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아무 이상 없다" 억울함 호소
정부 허술한 단속 성토… 쓰레기 오명 벗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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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만두 제조업체 (주)비전푸드 대표 신모씨가 13일 밤 반포대교에서 투신했다. 작은 사진은 A4용지에 남긴 유서 3장 중
첫째장. |
`불량만두' 제조업체로 발표됐던 식품업체 사장이 한강에 투신했다.
13일 오후 8시50분쯤 만두제조 업체인 ㈜비전푸드 대표 신모씨(35)가 반포대교 남단에서 북단방향 22~23번 교각 사이 난간을 넘어 투신한
것을 이모씨(35)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목격자 이씨는 "차를 타고 반포대교를 건너는데 하늘색 와이셔츠에 검정색 바지차림의 남자가 한강에 몸을 던지는 모습이 보여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접수 즉시 구조대를 동원해 수색작업을 벌였으나 신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오후 10시30분쯤 수색작업을 일단 중단했다.
투신 지점에서는 신씨가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 1개와 A4 용지에 적힌 유서 3장, 신발 1켤레가 발견됐다.
유서와 함께 발견된 별도의 A4용지 1장에는 금융권과 거래업체 10여곳의 명단과 차입금 내역이 표로 기록돼 있었으며 기록된 차입금은 모두
13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씨가 남긴 유서에는 "(불량만두) 사건과 관련해 보도가 나가자 채권자들이 많이 찾아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아들과 딸은 엄마(부인)에게
맡긴다. 만두를 옛날처럼 잘 먹어줘야 우리가 살 수 있다.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적혀 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유서에는 또 "쓰레기 만두에 대한 오명을 벗어나야만 만두업체가 산다. 더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국민여러분이) 도와달라. 비전푸드
만두는 인체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도 남겨 있었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조사 결과 신씨가 대표로 있는 비전푸드가 작년부터 올해 2월까지 불량재료로 만두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 업체가 제조한 만두를 모두 회수해 폐기토록 했다.
한편 신씨는 최근 TV 토론 프로그램과 인터넷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정부의 허술한 단속과 행정조치를 강력히 성토했었다.
신씨는 지난 11일 한 인터넷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불량만두를 만든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이번 사태를 불러온 데는 불량 무말랭이가 만두소로
유통되는 것을 막지 못한 정부의 잘못도 크다며 "공장문을 닫는 것도 감수하겠지만 `쓰레기'라는 오명은 벗고 싶다"는 심경을 토로했었다.
신씨는 투신 직전인 밤 8시20분쯤 자신을 인터뷰한 기자에게 핸드폰 문자 메시지를 보내 자살 결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비전푸드 어떤 회사?
작년 18억원 매출… 대표 제조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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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화순군 동면 농공단지에 위치한 대표적인 만두 전문 제조회사다.
지난 2000년 2월 설립된 이 회사는 전국적으로 17개 총판급 매장을
거느리고 광역시,도에 넓은 유통망을 확보해 지난해에 1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푸드가 폐기용 단무지를 이용해 제조한 만두는
이미 2002년 말쯤부터 지난 2월말까지 1년이 넘는 동안 제조-판매가 이뤄져 전국적으로 수천여개의 분식점과 중국음식점을 통해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사는 지난 10일 오전 식품의약품안전청의 `불량 만두' 제조업체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공장 가동을 멈추고 쏟아지는 거래처의 항의 전화에
해명을 하며 반품과 자진회수에 나섰으며 신 대표는 연락이 두절됐다.
이 회사 창고에는 추석 이후 성수기를 대비한 3억여원어치의 만두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상태이며, 신 대표의 투신 사건이 발생한 뒤 이 회사는 전화연결이 되지 않았다.
`불량만두' 제조업체로 발표됐던 ㈜비전푸드 대표 신모씨(35)의 한강 투신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분분했다.
ID가 `trick1234'인
네티즌은 "불량만두를 만든 건 잘못이다. 나도 쓰레기만두를 먹고 배가 아팠던 사람이지만, 그래도 안타깝다"고 했고, `wmiok10'이라는
ID의 네티즌은 "방송에서 억울해 하던 목소리를 기억하니 불쌍하다. 그가 선택한 죽음이 답답한 심정으로 일을 저질렀으리라 생각한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그랬을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피력했다.
또 네티즌 `his2024'는 "여러가지 답답했겠지요. 그러나 불량만두를 만들어 팔았던 것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군요. 부인과 아이를 남겨놓고
자살을 하다니"라고 자살의 섣부른 행위를 질책했다.
하지만 많은 네티즌들은 그간 정부의 허술한 단속행정이 불량 만두 사건을 불러 일으켰고,
급기야 제조업체 사장의 자살로까지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네티즌 `77yj77'은 "쓰레기 만두를 만든 그들은 당연히 법의 심판을 받고 그에 따른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허술한 식품관리
시스템을 운영한 정부와 식약청, 그리고 돈에 눈이 멀어 하청업체에 무리하게 단가를 요구하고 압박한 소위 대기업들 또한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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