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의 기록은 전신 수영복을 규제하면서 과도기를 겪는 세계 수영계에 큰 충격(impact)을 던져줄 것입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박태환(21·단국대)이 200·400m 자유형 2연패를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마이클 볼(호주) 코치는 16일 박태환의 수영을 두고 ‘충격’이라는 단어까지 쓰며 극찬했다.
이날 박태환이 중국 광저우 아오티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400m 자유형 결승전에서 작성한 기록은 3분41초53. 자신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 세운 한국 기록(3분41초86)은 물론 전신 수영복이 규제된 이후인 올 시즌 자신이 세운 세계랭킹 1위 기록(3분44초73)도 직접 갈아치웠다.
이날 3위를 한 장린이 보유한 아시아 기록(3분41초35)은 0.18초 차로 깨지 못했지만, 이는 지난해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신 수영복을 입고 세운 기록이다.
볼 코치는 “나도 기록을 보고 놀랐다”며 “기대보다 훨씬 빠른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고 베이징 올림픽 때 자신의 기록에 근접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박태환의 오늘 경기는 전 세계 수영에 있어 큰 충격을 줄 것이다”라고 평했다.
전신 수영복 착용이 금지된 올해는 세계 수영계에서 일종의 시험무대다. 대부분의 선수가 기록이 떨어졌지만, 박태환은 연이어 세계랭킹 1위의 기록을 세우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볼 코치는 “오늘 경기는 앞으로 세계 수영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날 결승전에서 박태환은 300m 구간을 찍을 때까지만 해도 2분46초33으로 지난해 로마 선수권에서 파울 비더만(독일) 전신 수영복을 입고 세운 세계기록(3분40초07)을 세웠을 당시 구간 기록(2분47초17)보다 빨랐을 정도였다.
볼 코치는 “박태환은 오늘 초반 200m에서 1분49초49였다”며 “확인이 필요하지만, 내가 아는 한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초반 200m에서 계획보다 페이스가 빨라서 후반에 다소 페이스가 떨어졌는데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이런 기록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볼 코치는 박태환이 전신 수영복 없이도 더 좋은 기록을 세운 것을 두고 기술과 성실함을 꼽았다. 그는 “기술이 좋지 않은 선수도 첨단 수영복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은 갔다”며 “좋은 기술을 갖추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박태환은 기술이 좋을뿐더러 한번 실패를 겪고 난 뒤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며 “좋은 선수는 시련을 겪고 나서 한층 높은 경지에 올라서는데 박태환도 지난해 한번 실망하고 나서 더 굳은 각오로 목표를 이뤄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