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건의 이중성은 전략이었다.
오늘날 트럼프도 이와 동일하다.
(글: 김익신)
레이건은 소련과의 대결에서 밀려 바닥까지 내려간
미국의 위상을 만회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전승 전략을 밀어붙여 소련 제국을 지도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린 미국의 제40대 대통령이다.
이런 대역전극을 벌인 그는 비장한 표정이 아니라
시종 유쾌한 자세로서 그런 일을 해냈다.
레이건이 갖고 있는 낙관적 정신과 유머 감각이
미국 사람들에게도 전염되어 국가 분위기를 일신했던 것이다.
그는 1980년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이렇게 말한다.
"불경기란 여러분 옆집에 실직자가 있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불황이란 여러분의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을 의미합니다.
경기 회복이란 지미 카터가 실직자가 되는 상황을 의미합니다."
미국 대통령 중 유머 부문 랭킹 2위인 레이건은
암살 기도범의 총탄을 가슴에 맞고도 아내에게
"여보, 미안하오 총알이 날아왔을 때 영화에서처럼
덕킹하는 걸 깜빡 잊었어."라고 말했던 사람이다.
그는 또 수술대에 누워 수술을 기다리면서 들어온 의료진에게
"당신들은 모두 공화 당원이겠지요?"라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소련 측이 상대하기 가장 어려웠던 대통령도 로널드 레이건이었다.
소련 지도부에 비친 레이건은 예측이 불가능한 인물이고
모순 덩어리며, 한편으로는 아주 마음씨 좋은
매력적인 중년 남성이었다.
소련 측이 이 시기에 혼란을 격은 것은 레이건의
이러한 이중성 때문이었다.
레이건은 폴란드의 자유 노조 지원, 군비 확충,
아프가니스탄 게릴라 지원, SDI 이른바 별들의
전쟁계획이라 불리는 미사일 방어막 구축 계획 등
대 소련 강경 전책을 추진하고 공개적으로 소련을
악의 제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그는 소련 수뇌부에게 그렇게 다정하게
대해줄 수가 없었고, 소련의 서기장 앞으로 다정한
친필 편지를 써서 미, 소 관계 개선을 희망하곤 했다.
이는 오늘날 트럼프의 대북 노선과 비슷한 점이다.
소련이 더욱 당혹스럽게한 것은 레이건 자신은
이러한 모순적 행동에 대해서 전혀 개의치 않았다는 점이다.
레이건은 자신의 이중적 행동에 대해서 조금도 의문을
갖지 않고 오직 자신의 판단과 행동이 정당하다는
확신에 차있었다는 것이다.
레이건에 대해서 그의 적과 동지들은 모두 그를 과소평가했다.
그는 겉보다 속이 깊은 사람이었고 천성적인 낙관론과
자연스러운 제스처, 그리고 인간적인 매력으로 잘못된
점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상상력이 뛰어났고 특히 SDI와 같은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배짱이 있었다.
예컨대 레이건은 1981년에 제로옵션이라는 파격적인
전략무기 감축안을 제시했다.
당시 소련은 동구 공산국가 내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었다.
레이건은 미국도 서유럽 국가의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 퍼싱투미사일을 배치하도록 나토에 요구하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소련이 동구에 중거리 미사일을 철거하면
미국도 배치하지 않겠다고 제안했다.
이 대담한 제안에 대해서 소련은 물론 거부했고,
미국 내 좌파도 반핵을 부르짖으면서 미국 미사일의
서구 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소련은 서구의 언론과 여론을 선동하여 퍼싱 미사일
배치 반대 운동을 벌이도록 했다.
그러나 레이건은 끄떡도 하지 않고 밀고 나갔다.
그는 독일에 콜 수상과 영국의 대처 수상을 설득하여
1984년에 퍼싱미사일을 서유럽에 배치했다.
제로옵션을 반대해오던 소련은 미국 측과 교섭해가면서
서서히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고르바초프가 서기장으로 취임한 1985년 이후
소련은 제로옵션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하다가
1987년에는 모든 중거리 핵탄두 미사일을 전 세계적으로
폐기하자는 제안을 했고 미국이 이를 받아들였다.
엉뚱한 것 같았던 제안을 레이건이 우직하게 밀고 나가니
소련의 생각이 변하고 전략무기를 제안하는데 머문 것이
아니라 사상 최초로 감축하는 데까지 이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전략은 과거 소련 해체를
이끌어냈던 레이건 전 대통령의 전략과 매우 유사하다.
레이건은 재임 기간 내내 소련을 압박한다.
구체적으로 1983년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을 요구하는
우주 요격 시스템 추진을 공표하면서 수십 년간
군비경쟁을 벌여온 소련이 결국 백기를 들게 했다.
또 허약해진 소련 경제를 압박할 여러 장의 카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여 고르바초프와 옐친을 거치면서
소련은 결국 붕괴에 이르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있지만 그는 매우 정확한 결정을 내렸다.
바로 중국 공산당을 해체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전략적 포석이나
이해관계 및 실행 절차에 대해서는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대중국 전략은 저지라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중국 공산당은 과거 소련 공산주의가 어떻게 해체됐는지
알게 되면 겁에 질려 온몸이 떨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버지 세대 때 미국이 소련의 철의
장막을 열어 수억 명의 사람들이 자유를 얻도록 돕는 과정이 아니다.
오늘날의 중국은 분명히 고르바초프 체제가 아니며
경제가 쇠약하고 기술이 떨어진 소련이 아니다.
중국은 과거의 소련보다 더 교활하고 음흉한 상대며
대내적으로는 압박하고 대외적으로는 행패를 부린다.
중국은 국내 총생산이 12조 달러를 넘고 군사예산이
2000억 달러에 달하며 구소련이 꿈도 꾸지 못했던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중상주의 정책을 통해 미국의 경제 시스템을
위협하고 동시에 무리의 항공모함과 인터넷 인프라를
공격하고 파괴하기 위한 무기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나마 좋은 소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존경받는 과거의
한 미국 대통령의 정신을 분명히 이어받은 것으로,
그 대통령은 그 시대의 악의 제국에 도전하고 파멸로 이끌었다.
레이건의 소련 대응 전략을 오늘날 트럼프의 중국에
대한 태도와 비교해보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트럼프는 공장이나 블루칼라 노동자들을 미국에 잔류시키기로 했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적 부는 미국의 지정학적 정치적
라이벌 쪽으로 옮겨갈 것으로 판단했다.
레이건과 트럼프를 비교해보면 그들은 모두 큰 도전에
직면한 시대를 물려받았다.
첫째 레이건과 같이 트럼프는 무너져가는 미국 군대를 물려받았다.
오바마 정권의 정책은 미국 군대의 적을 억제하는 능력을 약화시켰다.
따라서 재건이 절실했다.
둘째 트럼프와 레이건 모두 상대를 제압하기 위해
대규모 국방 예산을 통과시켰다.
로널드 레이건이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 강력한 군사적 무기의 확보가 필요했다.
레이건과 트럼프 둘 다 독특한 표현방식으로 그들이
직면했던 시대적 위협을 묘사했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언사는 적들이 쉽게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갖추고 있다.
1983년 소비에트 러시아를 악의 제국으로 지칭한
레이건의 표현법은 비둘기파 자유주의자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모스크바의 본성에 대한 간단하고도 효과적인 이야기였다.
바로 이러한 간단한 정의는 미국이 역사에 올바를 편에
서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는 아직 중국을 악의 제국이라고 부르진 않았지만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견해를 끊임없이 피력하면서
시진핑에게 자신의 뜻을 전달한다.
레이건이 그랬던 것처럼 트럼프의 독특한 의사소통
방식은 상대를 반박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상대방은 반격할 힘이 전혀 없다.
왜냐하면 시진핑은 트위터를 통해서 반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레이건과 트럼프는 어느 국가든 핵심 기반은
경제력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국의 금융기관을 튼튼히 하고 경제가
강력하고 활력이 넘치도록 최선을 다했다.
두 지도자 모두 감쇠 정책을 통과시켜 경제성장과
임금 상승을 이끌었고 전임자들이 만든 상업 규제 규칙을 완화했다.
레이건과 트럼프 두 지도자 모두 미국 채무가 늘어나는
도전에 직면했지만 냉전이 끝났을 때 소련은 파산했다.
중국은 모든 그림자 대출과 손실을 계산에 포함한다면
그 총액이 GDP의 350퍼센트가 넘는 국내 채무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레이건과 트럼프가 직면한 다른 정황으로는 과거 소련이
중국처럼 글로벌 경제와 연결되어 있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날 중국은 세계경제에 편입되어 미국 지적재산을
탈취하고 국내 시장을 봉쇄했다.
그러면서 중국 내 산업에 수천억 달러의 불법 보조금을 제공했다.
트럼프는 레이건 시대보다 더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무너뜨리기로 작심했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고
중국 상품에 수천억 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며 제조업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도록 했다.
두 대통령 모두 미국인들이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희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좋은 소식은 두 대통령 모두 이러한 공산주의의 위협을
억제하지 않으면 경제력을 갖춘 불량 국가 보다 더
나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중국이 미국 경제나 군사력보다 더 강력해진다면
그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악몽이다.
이외에도 중국은 자국민의 인권을 박해하고 기술을
다른 불량 국가에 팔아넘긴다.
미국은 반드시 21세기 세계적으로 확장화되는
중국의 야심이 성공하지 못하도록 강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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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신님의 페북 글(2019.12.25)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