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2010년도 은행 달력을 내게 주며 말한다. “은행달력을 받으면 그 해에 부자 된데요” 그 말 한마디에 평범했던 은행 달력이 새롭게 보이며 내 얼굴에도 미소가 퍼진다.
말이 가지는 힘이 참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몇 해 전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카피 한마디가 온 국민의 인사말처럼 사용되었던 것도 당시의 상황을 짐작케 해준다. 교전에도 보면 언복(言福)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말 한마디로 복(福)을 지을 수도 있고, 해(害)를 입힐 수도 있다는 법문을 오늘도 마음에 새기며, 오늘 받은 달력 하나로 잠시 행복했다. 조금 더 솔직하게 표현한다면, 달력을 건네며 들은 그 말 한마디로 더 행복했는지 모른다.
새로 받은 달력에 기념일을 정리하기 위해, 10여일 남짓 남은 올해의 달력을 보게 되었다. 올 한해를 나는 어떻게 살았는지 달력만 보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유난히도 많은 날들에 동그라미가 표시되어 있었다.
회사일, 학교일,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많은 원불교 행사와, 교당 행사가 있었다.
“그래 바쁘게 잘 살았구나” 라며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한 편으로 생각해 보니 그 많은 행사동안 나는 나 혼자 혹은 교당의 도반들과만 함께 했었다.
교구 바자회나 교당에서의 가족법회, 락(樂)법회, 절 수행법회, 그리고 수많은 의미 있는 훈련과 설법시간에 나와 인연이 있었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했다면 원기 94년을 마무리하는 지금이 조금 더 행복하고 풍성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감이 밀려온다.
12월이 되면 그동안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들로, 유난히 모임이 많아지는 것 같다. 어떤 이는 망년회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송년회라고도 한다. 혹자는 망년회는 한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이니, 송년회라고 말해야 한다고 한다.
나 역시 송년회라는 표현을 좋아 한다. 그 해의 괴로움을 잊기 위한 망년 모임보다는, 지난해를 보내며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 있는 송년 모임이 훨씬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 한다.
나 역시 반성과 후회 감으로 이번 해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하지만 아직도 나의 10여일 남은 달력에는 많은 동그라미가 남아있다. 특히 12월 마지막 주는 우리 교당 결산법회이며 단별 장기자랑을 함께하는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법회일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챙기지 못했던 가족들과 올 해의 마지막 법회를 함께하는 것이야말로 내가 올해를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아닐까… 그 마지막 법회는 원기 95년으로 이어질 것이라 믿는다.
우리는 새해가 되면 늘 새로운 계획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나또한 원기 95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서원을 세울 것이다. 지난 법회 때 학교 교당의 교무님께서 “작심 3일”이 아니라 우리는 “3일 작심”을 하자고 말씀 하셨다.
내가 세운 서원이 흔들릴 때면, 3일마다 다시 마음을 바로 잡고 다시 서원을 세우라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씀이 아닌가. 오늘 하루가, 그리고 내일이…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지금 이순간이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연말을 선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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