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트레킹
오월에 들어 문학 동인들과 세 번째 나들이가 예정된 월요일이다. 간밤 비가 내렸지만 먼지잼보다 적어 혹심한 가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리모델링으로 어수선하던 집안 세간들을 제자리로 채워 놓고 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보름 전 뚜벅이 트레킹으로 함안 대산 강둑을 따라 합강정과 반구정을 거쳐 남지 철교를 건넌 적 있고 이후 순천으로 문학 기행을 다녀왔다.
애타게 기다리는 비는 오지 않은 하늘에 구름이 엷게 끼어 있었다. 한 달 전 거제 국사봉에서 채집한 곰취와 북면 양미재에서 캐 둔 더덕이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어 몇 줌 챙겼다. 회원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하기 전 반송시장으로 나가 족발을 사려 했더니 가게 문이 열려 있지 않아, 그 곁에서 닭발 편육을 사 창원실내수영장 맞은편 버스 정류소로 가서 동행할 분들을 만났다.
대방동에서 출발해 북면 명촌으로 가는 14번 녹색버스를 타고 충혼탑을 둘러 명곡교차로를 지나 동정동에서 한 분이 더 합류함으로 완전체가 된 일행이었다. 나는 대중교통에 익숙했지만 다른 셋은 농어촌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갈 기회가 드물어 차창 밖 풍경에 신기로워했다. 굴현고개를 넘은 버스는 동전산업단지에서 백월산 아래로 들어갔다가 온천장을 거쳐 낙동강 강가로 갔다.
명촌은 창녕 부곡 임해진과 마주한 창원 북단 강마을답게 동구에는 민물횟집이 두 군데 있었다. 그 가운데 한 집 뜰에 다육식물을 비롯한 꽃을 예쁘게 가꾸어 놓아 살펴보고 강둑으로 올랐다. 이맘때 금계국이 피면 황홀할 정도로 장관을 이룬 둔치인데 혹심한 가뭄으로 잎줄기의 생육이 부실해 꽃이 풍성하지 않았다. 넷은 수변공원 쉼터에서 커피를 들면서 담소를 나누고 일어섰다.
4대강 사업 전 드넓은 둔치는 단감 과수원이었는데 말끔하게 정비된 공원이었다,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온 강물은 임해진 벼랑에서 둔각으로 방향을 틀어 학포와 본포로 향해 유유히 흘렀다. 강 건너 노리는 상주 주 씨 집성촌에서 청암마을로 가는 들머리에 개 무덤과 견비(犬碑)가 있는 곳이다. 벼랑을 사이에 두고 두 마을의 정분이 난 개가 오가며 길이 뚫렸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자전거길과 산책로를 따라 걸어 체육 시설과 드론 실험장을 지난 쉼터에서 배낭을 풀었다. 집을 나서면서 준비한 곰취와 더덕은 캔 맥주와 얼음 생수로 목을 축였다. 족발을 대신한 닭발 편육은 처음 맛봤는데 귀한 산채와 함께 간식으로 먹을 만했다. 쉼터에서 일어나 북면 수변 생태공원 광장으로 들어서서 해시계를 살피니 구름 낀 하늘이라 그림자가 없어 시침을 가리키지 못했다.
강물이 벼랑을 휘감아 흐르는 생태 보도교를 앞둔 신천 샛강에서 강둑을 넘어 북면 들녘 농로를 따라 걸었다. 전방 좌우는 백월산과 옥녀봉에서 마금산을 거쳐온 천마산이고 한복판에는 천주산과 상봉이 아득했다. 벼농사 농지는 과수와 채소를 심는 밭으로 바뀌었고 일부 구역에 심은 보리는 익어 수염이 까끌까끌했더랬다. 들녘이 끝난 마금산 온천 노천 족욕 체험장은 휴무였다.
맛집으로 알려진 어탕국수와 콩국수로 점심을 들고 인근에 한 장인이 전통주를 빚는 연구소로 방문했다. 일행의 젊은 날 제자가 운영하는 실험실로 항아리에는 각종 술이 발효 중이고, 직접 빚은 술을 시음하기도 했다. 이후 시내로 가는 미니 마을버스를 탔더니 칠북 아산마을 거쳐 동정동에 내려 일행은 한 군데 더 들릴 곳이 있었다. 창원 향교 뒤 경전선 폐선 철길의 터널로 갔다.
구룡산 자락이 흘러내려 잘록해진 신풍고개 밑으로 지나는 옛 경전선 철길 터널은 최근 산책로로 바뀌었다. 조명이 설치된 터널로 들어서니 밖은 더운 날씨였는데 내부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터널을 관통해 나가 용강고개에서 1번 마을버스를 탔더니 금세 시내에 닿았다. 향토사단이 옮겨간 터에 들어선 상가 식당에서 코다리찜으로 저녁을 해결했더니 하루해가 저물고 있었다. 22.0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