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3일(토)의 기억이 어제처럼 선명하다. 울먹이는 아내의 전화 목소리도 생생하다. 5월24일(일) 낮과 저녁내내 치솟는 아픔, 분노, 격정을 담아 장문의 글 하나를 썼다. 널리 퍼져나갔다. 이 글이 계기가 되어 5월 말 경 책 한권을 쓰기로 구두 계약했다. 두달 가량 두문불출하여 <노무현 이후-새시대 플랫폼은 무엇인가->라는 책을 썼다. 다시 봐도 괜찮다.
지금 돌아보니 이 책은 하늘에서 뭔가가 강림하지 않고서는 쓸 수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그 책의 서문을 다시 봤다. 특히 이 대목이 가슴을 친다.
http://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idxno=5496
"내가 특별히 그를 아쉬워하는 것은, 시대의 어둠을 깨치는 위대한 방법을 찾기 위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밤을 세울 기회가 코앞에 닥쳤는데 홀연히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5년의 재임시보다 퇴임 이후에, 수십 년에 걸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민족적 자산으로 생각했다.
시대의 짙은 어둠을 보아야 노무현의 가치가 보인다.
시대의 짙은 어둠을 보아야 노무현의 한계와 오류가 보인다.
그래야 더 나은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 보인다"
원래, 오늘은 강연-발제-토론 랠리도 끝났고 해서, 정말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문재인의 5.20 특별성명에 대해, 김대호의 특별성명 하나를 쓸까 했다. '제발 문재인은 그 입좀 다물어라고....' 그런데 오늘은 그냥 넘기기로 했다. 내일, 모레는 쓸 수 있을까? 모르겠다
.격정적인 비판 글은 태권도 선수가 수십 장씩 쌓인 기와장 격파 할 때처럼, 기합이 들어가야 하는데, 하도 이런 짓(중요인사 헛소리 까기)을 많이 했기 때문인지, 허망함이 뼈속까지 파고 들어, 이젠 기합이 잘 안들어 간다.
다행히 내 심정을 대변한 글이 하나 있다. 장례식 이후 5일 쯤 지난 2009년 6월3일자로 쓴 글이다. '호부견자 소리를 들을텐가?' 항상 느끼지만 노무현의 정신과 방법은 노무현을 파는 사람에게서는 거의 발견하기 힘들다. 이것이 노무현에 대한 최대의 아쉬움이다.
http://www.socialdesign.kr/news/articleView.html?idxno=5510
미증유의 비극적 사건이 불과 5년 만에 까마득하게 멀어져가고 있다. 망각은 아픔이고, 아쉬움이고, 치유다. 마냥 슬퍼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그 정신과 방법이 온데 간데 없는 것은 너무 큰 아픔이고 아쉬움이고 상처다.
참여정부의 좌절에서,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에서 문재인은 무엇을 배웠는지 정말 모르겠다. 문재인은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믿어 의심치 않지만, 5.20 특별성명을 보니, 아무래도 이 분은 시대를 읽는 눈도, 역사의 발자욱 소리를 듣는 귀도, 민중의 아픔을 느끼는 가슴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사의 원인에 대한 실사구시도 없고, 수십년 묵은 작폐를 (띨띨하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대통령 자리를 꿰차고 있는) 박근혜와 손 잡고 몇개라도 확실히 고친다는 책임있는 풍모도 없고, 오로지 '신자유주의=규제완화=비정규직' 빼 놓으면 정치적 문장 하나 쓸 수 없는 철부지 좌파들의 낡은 레코드 판을 돌리고 또 돌린다. 만악의 근원은 신자유주의라는 무슨 주문 같은 얘기를 백배 천배 증폭시켜 준다.
도대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뭘 어쩌자는 것인지 해설 좀 해주라.
'돈이 먼저인 나라에서 사람이 먼저인 나라' '효율과 속도가 먼저인 나라에서 생명과 안전이 먼저인 나라' '대통령의 국정철학, 국정운영 기조, 국가의 재원배분 기조가 문제' '이명박,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는 생명·안전·공존 등 사람의 가치를 무시' '우현'으로만 기울어온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 '"기업의 탐욕"을 비난할 자격이 없어...."규제는 악"이라면서 기업주의 돈벌이와 자본의 이윤추구에 앞장섰던 지난 1년 반 동안의 경제정책 기조'
말은 화려해도 결론은 신자유주의 정권 심판 내지 정권 교체라는 것 쯤은 알 수 있다. 세월호 교훈 정말로 저렴하게 처 드신다.
그리고 이런 프레임과 논리는 사실 노무현의 목을 조른 왼쪽 손이었는데.....노무현이 참 불쌍하다. 어쩌다가 문재인 같은 사람과 절친이 되었는지?
솔직히 노무현의 정신과 방법을 올곧이 계승한 몇몇 사람만 아니라면, 나는 노무현에 대해서 이를 엄청 갈았을 것이다. 나는 노무현을 보면서 화끈한 것, 필사즉생 못지 않게, 질기게 하는 것, 짧은 인생을 넘어 소중한 공적 가치를 지속시키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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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김두관이 부평 시의원 경선후보 사무실에 왔었는데, 김두관은 '정말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상식적인 얘기는 초등학생들도 다 하는 거고...., 필자의 얘기는 정치인이 가볍게사회분위기에 편승하면서 소명과 책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사회변화를 제대로 해내려 하는 의지와 냉철한 열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거죠. 세월호 대참사를 겪으며, 정치인이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제대로 모르면 무한책임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정치인의 그런 행태를 비판하는 겁니다. 신자유주의 적폐로 세월호 대참사를 재단하는 것은 코끼리 다리만지는 격이라는 거죠.
@비파 '돈 지상주의'라는 한국 사회에 오늘도 우울합니다. 매일매일에 충실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할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