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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제동(以靜制動)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어한다
以 : 써 이(人/3)
靜 : 고요할 정(靑/8)
制 : 절제할 제(刂/6)
動 : 움직일 동(力/9)
울진의 평해에 가면 해월헌(海月軒)이라는 유서 깊은 고택이 있다. 그 마을에 살던 황응청(黃應淸)이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 있다가 탄핵을 받아 죄인의 신세로 귀양 온 이산해(李山海)에게 이런 말을 했다.
황응청이 이르기를 '무더운 여름날 좁은 방 안에 있더라도 눈을 감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땀이 나지 않고, 추운 겨울날 얼어붙은 땅에 있더라도 목을 움츠리고 발을 싸매고 있으면 살이 트지 않는다오. 만약 참지 못하고 미친 듯이 달리며 굳이 바람 부는 정자와 따뜻한 방을 찾아 들어가려고 한다면, 시원한 정자나 따뜻한 방은 얻기도 쉽지 않거니와 내 몸이 먼저 병이 들 것이라오. 비유하자면 빗자루로 먼지를 쓰는 것과 같아 쓸면 쓸수록 먼지가 더욱 생기니, 차라리 쓸지 않아 먼지가 저절로 가라앉는 것이 낫다오. 또 비유하자면 우물 치는 것과 같아 휘저으면 물이 더욱 탁해지니, 차라리 휘젓지 않으면 물이 저절로 맑아진다오. 이는 모두 정(靜)의 힘으로 동(動)을 이기는 것이라오.'
이 말을 들은 이산해는 '동(動)'만 알고 '정(靜)'을 몰랐던 지난날의 삶을 반성했다.
정조(正祖) 때의 명신 채제공(蔡濟恭)은 정적의 공격을 받아 도성 안에서 살 수 없어 노량진에 조그만 집을 빌려 살면서 그 이름을 고요함으로 다스리는 집 정치와(靜治窩)라 했다.
한여름 열기가 좁은 집을 달구었지만 정치와에 사는 채제공은 더위를 느끼지 않았다. 그 방편은 '이정치열(以靜治熱)', 고요함으로 열기를 다스리는 데 있었다.
이산해와 채제공은 부귀와 공명을 얻느라 뜨겁게 살았다.
우리도 그동안 너무 뜨겁게 살았던 것 같다. 최근 창궐하고 있는 바이러스도 잘 먹고 잘 살고자 하는 뜨거운 욕망이 초래한 것일 수도 있겠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이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들끓고 있다.
이에 간략함으로 번다함을 제어하고,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어한다는 뜻의 '간이제번 정이제동(簡以制煩 靜以制動)' 여덟 글자를 생각해본다.
논어에서 덕으로 정사를 베푼다는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는 구절에 대해, 논어집주(論語集註)에서 풀이한 데서 이 말이 유래하니, 공자가 제시한 올바른 정치의 방도가 이것이라 하겠다.
여기에 '고요함으로 번다함을 통제하고 간략함으로 대중을 제어하면 일이 줄고 일이 줄면 백성이 편안해진다(靜以制煩 簡以御衆則事省 事省則民安)'라고 한 조선 후기의 문인 남공철(南公轍)의 말이다.
이에 더하여,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이 좀 더 침착한 마음으로 좀 더 간략한 방법으로 번다한 사태에 대처할 때, 안정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차분해질 것이라는 말로 풀이하면 좋을 듯하다.
이와 함께 병에 대한 공포심으로 마음이 뜨거워진 사람들도 '정(靜)'으로 '동(動)'을 제어하라는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뜨거워진 마음은 조용함으로 다스려야 한다. 마음공부를 지상의 과제로 여겼던 주자(朱子)나 그를 배운 조선의 학자들은 심(心)이 화(火)에 속한다고 여겼다.
조선 중기의 문인 이수광(李睟光)은 불을 끄는 마음의 물이 고요함이라 했다. '정(靜)'으로 '동(動)'을 제어하는 것은 물로 불을 제어하는 것과 같으니, 불이 멋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몸과 마음이 절로 고요해진다고 했다.
채제공이 이른 것처럼 고요함으로 뜨거움을 제어하고, 황응청이 이른 것처럼 먼지는 털수록 많이 일어나고 우물물은 휘저을수록 혼탁해지는 법, 이럴 때일수록 고요함을 중히 여겨야 하겠다.
19세기 말 이득로(李得魯)라는 사람이 태백산 자락에 은거하면서 집 이름을 고요한 움집 '정와(靜窩)'라 했다. '움직임이 없으면 일이 없고 일이 없으면 간소하고 간소하면 고요하다'라는 뜻을 취한 것이다. 방에다 이런 이름을 붙이고 마음을 고요하게 하면 어떨까 싶다.
老子의 가르침
여씨춘추(呂氏春秋) '불이(不二)' 편에 보면 '노담은 부드러움을 귀하게 여겼다'는 구절이 있다. 노자가 세상을 살아가는 처세의 지헤로서 귀하게 여긴 것은 유약함을 포함해서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정(靜)' 이니 '움직이지 말라'는 것이다. 움직이지 않는 고요함은 능히 움직이는 것을 제압할 수 있다는 '이정제동(以靜制動)' 이다.
두 번째가 남들의 뒤에 섬으로써 사람들을 이끈다는 '후발제인(後發制人)' 이며, 세 번째가 부드러움으로 강함을 이긴다는 '이유제강(以柔制强)' 이다.
늘 고요함을 유지하고, 남 앞에 나서지 않으며, 언제나 부드러우면 천하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노자의 고차원적인 천하 제압술이다.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바로 노자가 되풀이하여 강조해 마지않은 '낳고도 소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루고도 뽐내지 않는다. 우두머리가 되지만 주재하지 않는다(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이다.
道德經 第10章
載營魄抱一, 能無離乎?
영(營)과 백(魄)을 하나로 붙잡아두고, 능이 떨어지지 않게 하겠는가?
專氣致柔, 能嬰兒乎?
전기(專氣)를 부드럽게 하여, 능히 간난아기처럼 될 수 있겠는가?
滌除玄覽, 能無疵乎?
사물을 꿰뚫어 보는 능력을 갈고 닦아, 허물을 남기지 않도록 할 수 있겠는가?
愛民治國, 能無爲乎?
백성을 사랑하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능함이없이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겠는가?
天門開闔, 能無雌乎?
하늘의 문을 열고 닫는데, 능히 암컷처럼 하겠는가?
明白四達, 能無知乎?
사통팔달 두루 밝은 지혜를 가지고 있으면서, 아무것도 모르는 듯 할 수 있겠는가?
生之畜之(생지축지)
만물을 낳고 만물을 기르며,
生而不有(생이불유)
만물을 생기게 했지만 소유하지 않고,
爲而不恃(위이지시)
위해하였지만 뽐내지 않고,
長而不宰(장이부재)
자라게 하지만 이를 부리지 않는다
是謂玄德(시위현덕)
이를 일러 현묘한 덕이라 한다.
도덕경(道德經)의 5천여 글자로 노자(老子)가 우리에게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사실 요약해 보면 별게 없다.
'나서지 마라, 아는 체하지 마라, 남과 싸우지 마라, 나대지 마라, 떠들지 마라, 앞에 나서지 마라, 잘난 척하지 마라'는 것이고, 덧붙여서 '항상 조용하게 가만 있거라, 늘 부드러워라, 없는 듯이 살아라, 지나치게 부지런 떨지 마라' 등등이다.
사실 노자(老子)의 가르침은 이게 다다. 별달리 고도로 난해하거나 지극히 수준이 높은 철학적 말씀들과는 거리가 멀다.
더군다나 사람들이 오해해왔듯 신선이 되거나, 우화등선을 하기 위한 수련법이나 수행의 비결과는 더더욱 관계없는 소리들이다.
하지만 노자의 말씀이 가치로운 것은 그 어떤 도덕적 가르침이나 철학적 지혜보다도 그 말씀들이 더욱 우리들에게 절실한 것들이기 때문이고, 바로 내 한 몸 다치지 않고 위태롭지 않게 잘 보존하여 한세상 무사히 살아가는 요령이기 때문이다.
노자 당시의 제자백가가 하나같이 남 앞에 서고자 하고, 남보다 현명함을 내보이려 하고, 남보다 더 큰소리로 떠들고, 남들과 천하를 놓고 다투다가 얼마나 한세상을 고단하고 위험하고 피곤하게 살았었는지 생각해보고
노자의 유유자적한 한생을 돌아보면 실로 그 가르침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공자의 한평생이 얼마나 힘들고 피곤했는지만 생각해봐도 노자가 제자백가를 속으로 얼마나 불쌍하게 여겼을까 짐작할 수 있다.
老子 道德經 第45章
완전한 것은 결함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작용은 영원하다.
大成若缺, 其用不弊.
완벽한 것은 흠이 있는 듯 보이지만, 그 쓰임은 영원히 쇠하지 않는다.
大盈若沖, 其用不窮.
가득 찬 것은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아무리 써도 끝이 없다.
大直若屈, 大巧若拙, 大辯若訥.
가장 곧은 것은 휜 듯이 보이고, 가장 정교한 기술은 서툰 것처럼 보이며, 가장 빼어난 언변은 어눌하게 들린다.
靜勝躁, 寒勝熱.
고요함은 조급함을 이기고, 차가움은 뜨거움을 이긴다.
淸靜爲天下正.
맑고 고요함은 천하를 바르게 한다.
(解釋)
완전한 것은 결함이 있는 것 같지만, 그 작용은 영원하다. 가장 충만한 것은 텅 빈 것 같지만, 그 작용은 그치지 않는다.
가장 반듯한 것은 마치 굽은 것 같아 보이며, 가장 영특하고 교묘한 것은 우둔해 보이며, 뛰어난 웅변가는 말을 더듬는 것 같다.
고요함은 소란을 제압하고, 추위는 더위를 제압한다. 맑고 고요함을 이루면 천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완성된 인격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내적인 생명력을 품고 있다. 도(道)의 실체는 고요하고 청허(淸虛; 마음이 맑고 잡된 생각이 없어 깨끗함)하다. 그러나 그 작용은 조급함을 이기고 움직이는 것을 제압한다. 만약 청정무위(淸靜無爲; 마음이 본래 맑고 고요해서 어떠한 행위도 없음)하고 자연에 순응하면 천하의 모범이 될 수 있다.
현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 45장
위대(偉大)한 조직에 이르는 비결, 영원한 미성숙(未成熟)
위대한 조직은 생기로 가득하지만, 꼭 치밀하게 설계된 것은 아니다. 창조력이 넘치지만, 꼭 성숙하지는 않다. 위대한 조직은 건강하지만, 꼭 완벽하지는 않다. 즐겁지만, 꼭 충돌이 없지는 않다.
위대한 조직은 미성숙하고 완벽하지 않으며 언제나 개선의 여지가 있다. 그래서 성장의 가능성이 영원히 마르지 않는다.
대성(大城), 대영(大盈), 대직(大直), 대교(大巧), 대변(大變)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도(道)는 완벽하지만 오히려 결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생각해보라. 이 세상은 도에 의해 생겨났는데, 추울 때도 있고 더울 때도 있으며, 바람이 부는 날도 있고, 비가 오는 날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떤 곳은 높고 험준하며 어떤 곳은 넓고 평탄하다. 어떤 곳은 부유하고 어떤 곳은 가난하다.
사람 역시 도에 의해 생겨났는데 생김새부터 성격, 인격, 능력에 이르기까지 모두 제 각기다. 누구는 아름답고 누구는 추하며, 누구는 똑똑하고 누구는 멍청하다.
이렇듯 도의 창조물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처럼 '완벽' 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의 창조물은 그렇지 않다. 인간은 정해진 기술표준과 생산과정에 따라 오차 없이 똑같은 상품을 만들어낼 줄 안다. 그러나 道는 오히려 '완벽해 보이지 않아서' 무궁한 창조력을 갖는다.
道는 온 우주에 가득하다.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지금도 道는 끊임없이 작용하고 있다. 道는 기묘하다. 도가 만드는 모든 것은 인류 최고 과학 수준을 가뿐히 초월한다.
하지만 도가 무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답답할 정도로 굼뜨고 미련하다. 벼 한 톨이 영그는 데는 못해도 3, 4개월이 걸리고, 히말라야산맥은 일 년에 겨우 몇 밀리미터씩 솟아오른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솜씨가 아주 좋다. 몇 분 만에 자동차 한대를 뚝딱 만들고, 몇 달이면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건물을 짓는다. 마음만 먹으면 일 년 안에 에베레스트산도 쌓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이 아무리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인간의 창조물은 도가 창조한 자연의 그 어떤 것도 뛰어넘지 못한다.
또한 道는 뛰어난 언변가다. 세상 만물을 설복해서 모두가 자신의 명을 듣게 하니 말이다. 그러나 정작 도의 소리를 들은 자는 없다.
어찌 됐든 道가 가진 결함은 진짜 결함이 아니며, 道의 부족함 역시 진짜 부족함이 아니다. 道의 부족함과 결함은 모든 것을 무한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공간이자 무궁한 변화와 끝없는 가능성 그 자체다.
노자는 道의 법칙을 총결하고 궁극적인 리더의 길을 탐구하기 위해 道를 논했다. 그는 리더가 道를 스승으로 삼아 완벽이 아닌 불완전 속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조(靜勝躁)에서 조급함(躁)이란 동(動)으로, 고요함인 정(靜)과 대비된다. 어째서 靜이 動을 이긴다고 했을까? 재미있는 예를 들어보자.
옛날 무림의 고수는 靜으로 動을 제압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적이 움직이기 전까지는 미동도 하지 않는 정의 상태로 기다리다가 적이 움직이려고 하면 재빨리 먼저 움직여 선공을 날렸다. 일단 한 번 움직이면 힘의 방향, 정도, 속도가 정해져서 변화할 수 있는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군사 전문가 역시 이정제동(以靜制動)을 중시한다. 그래서 최대한 적을 자극하면서 자신은 변화할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가 적의 변화에 따라 전술을 결정한다.
차가움이 뜨거움을 이긴다는 구절은 얼핏 이해가 되지 않는다. 예전에야 냉방시설이 없어서 뜨거움을 견딜 방법이 많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선풍기와 에어컨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다. 실내에 있을 때야 비슷하겠지만, 밖에 나가먼 달라진다. 추우면 옷을 잔뜩 껴입어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운 날 밖에 나갈 때는 대책이 없다. 옷을 벗는 데도 한계가 있고, 설령 발가벗는다고 해도 더위를 피할 수는 없다. 결국 더위보다는 추위가 더 대처하기 쉽다는 이유로 추위가 더 낫다고 한 것이다.
노자는 정승조(靜勝躁), 한승열(寒勝熱)을 통해 변화할 여지를 남겨두는 편이 변화하지 못하는 것보다 낫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변화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이 천하의 바른 도(淸靜爲天下正)'임을 역설했다.
변화할 여지를 남겨두려면 도처럼 약결(若缺), 약충(若沖), 약굴(若屈), 약졸(若拙), 약눌(若訥)의 상태에 거해야 한다. 그래야 무궁무진하게 변화할 수 있다.
조직을 우수하고 활력 넘치게 만들고 싶다면 리더가 먼저 모든 일에 완벽을 추구하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완벽은 더 이상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말과 같고, 이는 곧 영영 변화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리더 자신을 비롯해서 구성원과 업무 모두가 약결의 상태에 있는 조직이 가장 이상적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조직관리 체제와 제도가 엄격하고 결점이 거의 없는 회사가 오히려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변화의 여지가 없는 완벽한 제도가 도리어 기업의 강점을 억누르고 성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없는 조직은 경직되어 있다. 지나치게 경직된 조직은 생기와 활력을 잃고 발전하지 못한다. 이런 조직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젊은이는 미성숙하지만 열정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늙은이는 경험이 풍부하고 실수가 적지만 서쪽으로 저무는 해처럼 서서히 기울어간다. 어쩌면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은 생명력으로 가득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대성약결(大成若缺), 이 얼마나 심오한 이치인가!
▶️ 以(써 이)는 ❶회의문자이나 상형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람이 연장을 사용하여 밭을 갈 수 있다는 데서 ~로써, 까닭을 뜻한다. 상형문자일 경우는 쟁기의 모양을 본뜬 것이다. ❷회의문자로 以자는 '~로써'나 '~에 따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 글자이다. 以자는 人(사람 인)자가 부수로 지정되어 있지만,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 以자의 갑골문을 보면 마치 수저와 같은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을 두고 밭을 가는 도구이거나 또는 탯줄을 뜻하는 것으로 추측하고는 있지만, 아직 명확한 해석은 없다. 다만 무엇을 그렸던 것인지의 유래와는 관계없이 '~로써'나 '~에 따라', '~부터'라는 뜻으로만 쓰이고 있다. 그래서 以(이)는 ①~써, ~로, ~를 가지고, ~를 근거(根據)로 ②~에 따라, ~에 의해서, ~대로 ③~때문에, ~까닭에, ~로 인하여 ④~부터 ⑤~하여, ~함으로써, ~하기 위하여 ⑥~을 ~로 하다 ⑦~에게 ~을 주다 ⑧~라 여기다 ⑨말다 ⑩거느리다 ⑪닮다 ⑫이유(理由), 까닭 ⑬시간, 장소, 방향, 수량의 한계(限界)를 나타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일정한 때로부터 그 뒤를 이후(以後), 위치나 차례로 보아 어느 기준보다 위를 이상(以上), 오래 전이나 그 전을 이전(以前), 일정한 한도의 아래를 이하(以下), 그 뒤로나 그러한 뒤로를 이래(以來), 어떤 범위 밖을 이외(以外), 일정한 범위의 안을 이내(以內), 어떤 한계로부터의 남쪽을 이남(以南), 어떤 한계로부터 동쪽을 이동(以東), ~이어야 또는 ~이야를 이사(以沙), 그 동안이나 이전을 이왕(以往), 까닭으로 일이 생기게 된 원인이나 조건을 소이(所以), ~으로 또는 ~으로써를 을이(乙以), 어떠한 목적으로나 어찌할 소용으로를 조이(條以), ~할 양으로나 ~모양으로를 양이(樣以), 석가와 가섭이 마음으로 마음에 전한다는 뜻으로 말로써 설명할 수 없는 심오한 뜻은 마음으로 깨닫는 수밖에 없다는 말 또는 마음과 마음이 통하고, 말을 하지 않아도 의사가 전달됨을 이르는 말을 이심전심(以心傳心),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는 뜻으로 약한 것으로 강한 것을 당해 내려는 어리석은 짓을 일컫는 말을 이란투석(以卵投石),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봄이란 뜻으로 우물안 개구리를 일컫는 말을 이관규천(以管窺天), 귀중한 구슬로 새를 쏜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이주탄작(以珠彈雀), 독으로써 독을 친다는 뜻으로 악을 누르는 데 다른 악을 이용함을 이르는 말을 이독공독(以毒攻毒), 열은 열로써 다스린다는 뜻으로 힘에는 힘으로 또는 강한 것에는 강한 것으로 상대함을 이르는 말을 이열치열(以熱治熱), 옛것을 오늘의 거울로 삼는다는 뜻으로 옛 성현의 말씀을 거울로 삼아 행동함을 이르는 말을 이고위감(以古爲鑑), 새우로 잉어를 낚는다는 뜻으로 적은 밑천을 들여 큰 이익을 얻음을 일컫는 말을 이하조리(以蝦釣鯉), 손가락을 가지고 바다의 깊이를 잰다는 뜻으로 양을 헤아릴 줄 모르는 어리석음을 이르는 말을 이지측해(以指測海),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데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이식위천(以食爲天), 사슴을 말이라고 우겨댄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기만하고 권세를 휘두름을 이르는 말을 이록위마(以鹿爲馬), 하나로써 백을 경계하게 한다는 뜻으로 한 명을 벌하여 백 명을 경계하게 함을 이르는 말을 이일경백(以一警百), 털만으로 말의 좋고 나쁨을 가린다는 뜻으로 겉만 알고 깊은 속은 모름을 이르는 말을 이모상마(以毛相馬), 남의 성공과 실패를 거울삼아 자신을 경계함을 이르는 말을 이인위감(以人爲鑑), 백성을 생각하기를 하늘같이 여긴다는 뜻으로 백성을 소중히 여겨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으로 삼음을 일컫는 말을 이민위천(以民爲天), 피로써 피를 씻으면 더욱 더러워진다는 뜻으로 나쁜 일을 다스리려다 더욱 악을 범함을 이르는 말을 이혈세혈(以血洗血), 양으로 소와 바꾼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가지고 큰 것 대신으로 쓰는 일을 이르는 말을 이양역우(以羊易牛), 과거의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미래를 미루어 짐작한다는 말을 이왕찰래(以往察來), 불로써 불을 구한다는 뜻으로 폐해를 구해 준다는 것이 도리어 폐해를 조장함을 이르는 말을 이화구화(以火救火) 등에 쓰인다.
▶️ 靜(고요할 정)은 ❶형성문자로 静(정)의 본자(本字), 静(정)은 통자(通字), 静(정)은 간자(簡字), 靖(정)과, 靖(정)은 동자(同字)이다. 爭(쟁)은 물건을 서로 끌어 당기는 일로, 여기에서 팽팽히 당겨져서 움직이지 않는 모양을 나타낸다. 음(音)을 나타내는 靑(청)은 푸른 색깔로, 여기에서는 무성하다는 菁(청), 깨끗하다는 淸(청), 자세하다는 精(정), 편안하다는 靖(정) 따위에 공통되는 뜻을 이어 받고 있다. 靜(정)은 물건이 움직이지 않고 조용함, 편안함, 또 자세함, 장식(裝飾)함, 아름다움을 말한다. 물이 물결치지 않는 것을 淸(청) 또는 淨(정)이라고 하지만 그것을 또 瀞(정)이라고도 쓴다. ❷회의문자로 靜자는 '고요하다'나 '깨끗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靜자는 靑(푸를 청)자와 爭(다툴 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爭자는 소뿔을 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투다'라는 뜻이 있다. 靑자는 우물과 초목을 그린 것으로 '푸르다'나 '고요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니 靜자는 상반된 뜻을 가진 글자가 결합한 셈이다. 사실 靜자는 '고요하다'를 표현하기 위해 왁자지껄했던 싸움이 끝난 이후의 소강상태를 그린 것이다. 그래서 다투는(爭) 모습에 푸르름(靑)을 더해 매우 고요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래서 靜(정)은 (1)움직이지 아니하여 조용함 (2)고요하고 평화스러움 등의 뜻으로 ①고요하다(조용하고 잠잠하다) ②깨끗하게 하다 ③깨끗하다 ④쉬다, 휴식하다 ⑤조용하게 하다 ⑥조용하다 ⑦조용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고요할 적(寂), 고요할 막(寞), 고요할 요(窈), 고요할 밀(謐),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움직일 동(動)이다. 용례로는 고요하고 엄숙함을 정숙(靜肅), 고요하고 편안함을 정밀(靜謐), 고요하고 쓸쓸함을 정적(靜寂), 정지하고 있거나 균형이 잡히어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정태(靜態), 조용히 사물을 관찰함을 정관(靜觀), 정지하고 있는 것을 정적(靜的), 조용히 생각함을 정려(靜慮), 몸과 마음을 편하게 하여 피로나 병을 요양함을 정양(靜養), 고요히 그침 또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상태를 정지(靜止), 명상에 잠김을 정상(靜想), 정지하여 움직이지 아니하는 물건을 정물(靜物), 마음을 가라앉히고 몸을 바로 하여 조용히 앉음을 정좌(靜坐), 고요하고 평온함을 정온(靜穩), 태도가 조용하고 마음이 맑음을 정숙(靜淑), 조용하고 한가로움을 정한(靜閑), 시끄럽고 요란한 일이나 상태를 조용하게 가라앉히는 것을 진정(鎭靜), 정신이 편안하고 고요함을 안정(安靜), 감정에 사로잡히지 아니하고 차분함을 냉정(冷靜),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평정(平靜), 쓸쓸하고 고요함을 적정(寂靜), 한가하고 고요함을 한정(閑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아니하고 사물에 마음을 움직이지 아니하는 정신 상태를 허정(虛靜), 조용하고 엄숙함을 숙정(肅靜), 평안하고 고요함을 영정(寧靜), 성정이 차분히 가라앉고 조용함을 침정(沈靜), 천하의 풍파가 진정되어 태평함을 이르는 말을 사해파정(四海波靜) 또는 사해정밀(四海靜謐), 성품이 고요하면 뜻이 편안하니 고요함은 천성이요 동작함은 인정이라는 말을 성정정일(性靜情逸), 산과 들이 텅 빈 것처럼 고요하고 괴괴하다는 말을 산공야정(山空野靜), 나이가 젊고 용모가 아름다우며 마음이 올바르고 침착하다는 말을 요요정정(夭夭貞靜), 때로는 움직이고 때로는 조용히 한다는 말을 일동일정(一動一靜), 부녀가 인품이 높아 매우 얌전하고 점잖음을 일컫는 말을 유한정정(幽閑靜貞) 등에 쓰인다.
▶️ 制(절제할 제/지을 제)는 ❶회의문자로 製(제)의 간자(簡字)이다. 刀(도; 날붙이)와 未(미; 작은 나뭇가지가 뻗은 나무의 모양)의 합자(合字)이다. 날붙이로 나무의 가지를 쳐서 깨끗이 하다, 베다, 만들다, 누르다, 규칙의 뜻을 나타낸다. ❷회의문자로 制자는 '절제하다'나 '억제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制자는 未(아닐 미)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未자는 木(나무 목)자에 획을 하나 그은 것으로 본래는 가지가 무성한 나무를 뜻했었다. 이렇게 가지가 풍성한 나무를 그린 未자에 刀자를 결합한 制자는 나무의 가지를 다듬는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나무의 가지를 치는 것은 모양을 다듬거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함이다. 그래서 制자는 나무가 마음대로 가지를 뻗어 나가지 못하도록 다듬는다는 의미에서 '절제하다'나 '억제하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뜻이 확대되어 지금은 '법도'나 '규정'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있다. 그래서 制(제)는 (1)일부 명사(名詞)에 붙이어, 방법(方法)이나 형태(形態)나 제도(制度) 따위의 뜻을 나타내는 말 (2)제도(制度) 등의 뜻으로 ①절제(節制)하다 ②억제(抑制)하다 ③금(禁)하다 ④마름질하다 ⑤짓다 ⑥만들다 ⑦맡다 ⑧바로잡다 ⑨법도(法度) ⑩규정(規定) ⑪천자(天子)의 말,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제정된 법규나 나라의 법칙을 제도(制度), 정해진 한계 또는 한계를 정함을 제한(制限), 법령이나 규칙 위반자에게 가하여지는 불이익 또는 징벌을 이름을 제재(制裁), 제도 등을 만들어서 정함을 제정(制定), 사물의 성립에 필요한 조건이나 규정을 제약(制約), 통제하여 복종시킴 또는 기계나 설비 등을 목적에 알맞도록 조절함을 제어(制御), 하려고 하는 일을 말리어서 못하게 함을 제지(制止), 운동을 제지함 또는 속력을 떨어뜨림을 제동(制動), 헌법을 제정함을 제헌(制憲), 위력이나 위엄으로 남을 눌러서 통제함을 제압(制壓), 경기 따위에서 우승함을 제패(制覇), 어떤 범위 밖에 두어 한데 셈 치지 아니함을 제외(制外), 끌어 당기어 자유로운 행동을 하지 못하게 함을 견제(牽制), 어떤 일을 법이나 규정으로 제한하거나 금하는 것을 규제(規制), 위력을 써서 남의 자유 의사를 누르고 무리하게 행함을 강제(强制), 억눌러 제지함을 억제(抑制), 일정한 방침에 따라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진 것을 제한이나 지도함을 통제(統制), 세무에 관한 제도를 세제(稅制), 스스로 자기의 감정과 욕심을 억누름을 자제(自制), 알맞게 조절함으로 방종하지 아니하도록 자기의 욕망을 이성으로써 제어함을 절제(節制), 선수를 써서 자기에게 이롭도록 먼저 상대방의 행동을 견제함을 선제(先制), 학교 또는 교육에 관한 제도와 그에 관한 규정을 학제(學制), 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능히 남을 누를 수 있다는 뜻으로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남보다 앞서 하면 유리함을 이르는 말을 선즉제인(先則制人), 독을 없애는 데 다른 독을 쓴다는 뜻으로 악인을 물리치는 데 다른 악인으로써 한다는 말을 이독제독(以毒制毒), 유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뜻으로 약한 것을 보이고 적의 허술한 틈을 타 능히 강한 것을 제압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유능제강(柔能制剛), 적을 이용하여 다른 적을 제어한다는 말을 이이제이(以夷制夷), 자기자신의 마음을 단속하고 행동을 삼가야 한다는 말을 율기제행(律己制行), 시대의 변함을 따라 그때 알맞도록 해야한다는 말을 인시제의(因時制宜) 등에 쓰인다.
▶️ 動(움직일 동)은 ❶형성문자로 动(동)은 통자(通字), 动(동)은 간자(簡字), 㣫(동)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힘 력(力; 팔의 모양, 힘써 일을 하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重(중; 물건을 들어 올리거나 움직이거나 할 때의 반응, 무게, 동)이 합(合)하여 움직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動자는 '움직이다'나 '옮기다', '흔들리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動자는 重(무거울 중)자와 力(힘 력)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重자는 보따리를 매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무겁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무거운 보따리를 맨 사람을 그린 重자에 力자가 결합한 動자는 보따리를 옮기기 위해 힘을 쓴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動(동)은 (1)움직임 (2)변함 등의 뜻으로 ①움직이다 ②옮기다 ③흔들리다 ④동요하다 ⑤떨리다 ⑥느끼다 ⑦감응하다 ⑧일하다 ⑨변하다 ⑩일어나다 ⑪시작하다 ⑫나오다 ⑬나타나다 ⑭어지럽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옮길 반(搬), 흔들 요(搖), 옮길 운(運), 들 거(擧), 할 위(爲), 옮길 이(移), 다닐 행(行)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그칠 지(止), 고요할 정(靜)이다. 용례로는 전쟁이나 반란 등으로 사회가 질서없이 소란해지는 일을 동란(動亂), 원동기에 의해 기계를 움직이게 하는 힘으로 변형이나 발생시킨 것을 동력(動力),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 몸을 움직이는 일을 동작(動作), 마음의 움직임을 동향(動向), 움직이는 듯함 또는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동감(動感), 마음이 움직임을 동심(動心), 흔들려 움직임을 동요(動搖), 움직이는 일과 멈추는 일을 동지(動止), 움직이는 상태를 동태(動態), 생물계를 식물과 함께 둘로 구분한 생물의 하나를 동물(動物), 움직이고 있는 모양을 동적(動的), 심장에서 혈액을 몸의 각 부분에 원심적으로 보내는 혈관을 동맥(動脈),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를 동사(動詞), 사람의 움직이는 상황을 동정(動靜), 하늘을 움직이게 하고 땅을 놀라게 한다는 뜻으로 세상을 놀라게 함을 이르는 말을 동천경지(動天驚地), 무엇을 하려고만 하면 남에게 비난을 받음을 이르는 말을 동첩득방(動輒得謗), 곤란한 지경에 빠져서 꼼짝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동탄부득(動彈不得), 가볍고 망령되게 행동한다는 뜻으로 도리나 사정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경솔하게 행동한다는 말을 경거망동(輕擧妄動),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하늘을 치켜들고 땅을 움직인다는 뜻으로 큰 소리로 온 세상을 뒤흔듦 또는 천지를 뒤흔들 만하게 큰 세력을 떨침을 이르는 말을 흔천동지(掀天動地), 확고하여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아니함을 일컫는 말을 확고부동(確固不動), 기운이 꺾이지 않고 본디의 기운이 아직도 남아 생생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생동생동(生動生動), 마음이 움직이면 신기가 피곤하니 마음이 불안하면 신기가 불편하다는 말을 심동신피(心動神疲), 열 손가락을 움직이지 않는다는 뜻으로 게을러서 조금도 일을 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십지부동(十指不動)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