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들이 그동안 고수했던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벗어나 제품 다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판매 부진을 털기 위한 일종의 체질 개선으로, 한-미 FTA가 큰 힘이 됐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토요타 시에나
10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일본차들의 변화는 뚜렷하다. 과거 주력 1~2종에 구색 맞추기용 제품을 더했던 것에서 벗어나 여러 차종을 동시에 확보, 소비자를 적극 끌어들이는 것. 유럽차가 다양한 가지치기 차종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토요타는 출범 초기 캠리(하이브리드 포함), 프리우스, RAV4로 평범한 판매 제품군을 형성했다. 이후 소형차 코롤라를 추가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실적을 이끌던 캠리 성장세가 꺾이면서 2010년 6,511대였던 판매량은 2011년 24.3% 하락한 5,020대로 체면을 구겼다. 2011년 수입차 전체 평균 성장률이 16%였음을 감안하면 심각한 부진에 빠졌던 셈이다.
토요타 86
하지만 토요타는 지난해 7인승 미니밴 시에나를 전격 출시해 반전을 노렸다. 여기에 스포츠카 86을 도입, 다양한 라인업의 강점을 서서히 드러내는 중이다. 오는 11월 출시하는 크로스오버 벤자는 부산모터쇼에서 미리 소개했다.
토요타 벤자
그 결과 토요타 판매량은 2012년 상반기 전년대비 115% 상승(5,328대)했다. 물론 지난 1월 출시된 신형 캠리가 여전히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력이지만 궁극적으로 다양한 제품이 활성화에 보탬이 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결국 다른 차종에 대한 관심과 연속 신차 출시로 높아진 브랜드 집중도가 판매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인피니티 FX30d
인피니티는 지난해 대형 SUV QX와 일본차로는 최초로 FX 디젤 엔진을 추가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의 화두인 디젤에 대응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늘린 것. 또한 7인승 크로스오버 JX를 라인업에 편입, 세단과 SUV로 국한됐던 단조로운 제품 구성을 벗어던졌다.
혼다 또한 다양성 확보를 위해 미니밴 오딧세이를 올해 말 출시한다. 하반기 완전변경을 예고한 주력 어코드와의 상승효과도 노리는 중이다. 특히 최근 이렇다 할 신차가 없었던 만큼 소비자가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다수 제품의 국내 출시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인피니티 JX
이처럼 일본차들이 적극적인 라인업 확충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은 한-미 FTA가 꼽힌다. 실제로 이미 도입됐거나 판매를 앞둔 차 대부분이 미국 소재 공장에서 생산된다. 그간 환율 문제로 일본으로부터 섣불리 들여오지 못한 여러 차종의 공급선으로 미국이 부각된 셈이다. 따라서 한-미 FTA는 그야말로 일본차로는 '가뭄에 단비'라는 입장이다.
수입차 관계자는 "제품 다변화는 일본차도 그동안 공감해 왔지만 환율 문제 등으로 현실화까지 걸림돌이 많았다"며 "올 초 체결된 한-미 FTA가 미국 내 완성차를 한국에 들여올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FTA로 좋은 가격으로 소비자가 좋아할만한 제품을 들여올 수 있게 됐다는 뜻"이라며 "앞으로 일본차들의 적극적인 신차 도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혼다 오딧세이
한편, 일본 업체들은 국내에 미국산 소형차는 가져오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국내 시장이 수입 소형차를 흡수하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것. 이와 관련 한국닛산 켄지 나이토 대표이사는 "여러 사람이 닛산 마치의 한국 출시를 물어보는데 최우선 고려 사안은 시장"이라며 "소비자 요구가 아직 크지 않고, 볼륨도 작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