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차별 논란 부른 LH 전세사기 매입책 약자들간의 경쟁이 시작.
조선비즈, 조은임 기자, 2023. 4. 25.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나서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매입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벌써부터 ‘역차별’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매입임대 주택의 입주요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수준으로 정해져 있는데다, 피해 지역에서만 대량으로 주택을 매입하게 되면 그 외 주택에서의 매입물량이 줄어드는 일이 생기게 된다. ‘보증금 채권매입’을 요구하는 피해자 단체 또한 LH 매입방안에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4월 24일 업계와 LH에 따르면 LH는 지난 18일 올해 총 2만6461호를 매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민간이 준공한 주택을 매입하는 ‘준공주택매입’과 민간의 건설 예정인 주택에 대해 매입 약정하는 ‘신축매입약정’으로 구분해 각각 4086호, 2만2375호를 매입하겠다고 했다. 준공주택은 원가 이하 수준으로, 약정주택은 개선된 감정가격으로 고가매입 방지하겠다는 게 당시 계획을 발표한 취지였다.
하지만 원희룡 장관이 나서서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LH가 매입하도록 하겠다고 밝히면서 LH는 매입 계획을 대거 수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대부분 경매에 넘어가야 할 상황에 처해 준공주택도, 약정주택도 아닌 별도의 형태의 주택매입안을 만들어 내야 할 상황이다. 예를 들면 ‘경매주택매입’ 등 별도의 항목을 만들어 기존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LH는 외부에서 지적한 매입가격, 절차 등 매입임대 업무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매입계획을 짜놓았지만 일단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최우선적으로 매입해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LH 관계자는 “아직 국토부로부터 구체적인 매입물량,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지침받지는 못했다”면서 “만약 매입을 하게 된다면 기존의 정해진 항목과는 별개로 가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LH에서 공급하는 매입임대주택을 기다렸던 수요층들 사이에서는 벌써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LH의 매입임대 제도는 생계, 의료급여 수급자, 한부모가족, 월평균 소득 50% 이하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을 위해 마련됐다. 시세대비 30% 수준으로 공급해 이들의 주거안정을 돕겠다는 게 주 목적이다. 공공임대주택과 관련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벌써부터 “약자들간의 경쟁이 시작되겠다”, “올해 내가 사는 지역의 물량은 더 줄어들게 됐다” 등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기존 매입임대 제도의 대상자는 물론 매입주택 요건에도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예외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LH홈페이지에 게시된 ‘2023년도 기존주택매입안내’를 보면 공부상 등재사항과 실제 사용현황 일치여부 등 주택의 상태, 생활 편의성 등 입지여건, 건물노후 정도, 주택의 관리 상태, 매입가격, 임대현황 및 향후 임대가능성, 관리비 부담 적정성 등을 고려하도록 돼 있다.
원 장관은 “추가적으로 들어가는 예산은 전혀 없다”고 단언했지만 이는 공급자의 입장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정해진 예산을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매입하는 데 쓰고 나면 그만큼 다른 지역의 매입을 줄이게 되고, 그만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의 수도 줄어들 게 된다. 더불어 전세사기 피해자 단체인 ‘전세사기 대책위원회’ 또한 궁극적으로는 ‘보증금 채권매입’을 요구하고 있어 LH 매입안에 긍정적이지 않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LH가 매입하려면 기존 요건들을 대폭 수정해야 가능할 것”이라며 “대부분이 대상 요건에 맞지 않아 매입임대의 폭이 대거 넓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선비즈 조은임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