호칭을 구별하지 않고 섞어 사용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물론 그 주장이 논리적 합리성과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고, 그렇게 쓴 용례도 거의 없어 근거가 박약하며, 앞으로 실현 가능성도 전혀 없어, 斯文亂賊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항전을 계속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입니다.
소생은 처음 이 논쟁에 뛰어들 때부터 禮學의 입장이 아닌 語學的 관점에서 논제에 접근하려는 태도를 견지해 왔습니다. 그 와중에 소위 이의론인가 성현론인가 하는 주장에 대립적인 위치에 서게 되었고, 그들 주장의 허구성을 비판한 것으로 확대되었습니다. 그 동안 그들이 주장의 근거로 내세운 주자어류, 공맹안주씨 족보, 중국의 사전 등에 대한 분석을 통해 허황된 주장의 논거를 공격해 왔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논의의 본질을 파악하게 되었고 새로운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소생이 펼친 주장의 개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世/代라는 글자의 의미를 고대 문헌이나 字典의 풀이를 통해 살펴 보았습니다. 원래 ‘世’의 의미는 공자의 말과 ‘설문해자’를 보면 삼십년을 의미하는 것인데(<說文> 三十年爲一世. (段玉裁注) 孔曰三十年曰世.), 이는 사람의 한 생의 기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랬던 것이 父子가 家系를 잇는다는 뜻으로 의미가 확장되어 쓰인 것(<字彙, 一部> 世, 父子相代爲一世. <周禮, 秋官, 大行人(鄭玄注)> 父死子立曰世. <說文(段玉裁注)> 孔曰三十年曰世. 按父子相繼曰世, 其引伸之義也)입니다. ‘世 代也, 代 世也’라 했으니 ‘代’에 대해서는 따로 논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이 난에서 논의되는 世/代는 (1)世代(generation), (2)父子相繼(transmit from father to son)의 두 가지의 의미로 사용되었습니다.
世代(generation)를 뜻하는 世/代도 두 가지로 쓰입니다. 하나는 第○世/代의 ‘世/代’처럼 차례를 나타내는 숫자 아래에 쓰는 경우이고(第◯, 첫째와 같이 차례를 나타내는 말을 序數詞라 하며 ‘第’를 생략하고 ○世라 쓰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數爻를 나타내는 말(이를 基數詞라 합니다) 아래에 쓰이는 경우입니다. 족보에서 볼 수 있는 1世/代, 2世/代는 첫 번째 경우의 世/代이고, 하근찬의 소설 <수난 二代>나 염상섭의 소설 <三代>의 ‘代’는 두 번째 경우의 쓰임입니다.
그런데 차례를 나타내는 세/대도 잘못 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가령 김수로왕을 시조로 하는 김해김씨 족보 50世에 수록된 사람이 “나는 김수로왕의 50세 ○○이다”, 또는 “나는 김수로왕의 50세손 ○○이다”라고 하면 안 됩니다. “나는 김해김씨 50세 ○○이다” 또는 “나는 김수로왕의 49세손 ○○이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1세이면 아들은 2세입니다. 그러나 아버지가 자식을 일컬을 때 “이 아이는 ‘나의 2세’이다”라고 하면 잘못입니다. ‘2세’는 둘째 세대, ‘3세’는 셋째 세대를 일컫는 말입니다. 아들을 ‘둘째 세대’, 손자를 ‘셋째 세대’라 칭하지는 않습니다. 2세, 3세는 ‘2세 교육’, ‘재일동포 2세’, ‘재미교포 3세’와 같은 경우에 사용되는 말입니다.
이 世(代)라는 말은 가령 父子가 서로 이어질 때도 ①父와 子 각각의 세대를 나타내기도 하고, ②父에서 子로 승계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父子 二代’, ‘三代同堂’에서의 代는 ①의 의미로, ‘대물림’, ‘대가 끊어졌다’의 ‘대’는 ②의 의미로 쓰인 것입니다. 자식이 없으면 대물림도 할 수 없고, 대가 끊깁니다. 오늘날 世代交替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 가운데 ‘父子間의 世代交替’만을 옛날에는 ‘世’라는 한 글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世/代라는 글자가 쓰인 경우를 살펴 보았습니다.
① ○世/○代
② 第○世/第○代
③ 第○世之祖/第○世之孫, 第○代之祖/第○代之孫
④ 第○世祖/第○世孫, 第○代祖/第○代孫
⑤ ○世之祖/○世之孫, ○代之祖/○代之孫
⑥ ○世祖/○世孫, ○代祖/○代孫
의 여섯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①~⑤는 혈통의 차례를 나타낸 것이고, 여기 쓰인 世 /代는 (1)世代(generation)의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①은 ②에서 ‘第’를 생략한 것이고, ④, ⑤는 ③에서 ‘之’나 ‘第’를 생략한 것입니다.
문제는 ⑥ ○世祖/○世孫, ○代祖/○代孫의 경우입니다. 똑 같은 표기가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③ 第○世之祖/第○世之孫, 第○代之祖/第○代之孫을 생략하고 쓴 경우로서, 世/代의 숫자는 차례를 나타낸 것이며
둘째는 혈통의 상호 관계를 나타내는 稱號로 사용된 것입니다.
※ 다른 글에서는 呼稱이라는 말을 썼지만, 사실 呼稱으로 사용된 경우는 祭文에서만 사용되기 때문에 稱號라는 말이 더 적절한 듯싶습니다. 呼稱은 사람을 부를 때 하는 말이요, 稱號는 사람을 가리켜 일컫는 일반적인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송나라 주자 이후 중국 문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世祖/○世孫, ○代祖/○代孫은 첫째의 의미 즉 世代(generation)의 의미로 사용된 것이며, 송나라 이전의 중국 문헌이나 우리나라 각종 문헌과 금석문, 그리고 오늘날의 국어사전 등에서 볼 수 있는 ○世祖/○世孫, ○代祖/○代孫은 둘째의 의미 즉 父子相繼(transmit from father to son)의 의미로 사용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똑 같은 표현이 다른 의미로 사용됨으로써 혼란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①~⑤와 ⑥의 첫째 경우처럼 혈통의 차례를 나타내는 단위인 世/代와, ⑥의 둘째 경우처럼 혈통의 상호 관계를 일컫는 稱號의 단위 世祖/世孫, 代祖/代孫에 쓰인 世/代의 의미를 같다고 볼 것인가, 다르다고 볼 것인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高祖=5世/5代=5世祖/5代祖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5世/5代의 世/代와 5世祖/5代祖에 쓰인 世/代가 같다고 봅니다. 모두 世代 즉 generation으로 본 것입니다. 따라서 5世라고 하거나 5世祖라고 하거나 世數가 달라져야 할 까닭이 없고, 통일하는 것이 편리하다는 주장이겠습니다.
‘高祖=五世祖’의 입장에서 그를 변호하는 논리를 살펴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5世祖는 5世之祖를 줄인 말로 한 단어가 아니라 두 단어라는 반대편 주장에 대해서는 5世와 祖가 합성된 복합명사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과문한 탓인지 그런 주장을 보진 못했습니다만)
그리고 이의 부당성을 증명하는 가장 유력한 논거로 들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高祖가 5世祖라면 기준이 되는 나는 1世祖가 되어야 하는 불합리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기준이 1세이면, 子는 2세이고 父도 2세인데, 子는 후손이므로 孫을 붙이고, 父는 조상이므로 祖를 붙여 각각 2世孫, 2世祖로 하지만, 기준인 나는 후손이나 조상이 아니므로 孫이나 祖를 불이지 않는다는 논리로 반박할 수도 있습니다.(어떻습니까? 그럴듯하지 않습니까?)
어쩌면 高祖=5世祖를 주장하는 유력한 근거로 제시하는 주자 족보의 9世孫熹나 공맹안주씨 족보의 ○世孫도 사실은 이런 이유에서 쓴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실 그 주장은 오직 얼마 안 되는 용례만을 근거로 주장함으로써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런데 高祖=4世祖를 주장하는 분들 역시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와 관련된 글 몇 가지를 인용해 보기로 합니다.
世와 代는 같다, 혈통의 차례이며 全數 단위다. 世孫 代孫은 後孫을 헤아리는 단위이며 관계다, 代祖 世祖는 祖上을 헤아리는 단위고 관계이다. 世孫 代孫 世祖 代祖는 관계계촌이며, 기준 世와 代에 헤아리는 첫 번째 기준은 제외하고 祖, 孫,을 붙혀 世孫 代孫 世祖 代祖로 칭한다. 즉 世와 代에 1 빼고, 世孫 代孫 世祖 代祖 칭한다. 世와 世孫 世祖 각각 구분해야하고, 代와 代孫 代祖 각각 구분해야 올바른 칭호가 성립된다.
世, 代, 世孫, 代孫, 世祖, 代祖, 쉽게 설명 드리면 孫이란, 後孫을 뜻하며, 5世孫=5代孫이란 後孫 명수이며 5명은 後孫명수입니다, 祖는 祖上을 뜻하며 5世祖=5代祖는 祖上명수이고 5명은 祖上명수입니다. 世=代는 전체 총인원 명수입니다, 인원보고를 해보세요 총인원 6명 보고자 외 5명입니다. 즉 6世=6代이고 5代孫=5世孫입니다, 주기, 간격, 주년, 기간, 사이, 공간, 중간, 30년 등의 개념은 아니며, 계보를 연결하는 용어는 世 代로 하며, 世孫 代孫 世祖 代祖는 관계라 합니다. 3世=3代=3명이며, 3世孫=3代孫=4명입니다.
1)국역연수원 교수 成百曉선생 글에서 代와 世는 똑같은 뜻으로 始祖를 1世로 하였다, 그리하여 만일 高祖로부터 자신까지 세어보면 5世가 되는데, 실제로는 고조가 4代祖가 된다. 즉 시조로부터 자신에 이르기까지지 26世라면 시조는 당연히 25代祖가 되고, 자신은 25代孫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世와 代가 달라서가 아니요, 世 뒤에 祖나 孫을 붙였기 때문에 한 代가 줄었음을 알아야 한다.
2)한문학박사이며 大한학자인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于溪 李炳赫박사께서도 世와 代는 같다고 하며, 27世(代)를 예, 26世孫(代孫)이고 기준이 된 先祖는 孫에 포함하지 않는다, 26代祖하면 자신이 기준이며 자신은 祖가 아니기에 기준인 자신을 빼야한다. 즉 世와 代는 같은 것이고, 世孫, 代孫, 代祖 이럴 때는, 조(祖)와 孫이 붙으면 기준이 되는 世(代)를 포함시키지 말아야한다. 즉 世(代) 를 뺀 代數 世數를 쓴다.
3)한국전례연구원金得中(전 성균관 초대전례위원장)선생님께서도 世와 代는 같다, 世와 世孫 다르다, 代와 代孫 다르다, 10世는 9世孫=9代祖, 10代=9代孫=9代祖,는 같다고 교육한다.
위의 글들을 요약해 보면
① 世와 代는 같다. 世祖와 代祖, 世孫과 代孫은 같다.
② 世祖/代祖, 世孫/代孫을 헤아릴 때는 世/代數에서 1을 빼야 한다.
③ 왜냐하면 뒤에 祖/孫을 붙였기 때문이다. 祖/孫을 붙이면 기준이 되는 世/代 는 포함시 키지 말아야 한다.
④ 왜냐하면 世/代는 총인원수이지만, 世祖/代祖, 世孫/代孫은 기준을 뺀 조상이 나 후손의 인원수이기 때문이다.
기준은 祖/孫이 될 수 없으니까 代/世 계산에서 빼자는 주장에 대하여는,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기준은 1世祖/1代祖, 1世孫/1代孫이 될 수 없으므로, 기준은 1世祖/1代祖, 1世孫/1代孫이 아니라 그냥 1世/1代로 하고, 그 위나 아래의 2世/2代부터는 조상이나 후손을 뜻하는 祖/孫을 붙이자는 반박 논리도 성립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 하면 世/代 數를 헤아릴 때 이중 기준을 둘 필요도 없으니 편리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또 世祖/代祖, 世孫/代孫이 조상이나 후손의 인원수에 따라 명명된 것이라는 논리도 어쩐지 군색하지 않습니까? 그런 논리라면 5人祖/5人孫이어야지, 왜 世/代를 붙여 5世祖/5代祖, 5世孫/5代孫이라고 하느냐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조를 4세조로 불러야 하느냐, 5세조로 불러야 하느냐 하는 것은 소생이 누차 말한 대로 이는 예학의 문제가 아니라 어학의 문제라는 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사실 옛날부터 오늘날까지 예외 없이 4세조라는 칭호로 통일되어 사용되고 있다면 틀림없이 거기에는 반드시 그래야 할 까닭이 있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지금까지 4세조 논법으로 통일되어 사용해왔지만, 송나라 이후 중국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5세조 논법이 쓰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世/代의 數를 똑 같이 맞춰 쓰는 5世=5世祖가 편리성 면에서는 혼동을 일으키지 않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高祖=4世祖를 바꿀 수 없고 바꾸어도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왜 중국에서는 송나라 이전에는 주로 4世祖 논법이 쓰이고 우리 조상들 역시 4世祖 논법을 고수해 왔을까요?
소생은 그 단서를 4世의 ‘世’와 4世祖에 쓰인 ‘世’가 다르다는 데서 찾고, 그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설명을 계속해 왔습니다. 소생이 과문하거나 게을러서인지 몰라도, 이런 관점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지금까지의 소생의 이 주장에 대한 찬반 의견도 별로 보지 못했고, 그에 관한 댓글도 별로 없었습니다. 사실 소생의 주장이 허황한 것이어서 논의할 가치도 없다는 것인지, 공감하여 따로 의견을 표명할 필요도 없다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4世의 世는 앞에서도 설명한 바와 같이 世代(generation)의 의미로 쓰였고, 4世祖에 쓰인 世는 ‘父子相繼(transmit from father to son)의 의미로 쓰였다고 하면, 모든 의혹이나 논란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소생은 생각합니다. 같은 글자를 썼다고 하여 같은 의미로 보면 안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연히 4世와 4世祖는 다른 말인 것입니다.
父子相繼는 父傳子承과도 같은 말이고 父傳子承은 ‘父傳子傳’이라고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父傳子傳’이란 말은 중국 사전이나 고사성어사전에도 없는 말이긴 합니다만. 우리말로는 ‘부자간에 대물림하다’와 같은 말로 볼 수 있겠습니다.
둘은 품사로도 확연히 구별됩니다. 五世의 世는 명사이고, 五世祖의 世는 동사입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품사와 의미를 같은 글자로 표현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 국어사전의 올림말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글학회 국립국어연구원 이희승
<우리말 큰사전> <표준국어대사전> <국어대사전>
오대조 오대조 오대조
육대손 육대손 ☓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 국어사전에는 ‘오대조, 육대손’이 실려 있습니다. ‘사대조/오대손’ 이하 代數나 ‘육대조/칠대손’이상 代數는 없습니다. 부/자, 조/손, 증조/증손, 고조/현손 또는 고손만 사용되고 代數 칭호는 거의 쓰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육대조/칠대손 아래 대는 미루어 알 수 있어 일일이 다 수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삼대조/사대조, 또는 육대조/칠대조, 칠대손/팔대손 같은 말은 사전에 수록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오대조는 있지만 오대손은 없으며, 육대손은 있지만 육대조는 없습니다. 이는 사전 편찬 당시에 오대손보다는 來孫이 일반화된 말로 여겼고, 육대조는 오대조로 미루어 알 수 있기 때문에 싣지 않은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사전에서 數詞는 기본적인 말만 수록하고 미루어 알 수 있는 나머지는 싣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간행된 漢語詞典에는 오대조/오대손, 육대조/육대손이 실려 있지 않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일까요? 국어사전에서 한 단어로 취급된 바로 그 말들이 중국에서는 한 단어로 인식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五世祖/五世孫이라고 할 때의 ‘世’는 자전에서 이렇게들 풀이하고 있습니다.
<說文(段玉裁注)>父子相繼曰世
<字彙, 一部>父子相代爲一世
<漢語大詞典>父子相承爲世
字典에 따라 표현에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내용은 같습니다. 相繼, 相代, 相承 - 다 같은 의미입니다. 相代의 代는 ‘이을 대’자입니다. ‘父子가 서로 잇는 것’을 世 또는 一世라고 한다는 뜻입니다. 그 말에 담긴 의미 요소를 분석해 보면 ‘누가(父), 누구에게(子), 어떻게 (서로 잇는 것)’라는 세 가지 요소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무엇을(血統, 家統)’, ‘왜(혈통, 가통 보존을 위해)’는 직접 표현되어 있지 않은 채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하겠지요. 여기서 서로 잇는다는 표현은 주의해서 이해해야 합니다. 단순히 공간적으로 연결한다는 개념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父는 전해 주고, 子는 물려 받는 것입니다. 끊어지지 않고 前代에서 後代로 잇는 것입니다. 따라서 父子相繼(부자가 서로 이음)보다는 父傳子承(父는 전하고 子는 이어받음)이 더 적절한 말이라 하겠습니다.
世의 의미를 父子相繼라고 할 때, 아비가 자식을 낳으면 자동적으로 모두 相繼 즉 世를 이루는가, 그리고 ‘서로 잇는다’고 하는데 무엇을 잇는지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가령 왕위를 계승한다는 말은 王統을 잇는 것이라고 하면, 가문에서 부자간에 이어야 할 것은 家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父子相繼曰世이고 及兄傳位于弟之稱이라 했으며, <史記‧宋微子世家>에는 “父死子繼, 兄死弟及, 天下通義也.”라고 한 것을 보면, 고대에는 부자간뿐만이 아니라, 형제간에도 及(兄傳位于弟)이라 하여 家統의 相繼가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 족보의 전형을 확립했다고 알려진 蘇氏 家門의 족보는 의미 있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중국에서 족보의 체계를 완성하고 그 본보기가 되었다고 하는, 11세기 북송 시대 三蘇(蘇洵, 蘇軾, 蘇轍)가 편찬한 족보나, 그 4세기 후 明 成化3년(1467년)에 간행된 新安蘇氏族譜(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족보인 安東權氏世譜 成化譜(조선 성종7년 1476년, 명나라 현종 성화12년)와 거의 같은 시기에 간행된 족보임)와 같은 초기 족보 등을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청나라 咸豊6년(1856년)에 간행된 蘇氏族譜를 통해 그 족보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족보에는 1세부터 43까지 수록되어 있는데, 기록 내용은
○世, 이름, 字, 生年月日時, 沒年月日時, 葬地, 諡號, 業績 등
配(元配, 繼配) 姓氏, 生年月日時, 沒年月日時, 葬地, 子 數와 이름
등을 기록하였는데, 각 世마다 1인씩만 수록되어 있습니다. 다음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父로 부터 계승된 子는 1인만 수록되고, 수록된 子가 반드시 嫡長子만이 아니라, 次子, 三子에게도 世가 이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들 족보에서 보는 바와 같이 子孫들은 같은 世에 모두 수록된 것이 아니라 계승된 子孫만이 수록되고 나머지는 빠져 있습니다. 이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고대에서는 왕위 계승과 마찬가지로 부자간의 家統 承繼(세습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가 매우 중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족보의 계승 관계(世系)를 보이면 다음과 같습니다.(밑줄 친 자가 계승자이고 형제간이라도 다른 사람은 같은 世에 수록되지 않았음)
(一世) (二世) (三世) (四世)
武 仔元 賢 亨 (五世) (六世)
通國 亮 章 旋 (七世) (八世)
竟 旃 虎 正芳
旗 正簾 (九世) (十世) (十一世)
正和 載 則 楷
酨 刘 模 (十二世) (十三世)
林 贊 韶
貫 節
초기에 이렇게 ‘父子傳承’을 주로 한 계승관계가 중시된 것은, 周나라에서 확립된 宗法과 天子‧諸侯등에 의한 王統의 계승을 본받아, 士大夫 계급의 家統 계승으로까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禮記‧禮運>에는 “大人世及以爲禮”(父子相繼曰世. 及;兄傳位于弟之稱)라 했고, <史記‧宋微子世家>에는 “父死子繼, 兄死弟及, 天下通義也.”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승계 과정을 중시한 당시 사회의 통념이 반영된 것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을 듯싶습니다.
이렇게 승계된 자손만이 다음 世을 잇는 고대로부터의 전통이 초기 족보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一世孫’은 ‘한 번(一) 承繼(世)한 후손(孫)’의 뜻으로, 나를 一世로 한 ‘二世’는 나의 ‘一世孫’이 된다는 논리입니다. 왜냐하면 二世는 一世로부터 한 번 승계한 후손이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논리로 三世는 一世로부터 두 번 승계한 후손이 되므로 一世의 二世孫이 되는 것입니다. 一世는 二世의 一世祖가 되고, 三世의 二世祖가 되는 것입니다.
부연해서 다시 설명하자면 ‘五世祖’는 ‘다섯 번(五) 父傳子承‧父子相繼(世)한 先祖(先代)’를 뜻하고, ‘五世孫’은 ‘다섯 번(五) 父傳子承(世)한 後孫(後代)’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五世祖’과 ‘五世孫’의 世數는 같습니다.
‘父傳子承’이 ‘世’인데, 그 世속에는 이미 父와 子라는 개념이 들어 있으므로, 世를 헤아릴 때 전승의 대상이 되는 父 또는 子만 세고, 주체인 父 또는 子를 다시 세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전해 준 父에게 있어 子는 한 번 승계한 後孫(後代)이므로 一世孫이 되고, 물려받은 子에게 있어 父는 한 번 전해 준 先祖(先代)이므로 一世祖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헤아리면 나의 祖/孫은 나의 二世祖/二世孫이고, 나의 曾祖/曾孫은 나의 三世祖/三世孫이며, 나의 高祖/玄孫은 나의 四世祖/四世孫이고, 高祖의 父/來孫은 나의 五世祖/五世孫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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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 第1世 第2世 第3世 第4世 第5世 第6世
關係 나 - <世> → 子 - <世> → 子 - <世> → 子 - <世> → 子 - <世> → 子
(父子相繼) (父子相繼) (父子相繼) (父子相繼) (父子相繼)
呼稱 나 子 孫 曾孫 玄孫 五世孫
(기준) (一世孫) (二世孫) (三世孫) (四世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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世 第6世 第5世 第4世 第3世 第2世 第1世
關係 父 ← <世> - 父 ← <世> - 父 ← <世> - 父 ← <世> - 父 ← <世>- 나
(父子相繼) (父子相繼) (父子相繼) (父子相繼) (父子相繼)
呼稱 五世祖 高祖 曾祖 祖 父 나
(四世祖) (三世祖) (二世祖) (一世祖)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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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世祖/世孫, 代祖/代孫을 헤아릴 때, 기준을 제외하고 세어서 世數가 줄었다고 하는 것보다, 그리고 또 조상이나 후손의 인원수룰 헤아렸다고 하는 것보다, 世(父子相繼)의 回數를 헤아린다고 하는 것이 소생의 논리입니다. 물론 교육상으로나 현실적으로는 기준을 빼고 헤아린다고 하는 것이 이해하기 쉽습니다만, 왜 기준을 빼고 헤아려야 하느냐에 대한 설명으로는 소생의 견해가 합리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습니까?
혈통을 중심으로 인물을 드러내는 방법으로 혈통에서의 위치를 차례로써 나타내는 방법(편의상 ‘차례법’으로 부르기로 함)과 혈통에서의 상호관계를 가리키는 호칭으로 나타내는 방법(편의상 ‘호칭법’으로 부르기로 함)이 있다는 것은 누차 설명한 바와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그것을 드러내는 방법을 간단히 고찰해 보면, 4150번 글에서 권태현님께서 보여주신, 朱子 이전에 편찬된 중국 역사서를 보면 대부분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것과 똑같이 高祖를 4世祖로 계산한 호칭을 사용하여 표현하였고, 드물게 8世孫을 9世之孫이라는 혈통의 차례로 표기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혈통에서의 상호관계에 따라 일컫는, 혈통의 계승관계를 중시하는 호칭법이 널리 사용되었으나, 주자에 의해 혈통에서의 위치를 차례로 나타내는 차례법이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자어류에는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始祖之一世孫 대신 ‘始祖下之第二世’(이를 줄여 말하면 ‘始祖之下二世’라 할 수 있다), 己身之五世祖 대신 ‘己身以上第六世’(이를 줄여 말하면 ‘己身之上六世’라 할 수 있다)를 썼으며, 족보 서문에서는 ‘始祖下之第九世’를 ‘九世孫’으로 표현했는데, 이는 차례법에 따라 표기한 것입니다. 이를 전통적 호칭법으로 바꿔 표현하면 始祖之‘八世孫’이 됩니다.
주자 이후 중국에서는 호칭법과 함께 차례법이 쓰이다가 원, 명, 청나라를 거쳐 현대에 이르러서는 차례법이 더 득세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구준의 ‘高祖之父五世祖’는 전통적 호칭법에 따라 말한 것이지 잘못 쓴 것이거나 착각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에서 처음에 받아들인 호칭법을 현재까지도 고수함으로써 아무 혼란 없이 쓰이다가, 개화기 이후 중국의 차례법을 접하고서 주체성을 상실한 몇몇 사람들에 의해 혼란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같은 형식의 말이 쓰인다고 해서 같은 의미로 생각할 필요도 없고, 같은 형식으로 통일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국에서 ‘新聞’이 뉴스를 뜻하고 ‘報’가 ‘신문’을 말한다고 해서, 우리도 그들처럼 뉴스를 新聞이라고 하고, 우리의 신문을 그들처럼 ‘報’라고 바꿔야 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汽車’가 중국에서는 자동차, 우리나라에서는 기차를 가리키고, ‘飯店’이 중국에서는 호텔, 우리나라에서는 식당을 가리킨다고 해서 중국과 같이 통일해 쓰자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물론 가능하지도 않고요. 마찬가지로 고조를 5대조라 하자고 아무리 목청 높여 주장해 본들 목만 아프고 정신이상자 취급만 받기 십상이니, 실현 가능성 없는 주장은 이만 접는 것이 정신 건강에도 이로울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국에 가서 주장하면 동조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 모르겠지만.
물론 高祖=5代祖를 주장하는 분들도 본 논의에 기여한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분들과의 논쟁을 통하여 논의의 폭을 넓히고 심도를 깊게 하는 데 도움을 받은 바도 있으며, 다음에 같은 사안을 가지고 야기될지도 모를 분란의 싹을 미리 잘라버리는 데 기여하기도 한 것입니다.
그러니 高祖=5代祖를 주장하시는 분들께서는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 그만 미련을 떨쳐버리시고, 그 동안 본란의 논쟁을 통해 갈고 닦은 文才를 儒道의 보급을 위해 쓰시도록 간절히 바랍니다.
글/ 성균관 자유게시판 4675번 20110220 송전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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