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7일 한가위
복음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2,15-21
그때에 예수님께서 15 사람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는 주의하여라. 모든 탐욕을 경계하여라. 아무리 부유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은 그의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16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비유를 들어 말씀하셨다. “어떤 부유한 사람이 땅에서 많은 소출을 거두었다.
17 그래서 그는 속으로 ‘내가 수확한 것을 모아 둘 데가 없으니 어떻게 하나?’ 하고 생각하였다.
18 그러다가 말하였다. 이렇게 해야지. 곳간들을 헐어 내고 더 큰 것들을 지어,
거기에다 내 모든 곡식과 재물을 모아 두어야겠다.
19 그리고 나 자신에게 말해야지.
′자, 네가 여러 해 동안 쓸 많은 재산을 쌓아 두었으니, 쉬면서 먹고 마시며 즐겨라.′’
20 그러나 하느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
그러면 네가 마련해 둔 것은 누구 차지가 되겠느냐?’
21 자신을 위해서는 재화를 모으면서 하느님 앞에서는 부유하지 못한 사람이 바로 이러하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강론 중에 종종 제 어렸을 때의 일을 이야기합니다. 그 시대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공감하십니다. 아마 그 시대에는 모두 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아이들과 라면 봉지를 모아 공을 만들어 야구했다고 하면, “왜요?”라고 묻습니다. 재래식 화장실 이야기를 하면, 자기는 절대로 그런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30년 전만 해도 모두 비슷하게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시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지 않고 또 경험도 하지 않았으면 들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세대 간 격차가 크다 보니 대화가 되지 않아 현대 사회는 더 외로운 사회가 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혼자 사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30년 전에 10% 미만이었던 1인 가구가 현재는 전체 인구의 30%를 넘어섰고, 수년 내에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외로운 사회 안에서 더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기억을 공유할 수도 없고, ‘함께’라는 것을 하나의 짐처럼 생각하기에 정서적인 고통이 커질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계속 분열만 보이게 됩니다. 생각의 차이를 서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른 삶을 사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다른 삶도 궁금해하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다른 삶도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들도 함께해야 할 이웃으로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둘이나 셋이 모인 곳에 함께 하시겠다고 하신 예수님인데, 지금의 우리는 점점 혼자라는 틀에 자기를 가두고 있습니다. 아니 예수님도 그 틀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늘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말하는 한가위입니다. 독서와 복음에서 말하는 수확의 풍요로움과 더불어 보름달처럼 밝고 훈훈한 사랑과 정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을 만나고 하느님과 조상님들과 함께하는 감사의 마음을 드러내는 날입니다. 그래서 정말로 좋은 날인데 가족의 붕괴로 혼자서 이날을 지내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군요. 가족과의 다툼으로 전화 통화조차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삶을 인정하지 않고, 지지해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가족인데도 함께할 이웃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의 삶은 언제 마지막을 맞이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이 세상에 머물 것으로 생각하지만, 복음의 말씀처럼 “오늘 밤에 네 목숨을 되찾아 갈 것이다.”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서로가 다른 삶을 인정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사랑의 삶만이 언제고 우리를 부르시는 주님께 “예.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힘차게 응답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김종해).
사진설명: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