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상위권 점령..정상호·강정호도 '4번' 연착륙
지난해 프로야구 타격 7관왕인 이대호(29·롯데)와 '쿨 가이' 박용택(32·LG)이 시즌 초반 불꽃타를 휘두르고 최고 4번 타자 타이틀을 놓고 접전을 펼치고 있다.
박용택은 2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서 8회와 9회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이 부문 1위로 치고 나섰다. 이날 경기에서만 6타수4안타를 때리고 타점 4개를 보태 각종 공격 지표에서 상위권으로 도약했다.
이대호는 롯데 타선이 터지지 않는 와중에도 홀로 꾸준한 성적을 냈다. 24일 SK와의 경기에서 연타석 대포를 뿜어내며 홈런 경쟁에 불을 붙였고 안타 27개를 때려 최다 안타 1위를 달리는 등 기복 없는 페이스로 '과연 7관왕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부터 지명 타자로 돌아선 뒤 몸집을 불려 "강타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박용택은 개막 첫 주에 잠시 슬럼프를 탔다가 이후 폭풍타를 터뜨리고 LG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입지를 굳혔다. 특히 승부를 결정 지은 결승타를 4차례나 기록하는 등 득점권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였다. 박용택은 상대 좌·우 투수에 따라 타선이 바뀌는 '플래툰시스템'에 따라 왼손 투수가 나올 때는 하위 타순으로 밀리고 오른손 투수가 선발로 등판하면 4번에 기용된다.
최근 5경기에서 4차례나 2안타 이상을 때린 이대호는 개막 한 달을 지나면서 타격감각을 정상궤도로 끌어올렸다. 상대팀은 물론 투수 유형을 가리지 않고 고르게 때리는 이대호의 타법을 보면 경지에 올랐음을 알 수 있다.
군살을 빼 몰라보게 날렵해진 김동주(두산)도 4번 타자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두목곰'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김동주는 주자가 2루 이상 포진한 득점권에서 무려 20타수10안타를 때리고 16타점을 올리는 무서운 집중력으로 '해결사 본능'을 뽐냈다.
정상호(SK)와 강정호(넥센) 등 4번 타자를 새로 꿰찬 선수들도 비교적 순항 중이다. 방망이 실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정상호는 결승타를 3개나 때려내며 승리에 앞장섰고 득점권에서도 기량을 충분히 발휘, 팀의 득점력을 높이는 데 힘을 보탰다. 강정호는 타율이 2할대에 머물고 있지만 득점권에서만큼은 베테랑 4번 타자 못지않게 활약했다. 다만, 지난 2년간 평균 17개 홈런을 터뜨렸던 타자답지 않게 아직 홈런을 신고하지 못한 게 옥에 티다.
한편, 최희섭(KIA)과 최형우(삼성)는 바로 앞 3번 타자에게 찬스를 뺏긴 탓인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최희섭은 타율은 괜찮은 편이나 타점을 7개밖에 올리지 못했다. 3번 이범호가 무려 24타점이나 기록하며 타점 선두를 달리는 터라 '싹쓸이' 찬스가 잘 오지 않는다. 최형우도 박석민이 15타점을 거둬들이고 타율 3할 이상을 때리면서 잠시 머쓱해졌다.
팀 타율(0.218) 꼴찌인 한화의 4번 타자 최진행은 팀에서 홀로 두자릿수 타점(13개)을 올리며 분투 중이지만 지원군이 없어 쓸쓸한 처지다.
◇프로야구 각 구단 4번 타자 성적(27일 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