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諸葛亮) 황부인(黃夫人)
후한 말과 삼국시대 촉한의 여성이자 황승언의 딸로 제갈량의 아내. 학경의 『속후한서』에 따르면 제갈첨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이름은 불명인데, 민간전승에서는 월영(月英)이라고 한다.
서주에서 형주로 이주해 온 제갈량의 가족은 형주의 토착민이 아니었음에도 혼인으로 맺어진 강력한 인맥빨을 갖추게 되었다. 우선 제갈량의 큰 누나는 괴기와 결혼했다. 참고로 괴기의 집안은 괴월, 괴량의 집안으로 양양의 명문가였다. 또한 제갈량의 작은 누나는 양양의 명사 방덕공의 아들 방산민과 결혼했다.
한편 채모의 집안은 형주의 유력 호족으로 무척이나 번성했다. 채모의 고모는 태위 장온과 결혼했고, 채모의 큰 누나는 황승언과 결혼했으며, 채모의 작은 누나 채부인은 유표와 결혼했다. 만약 제갈량이 황승언의 딸과 결혼한다면 명사 황승언의 집안, 형주의 유력 호족 채모의 집안과 동시에 인맥을 걸치게 된다.
황승언의 딸 황부인은 부모님까지 인정한 추녀였다. 하지만 제갈량은 황부인의 외모에 상관하지 않고 그녀의 재능에 반해 결혼했다. 사람들에게는 웃음거리가 되었지만 제갈량은 이 결혼을 통해 엄청난 인맥을 얻었다.
황승언은 고상(高爽)하고 개열(開列)하여 면남(沔南)의 명사였다. 제갈공명에게 말했다.
"그대가 부인을 고른다고 들었소. 내게 못난 딸이 있는데, 노란 머리에 얼굴이 검지만 그 재주가 서로 배필이 될 만하오."
공명이 허락하자 곧 그녀를 실어 보냈다. 당시 사람들이 이를 웃음거리로 삼고 향리인들이 속어를 지어 말했다.
"공명이 부인 고르는 것은 배우지 마라. 아승(阿承)의 못난 딸을 얻으리라."
삼국지 촉서 제갈량전 주석 양양기
계해우형지(桂海虞衡志)에 따르면 제갈량의 집에 갑자기 손님이 들이 닥쳐도 황부인은 초고속으로 요리를 준비해왔고, 제갈량이 이를 궁금해해서 주방을 들여다봤더니 황부인의 목각 자동인형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제갈량이 만든 목우유마는 황부인이 전수한 것이다.
면남 사람이 대대로 전하길 : 제갈공(제갈량)이 융중에 살 때, 손님의 도달이 있어 아내 황씨에게 국수를 갖추길 부탁하니 잠깐에 국수가 이르렀다. 무후(제갈량)가 그 속도를 괴이해하여 후에 몰래 그것을 엿보니, 몇 나무 인형들이 나는 듯이 보리를 자르고 맷돌을 돌리는 것을 보았다. 마침내 그 아내에게 절하며 이 재주를 전수하길 청하니, 후에 그 제조를 변경해 목우유마를 만들었다.
沔南人相傳:諸葛公居隆中時,有客至,屬妻黃氏具麵,頃之麵至。侯怪其速,後潛窺之,見數木人斫麥,運磨如飛。遂拜其妻,求傳是術,後變其制爲木牛流馬。
제갈충무후문집 인용 계해우형지
제갈량은 늦도록 아들이 없어서 형 제갈근의 아들 제갈교를 양자로 입양했지만 제갈교는 요절했다. 학경 속후한서 제갈첨전에 따르면 황부인이 이후 제갈첨을 낳았다고 한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제갈량이 살아있을 때는 전혀 등장하지 않고 백성들이 황부인의 외모를 놀리는 노래에서 언급만 되다가, 최후반부에서야 제갈첨이 등장하면서 제갈첨의 어머니로 황부인이 소개된다.
황부인은 못생겼지만 천문, 지리, 병법에 능했고, 제갈량이 남양에 있을 때 황부인의 재능을 듣고 결혼했다. 제갈량의 학문을 도왔고 제갈량이 오장원에서 사망하자 그 뒤를 따르는 듯이 죽으면서 아들 제갈첨에게 오로지 충효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중국 오장원에 있는 제갈량묘(諸葛亮廟)에는 황부인을 모시는 사당인 월영전(月英殿)도 있다.출처 사당의 명칭이 월영전(月英殿)인 이유는 중국의 민간 전승에서 황부인의 이름을 월영(月英)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예문류취(藝文類聚)의 제갈량이 이엄에게 보내는 답신에서 '나는 팔십만 곡(斛)의 녹을 받았으나, 지금 모아놓은 재산은 남은 것이 없고 첩은 여벌의 옷이 없소.(吾受賜八十萬斛,今蓄財無餘,妾無副服.)'라는 기록이 나온다. '첩(妾)'은 말 그대로 첩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본처를 겸손하게 부르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제갈랑이 따로 첩을 두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일단 전승에 따르면 제갈량이 황부인 외의 다른 여자를 두지 않았다고 한다.
외모에 관한 논란이 가장 유명하다. 역사 기록에 인물의 외모 묘사가 기록되는 경우는 많지 않은데 황부인은 외모가 특이하다고 직접 적혀있는 인물이기 때문.
사서의 기록에 따르면 머리카락이 누렇고 피부가 검은 인물이라고 했는데, 정말 이 묘사가 정확하다면 일반적인 순혈 중국인으로는 보긴 힘들고 인도아리아계 혼혈일 가능성이 높다. 군웅할거의 난세가 벌어지기 100년 전부터 한나라는 서역길을 개척해 실크로드를 통해서 외국과 교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국적 외모의 혼혈이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뒤이은 오호십육국시대에는 ‘금발의 푸른눈’을 가졌다는 이민족 계통의 황제가 나타나기도 하며, 선비족이나 황두실위 등 이국적인 외모를 가졌다고 기록된 이민족들이 대거 등장한다. 본격적인 침투왕조 시대가 시작되기 이전인 한나라 시절부터 교류는 하고 있었으므로, 이민족 혼혈이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게 딱히 이상한 건 아니다.
황승언의 정실은 채씨가 맞지만 이 채씨가 황부인의 생모라는 기록이나 형주 채씨가 외국계라는 기록은 없다. 즉 첩실이 낳았거나 입양한 딸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다만 그것보다는 격세유전일 가능성이 더 높은 게, 아무리 이 결혼이 정략결혼의 외피를 쓴 지적 교류의 확대(...)라고 하더라도 서녀나 양녀를 정실부인으로 맞이했을 가능성은 낮기 때문.
당시 여성의 미적 기준은 희고 고운 피부에 머리가 검고, 발이 작고, 몸매는 마르고 가냘픈 전형적인 황인계 미인상이었다. 황월영이 정말로 금발에 피부가 검었다면 말할 것 없이 추녀로 평가됐을 것. 그리고 현대의 미의 기준은 당시와는 다르기 때문에 현대인의 관점에서는 아름다워 보이는 용모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해서, 삼국지를 주제로 하는 문화 매체에서는 '가무잡잡한 피부에 이국적으로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가진 미인'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얼굴이 검다'고 묘사되긴 하지만 정말 흑인일 가능성은 낮기에 인도계 또는 아랍계 미인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대부분. 대표적으로 액션 게임 진삼국무쌍 시리즈에서 이쪽을 채택하는데, 매 시리즈마다 적갈색 머리+크고 또렷한 회색 눈+이마의 빈디로 서구적인 느낌과 인도계의 느낌을 동시에 내고 있다. 다만 검은 피부에 금발은 아니라 온전히 원전을 따라간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런 모습은 아예 이국적 정글 컨셉인 남만의 축융이 선점했기 때문인 듯하다.
혹은 '황부인이 본래는 전형적인 한족 미인인데 이런저런 이유로 추녀라는 소문이 퍼졌다'는 구전도 존재한다. 중상모략으로 못생겼다는 소문이 퍼졌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널리 퍼진 것은 아니고, 대체로 황부인 본인 혹은 그 부친 황승언이 의도적으로 추녀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혹은 추해 보이는 모습으로 꾸몄다는 구전이 많다. 대단한 미인이라 보는 사람마다 반해 버려서 일부러 헛소문을 냈는데 제갈량이 이에 개의치 않고 만났다거나, 얼굴에 진흙을 묻히고 다니며 검은 피부를 꾸미고 저녁에 제갈량에게만 본래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여줬다거나, 혹은 딸이 권력자의 노리개로 끌려갈까 우려한 황승언이 일부러 추해 보이도록 꾸미게 했다거나. 반삼국지가 이쪽을 채택했고, 진삼국무쌍 시리즈와 동일 제작사 작품인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 시리즈에서도 오랫동안 '사실은 미인이지만 일부러 못생겼다는 소문을 냈다'는 설정을 밀다가 삼국지 12부터는 전자의 '인도풍/서구적 미인설'에 맞춘 듯한 일러스트도 내놓았다. 공명의 아내에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비틀어서, '풍성한 붉은 곱슬머리+얼핏 보면 남자애 같은 작은 체구+꾸미는 걸 좋아하지 않음+학문과 기계를 좋아하는 괴짜스러운 면모+황씨 집안의 권세에 빌붙으려고 혼담을 넣는 남자들을 쫓아내기 위해 쓴 괴상한 가면'이 콤보로 시너지 효과를 내어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는 식으로 표현했다.
물론 현대의 미적 기준으로 보아도 추녀일 가능성도 있다. 사실 황부인 미인설은 사서에 분명히 용모가 추하다는 기록은 있는데, 근거로 제시되는 것은 달랑 머리가 노랗고 피부가 검다는 말뿐이니 '보편적인 한족 외모와 다를 뿐 현대 기준의 외모는 아름답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의 여지가 남아서 나온 추측에 가깝다. 만약 현대적 관점에서도 미인의 기준에 쉽게 들어가지 않는 "피부가 곰보같다", "살이 지나치게 쪘다", "눈이 사시다" 같은 류의 언급이 있었다면 이러한 상상의 영역도 적었겠지만, 현대 기준으로 미적 판별의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노란 머리와 검은 피부색만 언급되어 있다 보니 상상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것. 일단 미디어에서는 이왕이면 미인으로 묘사하는 게 반응이 좋으니 나름의 해석을 곁들여 미인으로 해석하는 일이 많다. 삼국지 최고의 인기 등장인물인 제갈량의 부인이기도 하기에 더 그렇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