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 창극을 통해 들여다 보는 우리 문화의 뿌리
엄밀히 말해 창극이란 단어는 가극, 즉 오페라라는 말과 동의어지만 다른 카테고리의 음악으로 쓰이는 단어다.
즉 언제부터 있어왔는지 모르는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창법으로 노래를 하기에 이것은 벨칸토 창법이니 뭐니 하는 유럽의 가곡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가극이 되는 것이다.
나는 어릴 적에 가족과 떨어져 전라도 산골에서 몇년간 먼 인척집에 얹혀 살았었다.
그 곳은 너무나 후미진 곳이어서 한 번은 일식이 있었는데 하늘의 개가 해를 삼키다가 뜨거워서 뱉었다고 온 동네가 떠들썩 했지만 그 누구에게서도 그 사건을 달이 태양을 가려서 생기는 일식현상이라고 설명하는 것을 들어 본 적이 없었을 정도로 시간이 정지되어있는 곳이었다. 그런 덕에 그 곳에는 외부문화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채로 비교적 옛 모습대로 보존된 소위 "타령문화"가 남아있었다. 그 곳에서 학령기를 맞이한 나는 농악놀이와 동네 무당이 마을을 위해 풍년과 천복을 비는 전통적인 굿 등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다.
그 마을에서는 동네 무당을 "당골"이라고 불렀는데 훗날 서울에 와서 중학교에 다니면서 국사시간에 단군이란 한자어가 사실은 한자어가 아니라 이 "당골"이란 단어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란 것을 듣고 놀랐었다.
창세기에 나오는 제사장 왕 멜기세덱 같은 사람이 아마도 이런 당골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게다가 보름날이 되면 지금의 핼로우윈 풍습처럼 아이들이 바구니를 들고 집집마다 다니며 찹쌀에 강남콩과 팥을 두어서 만든 주먹밥을 얻으러 다니며 서로 새로운 한해의 복을 비는 말을 나누고, 또 어른들이 닭장, 오양간, 부억 찬장 등 이곳 저곳에 그 주먹 밥을 감추어 놓으면 아이들이 부활절 Egg Hunting 하듯 그것을 찾아먹기도 했다.
그 외에 보름 날이면 정오시간까지 일체의 아궁이 불 피우는 일과 요리하는 일을 금하고 물 대신 전날 미리 끓여 놓은 콩나물국을 마시고, 마당에 짚불을 피워놓고 그 위를 뛰어 넘으면서 한 해를 무사히 넘기기를 비는 그런 풍습도 있었다.
또한 보름날이면 무우를 잘라서 가족이 돌아가면서 한입씩 베어 먹으면서 "무사태평"을 외치는 순서도 있었다. 그 때에 그 무우를 잘라먹는 소리가 크면 귀신이 놀라서 도망을 치기에 좋다고 했다.
그 외에 콩과 해바라기 씨앗 같은 각종 넛트들을 한데 넣고 볶은 것을 먹는 허드렛 날이라는 그런 날도 있었다.
그 곳에는 닷새마다 장이서는 오일장이 있어서 그 날은 바이올린을 켜며 구성진 연가를 불러서 사람들을 모은 후 우스꽝 스러운 쑈를 보여주며 약을 파는 약장수가 그 촌 동네 동네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볼꺼리였다.
그러다 한번은 유랑극단이 그 산골까지 나타나 며칠동안 천막을 치고 공연을 해서 사람들의 인기를 엄청나게 끈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본 것이 바로 자금 동영상으로 올리는 "춘향전"이다.
나는 그 간 못 듣던 내 고향 서울 사투리를 그 사람들이 쓰는데 놀랐다.
그 사람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한시간 쯤 전부터 천막극장 앞에 서서 트럼펫과 트럼본을 불면서 미리 흥을 돋구었었는데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독일의 텔레만이라는 음악가가 작곡한 관악기 음악을 들으면 그 구성진 소리가 그 유랑극단 앞에서 듣던 나팔소리를 연상케 한다.
그 후 서울로 올라와 가족들과 재회하여 살면서 자주 시골에서 듣던 그 타령노래를 불러서 형들에게서 듣기 싫다고 구박을 받기도 했는데 그 이질적(?)인 시골 문화를 배경으로 한 시골 음악을 국악극이라는 명목으로 여기다가 소개해 보려 한다.
어쨌거나 서울내기여서 누나에게서 배운 싼타루치아 같은 서양노래를 원어로 부르기도 해서 동네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던 나였지만 그 동네에서 내 또래 어린 아이들도 늘상 부르던 타령조의 민속노래는 나에게 상당한 영향을 주었지 않나 싶다.
그 동네를 떠나 온 지 67년이 되지만 그 동네에서만 듣던 몇가지 노래가 아직도 내 입에 붙어있을 만큼 나는 그 동네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데 최근 알아보니 지금은 그 동네에 그 때의 그 노래들을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데 기가 막혔다. 노래와 함께 그 당시까지도 지켜져 오던 각종 풍습도 역시 씻은듯 사라지고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 조차 없어진 것이 다소 아쉽기도 하고 뭔가 잘 못 된 것 같이 생각되기도 한다.
음악을 따라가면 서로 다른 곳에 흩어져 살지만 한 때는 같이 살았던 여러 민족들 간의 혈연적 연계 말고도 문화적인 연계 또한 알 수 있지 않나 싶은데 전라도의 창극은 우리나라 다른 지방과 유별나게 다른 면이 있고 이것은 우리나라 다른 지방보다는 일본 전통음악과 더 유사하며 터키와 이란의 전통음악과도 매우 가까워 보이기에 나는 누군가가 언젠가 이 부분을 좀 파 헤쳐 연구를 해 보기를 권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한번은 이란 방송에서 한 수염쟁이 영감이 장고 비슷한 것을 손으로 치면서 노래를 하는데 우리나라 창극과 그 곡조나 창법이 너무도 똑 같은 데 놀랐다.
우리민족의 유전인자의 45%가 동남아계라는데 이것은 바로 인도나 페르샤에 연결될 수 있는 중간고리가 되지 않나 싶은 추측도 해 본다.
즉 우리민족은 문화면으로 볼 때 인도-페르샤에서 출발하여 동남아와 중국의 양자강 이남을 거쳐 한반도 남쪽과 일본의 규슈와 혼슈의 동경 오사까 지역으로 이동해 온 선주민의 농경문화와 훗날 북쪽에서 내려온 돌궐계와 훈족의 호전적인 기마문화가 혼합하여 이루어졌지 않나 싶다.
우리 전통음악을 좀 들어보기 위해 우선 춘향전 부터 올려 본다.
동문들 대부분이 매우 낯설게 느끼실 것은 분명하기에 미리 양해를 구한다.
막걸리라도 한잔 드시고 들으시면 좀 낫게 들리실 것으로 생각된다.
이 동영상을 한참 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사투리가 진도아리랑 같이 변해 계심을 느끼실 것입니다. 중간 중간에 낄낄 웃음이 나오다가 눈물이 쑤욱 빠지면서 찔끔찔끔 훌쩍 거리시느라 정신 차리실 틈들이 없을낌더.ㅎㅎ :)
"여봐라- 징을 울려라-"
"예에이"
"쾌애애---ㅇ~~~"
영화 춘향전 (김희선, 이민우 주연) | 1994-09-20 KBS 추석 특집
영화 성춘향 (최은희, 김진규) | 1961년 개봉
첫댓글 https://www.youtube.com/watch?v=AUSwMm4IUjA
'여성국극 바우덕이'_하이라이트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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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b94IIx4sqWA
봉산탈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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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azHF79nwP14
양반 · 말뚝이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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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youtube.com/watch?v=ogaqAmfpjP8
명창박록주탄생112주년기념공연(2017년)옥중화(춘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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