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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기복력(老驥伏櫪)
늙은 준마(명마)가 마구간 가로목에 엎드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인물이 나이가 들어 뜻을 펴지 못하고 궁지에 빠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老 : 늙을 노(老/0)
驥 : 천리마 기(馬/16)
伏 : 엎드릴 복(亻/4)
櫪 : 말구유 력(木/16)
출전 : 조조(曹操)의 구수수(龜雖壽)
늙은 준마가 헛간의 널빤지 위에서 잠을 잔다는 뜻으로, 빼어난 사람이 늙도록 세상에 뜻을 펴지 못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삼국시대 영웅 조조(曹操)는 시문(詩文)에도 뛰어나 현재에도 20여수의 시와 40여 편의 산문이 전해지고 있다.
이 성어는 조조(曹操)의 보출동문행(步出東門行)에 구수수(龜雖壽) 편에 나오는 말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龜雖壽/曹操
(거북이는 오래 살아도)
神龜雖壽, 猶有竟時.
거북이가 장수해도, 여전히 죽는 때가 있다.
騰蛇乘霧, 終爲土灰.
이무기는 안개를 타도, 끝내는 흙먼지가 된다.
老驥伏櫪, 志在千里.
늙은 준마는 구유에 엎드려 있으나, 뜻은 천리 먼 곳에 있다.
烈士暮年, 壯心不已.
영웅은 만년이 되어도, 웅대한 포부는 그치지 않는다.
盈縮之期, 不但在天.
흥망성쇠의 때는, 하늘의 뜻에만 있지 않다.
養怡之福, 可得永年.
마음 수양을 기뻐함의 복이요, 영원함을 얻을 수 있다.
幸甚至哉, 歌以詠志.
행복이 어디서 끝날까, 노래 부름으로 뜻을 기린다.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는 까닭은 그의 뜻이 천리를 가고자 하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개구리도 멀리 뛰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몸을 먼저 움츠립니다. 그래야 반동의 힘으로 탄력을 받아서 멀리 뛸 수 있는 것이다.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서 오늘도 별로 하는 일이 없이 먹이만 씹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말이 이미 퇴물이 된 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리 늙었어도 여전히 천리마입니다. 그리고 그 말에게는 오랜 세월을 엎드려 기다려온 경륜이 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이 늙은 천리마는 천리마로서 타고난 힘과 오랜 세월을 참고 기다려온 경륜을 바탕으로 천리 먼 길을 실수 없이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다.
늙음과 노인은 지혜의 상징이었다
인간은 이성을 주관하는 대뇌 신피질이 지나치게 발달하여 다른 동물에 비해 영성적 지혜를 잃어버렸다.
지구에 어떠한 재난이 닥칠 때 미물로 취급받는 다양한 동물들은 미리 알아 차리고 피난을 하는데, 인간들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성적 지식에만 의존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옛 선조들은 동물의 지혜를 빌어 위험과 곤경에서 벗어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고사성어에 담겨 있다.
노마지지란 늙은(老) 말(馬)의 지혜(智)라는 뜻으로, 나이가 많으면 그만큼 경륜이 쌓여 사물의 이치를 파악하는 지혜와 특기가 있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이 말은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 전에서 유래했다. 제나라 환공 때에 '관중과 습붕이 환공을 따라 고죽국을 정벌하기 위해 봄에 떠났다가 겨울에서야 돌아오다 폭설과 혹한에 미혹되어 길을 잃어버렸다. 관중이 나서서 말하길, '늙은 말의 지혜를 이용하자'고 제안하며, 곧 늙은 말을 풀어 따라가니 마침내 길을 찾아 행군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경륜 많은 늙은 말의 지혜로움이 인간을 구한 것이다. 그리고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고 해 노마식도(老馬識途)라고도 한다.
예부터 늙음은 곧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원로(元老) 또는 장로(長老)를 우대했다. 그런데 요즘의 현실은 어떠합니까? 직장에선 경험 또는 나이 많은 사람을 퇴물 취급하기도 한다. 조기퇴직은 물론 명퇴를 종용한다.
예전에는 가정에서도 남녀노소할 것 없이 누구나 자신의 역할이 부여되었다. 특히 요즘처럼 노인들이 부담스러운 존재로 내몰리지는 않았다. 오랜 경험을 쌓아온 노인들은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노인들은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전달하였다. 무언가를 찾아낸다는 뜻의 '찾을 수(搜)' 자를 살펴보면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搜(찾을 수)는 손 수(扌)와 늙은이 수(叟)로 이루어져 있는데, 손의 모습을 본뜬 手(수)는 자형의 좌변에 놓일 때는 주로 扌(수)로 간략화 하여 쓰인다.
다음으로 叟(수)의 자형상부의 '臼' 모양은 횃불을 피워 올리기 위한 솜뭉치나 잔가지의 나무를 뭉친 모습이며, 가운데의 '丨'은 불길이 타오르는 모습을 본뜬 것이다.
그리고 자형하부의 又(우)는 그 횃불을 들고 있는 손을 뜻하는데, 농촌에서 밤늦게까지 일할 때 횃불을 밝혀 일손을 돕는 사람은 주로 힘이 약한 노인들이었다.
따라서 이 글자에는 경험이 많은 노인들은 지혜의 상징이기 때문에 횃불을 밝히는 사람, 즉 사리에 밝은 사람은 곧 노인이란 뜻도 함축되어 있다.
따라서 搜(수) 자에는 지혜의 상징인 횃불(叟)을 밝혀 들고서 온갖 수단(扌)을 동원하여 무언가를 찾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즐긴다는 노소동락(老少同樂)을 할 수는 없을까? 우리 사회는 지금 노기복력(老驥伏櫪)을 은연중에 강요하는 꼴이 되어버렸다. 즉 한때 천리를 달릴 수 있었던 경험 많은 준마(老驥)를 마구간(櫪)에 유폐시키고(伏)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갈수록 노령의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사회에서 노인을 골칫거리로 여길 게 아니라 이들의 지혜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거북이 장수한대도(龜雖壽)
(曹操, 155~220)
神龜雖壽, 猶有竟時.
신령한 거북이 장수한대도, 언젠가는 죽을 날 있고.
騰蛇乘霧, 終為土灰.
전설의 뱀이 안개 타고 올라도, 결국엔 흙먼지 되리.
老驥伏櫪, 志在千里.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어도, 마음만은 천리를 내달리네.
烈士暮年, 壯心不已.
열사는 말년이 되어도, 그 웅지가 사라지지 않는 법.
盈縮之期, 不但在天.
목숨이 길고 짧은 건, 하늘에만 달린 게 아닐세.
養怡之福, 可得永年.
심신의 평온을 기른다면,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하리라.
幸甚至哉, 歌以詠志.
아, 너무나 흥겨워! 이 마음을 노래하네.
자분자분한 목소리로 섬세한 서정을 담는 여느 한시와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미사여구 같은 기름기도 쏙 빠져 있다.
신령한 거북이 3000년이나 장수했고, 전설의 뱀 등사(騰蛇)는 비룡과 함께 운무(雲霧)를 타고 천상을 노닐었다는 옛이야기를 떠올린 시인.
하지만 결코 그 신화가 부럽지 않다. 길고 짧음의 차이가 있을 뿐 그들 또한 결국엔 흙먼지로 사그라지지 않았던가.
마구간에 엎드려 있을지라도 단번에 천리를 내달리는 준마의 꿈을 간직한 열사의 웅지는 쉽게 범접하지 못할 경이로움이다.
심신 수양을 통해 노익장을 다짐하는 그 기개는 생명에의 외경이기도 하다. 이 외경심에는 인명재천의 숙명론이 감당하지 못할 경건한 비장미가 담겨 있다. 영웅이 간직한 도량의 깊이와 넓이에는 역동적인 삶의 활력이 넘쳐난다.
그것은 '백년도 못 사는 인생/ 천년의 근심을 품고 살다니/ 낮은 짧고 괴로운 긴긴 밤/ 어찌 촛불 밝혀 놀지 않으랴'는 동시대 문인들의 보편적 허무의식을 극적으로 뒤집어 놓는다.
치세의 능신(能臣)이요, 난세의 간웅(奸雄)으로 평가되기도 했던 조조. 소설 삼국연의에는 그가 음험하고 교활한 이미지로 각인되어 있지만, 정사 삼국지는 '시대를 초월하는 비범한 호걸'로 그의 지략과 능력을 높이 샀다.
마굿간에 누워 천 리 밖의 일을 생각한다
무릇 장부에게는 세 채의 집이 있는데, 비바람을 피해 몸을 뉠 '장소'와 하해와 같이 깊은 '마음', 그리고 헤아릴 수 없이 넓은 '천하(universe)'가 바로 그것이다.
하사(下士)는 비바람을 피할 곳을 으뜸으로 치고, 중사(中士)는 홍진을 피해 안식을 구할 마음을 으뜸으로 치며, 상사(上士)는 천하를 으뜸으로 쳐서 온세상을 제 집으로 여긴다.
이렇듯 장부가 품은 뜻에 따라 각자 그 집을 달리하되, 제 집을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마음만은 한결같은 것이다.
그러나 여자를 만나메 집문서가 수중에 없음에 구애받지 아니하고, 저택을 얻으려 수고를 마다치 않음을 비루하게 여기면서, 호연(浩然)의 기상으로 가슴을 펴고 인파를 헤치며 걸어가는 것은, 오로지 상등의 장부(上士)에게만 해당하는 일이니, 곧 마굿간에 누워 천 리 밖에 뜻을 두는 이치이다.
내가 살 집은 응당 천하이다.
일생을 투자하여 얻은 저택은 죽고나면 남이 누리는 바이지만, 천하는 죽어서도 그 소유가 일정하여 만인이 즐기는 바이기에, 당장의 구차함에 연연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나의 일생은 나라에 헌신한 이로 마치거나, 여기저기 허황된 글만 잔뜩 남기다 죽는 룸펜, 필경 둘 중 하나가 될 것임을 잘 안다. 그 어느 경우라도, 천하를 집으로 삼아 생애를 경영하였음에 작위(作爲)가 없으니, 설령 뜻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전연 애석하거나 아쉬울 일이 없다.
위나라 조조(曺操)가 천하를 평정하고 53세때 지은 시이다.
神龜雖壽, 猶有竟時.
신령한 거북이 아무리 오래 살아도, 언젠가 죽는 날이 있고,
騰蛇乘霧, 終爲土灰.
하늘을 나는 용이 구름에 올라타도, 끝내 한줌 먼지가 된다.
老驥伏櫪, 志在千里.
늙은 천리마가 마굿간에 있어도, 뜻은 천리 밖에 있고,
烈士暮年, 壯心不已.
열사는 나이가 먹어도, 웅장한 포부는 사라지지 않네.
▶️ 老(늙을 노/로)는 ❶상형문자이나 회의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머리카락이 길고 허리가 굽은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서 있는 모양을 본떴다. 또는 毛(모)와 人(인)과 匕(비)의 합자(合字)이다. 다른 글의 부수로 쓰일 때는 耂(로)만 쓰는 경우가 많다. ❷상형문자로 老자는 '늙다'나 '익숙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예로부터 오랜 경험을 가진 노인은 공경과 배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노인을 그린 老자는 '늙다'나 '쇠약하다'라는 뜻 외에도 '공경하다'나 '노련하다'와 같은 뜻을 함께 가지고 있다. 老자의 갑골문을 보면 머리가 헝클어진 노인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금문에서부터는 匕(비수 비)자가 지팡이를 표현하고 있으므로 老자에 쓰인 匕자는 의미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그래서 老(노/로)는 ①늙다 ②익숙하다, 노련하다 ③숙달하다 ④대접하다 ⑤노인을 공경하다, 양로하다 ⑥오래 되다 ⑦늙어 벼슬을 그만두다 ⑧생애를 마치다 ⑨쇠약하다 ⑩거느리다 ⑪굳게 하다 ⑫어른, 부모 ⑬늙은이 ⑭노자(老子)의 학설 ⑮신의 우두머리 ⑯항상, 늘 ⑰접두사(接頭辭) ⑱접미사(接尾辭)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적을 소(少), 어릴 유(幼), 아이 동(童), 길 장(長)이다. 용례로는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어떤 일에 대해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 익숙하고 능란함을 노련(老鍊), 늙은이와 어린아이를 노소(老少), 오래 삶을 노수(老壽), 늙어진 뒤를 노후(老後), 늙은 나이를 노령(老齡), 늙은 어머니를 노모(老母), 늙은 나이를 노년(老年), 생물 또는 물질의 기능이나 성질이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쇠약해지는 현상을 노쇠(老衰), 늙은 몸을 노구(老軀), 노쇠해서 생긴 병을 노환(老患), 노인이 윗사람에게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을 노생(老生), 늙어서 부리는 망령을 노망(老妄), 늙은이와 약한 이를 일컫는 말을 노약자(老弱者), 늙은 부부를 일컫는 말을 노부부(老夫婦), 마을 노인들이 모여서 즐길 수 있게 마련한 집이나 방을 이르는 말을 노인정(老人亭), 남의 일에 대하여 지나치게 염려하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노파심(老婆心), 나이를 먹을수록 기력이 더욱 좋아짐을 일컫는 말을 노당익장(老當益壯), 자식이 나이가 들어도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마음은 똑같으니 변함없이 효도를 해야 한다는 말을 노래지희(老萊之戱), 노인과 젊은이가 함께 즐김을 일컫는 말을 노소동락(老少同樂), 늙은 말의 지혜를 일컫는 말을 노마지지(老馬之智), 늙은 말이 갈 길을 안다는 말을 노마식도(老馬識途), 늙은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으로 글을 쉽게 쓰는 것을 이르는 말을 노구능해(老嫗能解), 늙은 준마가 마구간 가로목에 엎드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인물이 나이가 들어 뜻을 펴지 못하고 궁지에 빠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기복력(老驥伏櫪), 노인들이 늘 하는 이야기란 뜻으로 노인들의 고루한 이론이나 평범한 의논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생상담(老生常談), 늙은 방합에서 구슬이 나온다는 뜻으로 총명한 아들을 둔 사람에게 그를 기려 축하하는 말 또는 부자가 모두 영명을 가졌음을 이르는 말을 노방생주(老蚌生珠), 부부가 서로 사이좋고 화락하게 같이 늙음을 이르는 말을 백년해로(百年偕老), 남자와 여자와 늙은이와 젊은이 곧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을 남녀노소(男女老少), 부부가 한평생을 같이 지내며 같이 늙고, 죽어서는 같이 무덤에 묻힌다는 뜻으로 부부 사랑의 굳은 맹세를 뜻함 또는 부부의 금실이 좋아서 함께 늙고 함께 묻힘을 일컫는 말을 해로동혈(偕老同穴), 많은 전투을 치른 노련한 장수란 뜻으로 세상일에 경험이 많아 여러 가지로 능란한 사람을 이르는 말을 백전노장(百戰老將), 집이 가난하고 부모가 늙었을 때는 마음에 들지 않은 벼슬자리라도 얻어서 어버이를 봉양해야 한다는 말을 가빈친로(家貧親老), 불교에서 인간이 반드시 겪어야만 한다는 네 가지 고통으로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는 네 가지의 고통을 일컫는 말을 생로병사(生老病死), 봄 추위와 노인의 건강이라는 뜻으로 모든 사물이 오래가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춘한노건(春寒老健), 노인이 다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이르는 말을 반로환동(返老還童) 등에 쓰인다.
▶️ 驥(천리마 기)는 형성문자로 骥(기)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말 마(馬; 말)部와 음(音)을 나타내는冀(기)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驥(기)는 ①천리마(千里馬) ②준마(駿馬: 빠르게 잘 달리는 말)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준마의 꼬리를 기미(驥尾), 늙은 준마 또는 나이 많은 준걸을 노기(老驥), 몹시 빨리 달리는 말의 뜻으로 현인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기기(騏驥), 조선시대 사복시에 딸린 정6품 잡직을 안기(安驥), 조선시대 사복시에 딸린 종7품 잡직을 조기(調驥), 조선시대 사복시에 딸린 종8품 잡직을 이기(理驥), 조선시대 사복시에 딸린 종9품 잡직을 보기(保驥), 그림에 그려진 대로 천리마를 찾는다는 뜻으로 융통성 없이 원리원칙만 따져 일을 처리함을 비유하는 말을 안도색기(按圖索驥), 준마가 쥐를 잡는다는 뜻으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하찮은 일을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기기포서(騏驥捕鼠) 등에 쓰인다.
▶️ 伏(엎드릴 복, 안을 부)은 ❶회의문자로 犬(견; 개)가 사람 인(人=亻; 사람)部 옆에 엎드리고 있는 모양에서, 엎드리다, 전(轉)하여 숨는 일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伏자는 '엎드리다'나 '굴복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伏자는 人(사람 인)자와 犬(개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이렇게 '개'를 그린 犬자에 人자가 결합한 伏자는 개가 사람 옆에 바짝 엎드려 복종하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삼복더위라 하는 초복(初伏), 중복(中伏), 말복(末伏)에는 몸보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더운 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몸보신을 하는 것은 좋지만 伏자에 犬자가 들어갔다고 해서 보신탕을 먹는 날을 의미하진 않는다. 이날은 엎어질 듯이 매우 더운 날이라는 뜻의 伏날이다. 그래서 伏(복, 부)은 (1)복날 (2)초복, 중복, 말복을 통틀어 이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엎드리다, 머리를 숙이다 ②굴복하다, 항복하다, 인정하다 ③숨다, 감추다, 잠복하다 ④살피다, 엿보다 ⑤내려가다, 낮아지다 ⑥기다 ⑦절후(節候), 음력(陰曆) 6월의 절기(節氣) ⑧삼복(三伏)의 통칭(通稱) ⑨편지(便紙) 중의 존경어 그리고 ⓐ알을 안다(부) ⓑ알을 품다(부)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숨을 칩(蟄),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일어날 기(起)이다. 용례로는 만일의 경우 뒤에 생길 일에 대처하려고 남 몰래 미리 베푸는 준비를 복선(伏線), 갑작스레 적을 내리치려고 요긴한 목에 숨어 있는 군사를 복병(伏兵), 숨어서 세상에 드러나지 아니한 재사나 호걸을 복룡(伏龍), 초복으로 부터 말복까지를 복중(伏中), 물체를 바로 위에서 내려다 보는 그림을 복도(伏圖), 엎드려 바란다는 뜻으로 웃 어른께 삼가 바람의 뜻을 복망(伏望), 더위 먹음을 복서(伏暑), 엎드리어 축원함이란 뜻으로 윗 사람에게 삼가 축원함이라는 말을 복축(伏祝), 흘러가던 물이 갑자기 땅속으로 스며들어 흐르는 물을 복류(伏流), 웃어른을 공손히 그리워 함을 복모(伏慕), 엎드려 절함을 복배(伏拜), 형벌을 받아 죽임을 당함을 복법(伏法), 윗사람이 주는 것을 공손히 받음을 복수(伏受), 삼복이 든 철의 몹시 심한 더위를 복열(伏熱), 전쟁이나 경기 등에서 힘에 눌려서 적에게 굴복함을 항복(降伏), 머리를 굽히어 꿇어 엎드림을 굴복(屈伏),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몰래 숨어 엎드림을 잠복(潛伏), 상대편을 불시에 치거나 살피려고 적당한 곳에 몰래 숨어 있음을 매복(埋伏), 알아듣도록 타일러 그렇게 여기게 함을 설복(說伏), 지세의 높고 낮음을 기복(起伏), 엎드려 절함을 배복(拜伏), 배를 땅에 대고 기어감을 부복(扶伏), 땅에 엎드려 움직이지 아니한다는 뜻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몸을 사림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복지부동(伏地不動), 땅에 엎드려 사례함을 이르는 말을 복지사례(伏地謝禮), 땅에 엎드려 눈물을 흘림을 이르는 말을 복지유체(伏地流涕), 정당하지 못한 일이나 숨기고 있는 일을 들추어 냄을 일컫는 말을 발간적복(發奸摘伏) 등에 쓰인다.
▶️ 櫪(말구유 력/역)은 형성문자로 枥(력/역)은 통자(通字), 枥(력/역)은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나무 목(木; 나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력(歷)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櫪(력/역)은 ①말구유(말에게 먹이를 주는 그릇) ②마판(馬板: 마구간의 바닥에 깔아 놓은 널빤지) ③상수리나무 ④형구(刑具)의 한 가지,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외양간에 매여 있는 말이란 뜻으로 얽매여 자유롭지 못한 신세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역마(櫪馬), 마구간에 매인 말과 새장에 든 새라는 뜻으로 속박되어 자유롭지 않은 몸을 이르는 말을 역마농금(櫪馬籠禽), 늙은 준마가 마구간 가로목에 엎드렸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인물이 나이가 들어 뜻을 펴지 못하고 궁지에 빠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노기복력(老驥伏櫪)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