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橫說竪說)>
자료 출처 : 웹 여기저기
정리, 편집 : 권오신
얼마 전 친구로부터 받은 카톡 메시지 내용 중에 ‘답대비’라는, 흔하게 쓰지 않는 말이 들어 있었다. 친구는 이 말이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에 종종 나온다고 했다.
위 소설에 나오는 인물, 사투리, 사건 등을 모아 엮은 《토지사전》(임우기, 솔출판사, 1997)에도 ‘답대비’가 언급되어 있는 걸 보았다. 답대비는 ‘사리를 분별할 줄 모르거나 약삭빠르지 못하여 생각이나 행동이 갑갑하게 보이는 사람’을 뜻하는 ‘답답이’의 경남 사투리이다.
국어사전에도 ‘답대비’라는 말이 나오는데 ‘가끔’이라는 뜻을 가졌다니 헛갈리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답답이’를 검색하다가 한자도 들어간 ‘按棟답답이’라는 말도 보았다. ‘기둥을 안은 것처럼 가슴이 답답한 사람’을 뜻하는 말로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다. 안동(按棟)이라는 말에 신경이 쓰여 그냥 ‘안동답답이’로 검색하는 과정에서 뜻밖에 ‘安東沓沓(안동답답)’이라는 말도 만나 당황했다.
네이버 블로그 ‘一光의 행복세상’에 올라 있는 글에 의하면 이 말 ' 安東沓沓'은 다산 정약용의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에 나오는 말로 ‘자신만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여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고 하는데 다산이 자신의 중씨(仲氏)에게 쓴 편지의 내용 일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我邦之人 五色之外 惟知紫綠二色
(아방지인 오색지외 유지자록이색)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섯 가지 색 이외에는 오직 자주색과 녹색 두 가지만 알고 있다.
凡物色之外於此者 皆棄不用 此所謂安東沓沓
(범물색지외어차자 개기불용 차소위안동답답)
이 색들을 제외한 어떤 색도 모두 버리고 쓰지 않고 있으니 이를 일러 안동답답이라고 한다.
다산의 편지 내용은 ‘다섯 가지 색’(1)과 자주, 녹색 등 7가지 색 이외에는 쓰지 않으니 안동사람의 생각처럼 답답하다는 뜻으로 읽힌다.
왜 하필 안동 사람을 답답하다고 생각하는지 또 찾아보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표현되어 있었으나 골자는 ‘이런 것도 듣고 보고 저런 것도 생각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어가야 할 터인데 안동 양반들은 곧이곧대로 생각하거나 행동하고 또 옛것을 고집하니 아주 답답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다산의 실학자다운 생각이라고 할 수는 있겠으나 고향이 안동인 내게는 뒷맛이 개운치 않은 말이다.
‘답답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신조어도 있다. 바로 ‘고답이’인데 이는 ‘고구마 답답이’를 줄인 말이다.
투데이신문](2022.4.7)에 의하면 ‘고구마 답답이’는 ‘앞뒤가 꽉 막힌 듯이 답답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고구마를 먹다가 목이 메어 답답한 것에 빗대어 표현한 신조어‘라고 한다. 이 말의 출처는 《에센스 B국어사전》라고 하였다.
색(色) 이야기가 나온 김에 조금 더 써본다.
우리 주변에는 다양한 물질들이 있고 그들은 각기 고유한 색깔을 지니고 있다. 물질이라 하기에는 애매한 하늘, 불꽃, 무지개 등도 특유의 색깔을 나타낸다.
색깔을 말할 때 흔히 ‘삼원색(三原色)’이라는 용어를 쓴다. ‘바탕이 되는 세 가지 색’을 뜻하는 삼원색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빛(Light)의 삼원색’과 ‘물감(Color)의 삼원색’이 그것이다.
빛(태양, 불빛 등)의 삼원색은 ‘빨강(Red, R)’ , ‘초록(Green, G)’ , ‘파랑(Blue, B)’ 등이다. 빛의 색깔은 그 파장에 따라 다르며 그것을 삼원색의 혼합율 즉, RGB값(2)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 수는 이론적으로 '256의 세제곱' 만큼의 수가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일곱 빛깔 무지개’라는 말은 과학적으로 보면 맞지 않는 표현이다. 그 ‘일곱 빛깔’ 사이에도 수많은 색깔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컴퓨터에서 HTML 문서를 작성할 때 색을 지정하는 방법은 '#' 다음에 영문자와 숫자 등 6개로 조합된 색상코드를 입력하기도 한다. 작성된 HTML 문서를 일반문서로 변환하면 해당 색상이 표현된다.
예를 들어 빨강은 '# FF0000'으로, 파랑은 '# 0000FF' 등으로 입력한다.
빛의 삼원색을 2가지씩을 섞어 얻어지는 색을 2차색이라 하는데 여기에는 ‘자홍(紫紅 Magenta R+B)’ , ‘노랑(Yellow R+G)’ , ‘청록(靑綠 Cyan G+B)’ 등이 있으며 이 3가지 색깔을 물감(안료, 잉크, 염료 등)의 삼원색으로 정하고 있다. 흔히 ‘빨강, 노랑, 파랑’으로 편하게 말하기도 하지만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빛의 삼원색을 같은 비율로 모두 섞으면 백색(White)이 되고 물감의 삼원색을 같은 비율로 모두 섞으면 흑색(Black)이 된다. 다시 말하면 빛의 색은 섞을수록 백색에 가까워져 밝아지는데 이를 가산혼합(加算混合)이라 하며 물감의 색은 그 반대로 흑색에 가까워 어두워지며 이를 감산혼합(減算混合)이라 한다.
삼원색 외에 '인쇄의 4원색'이라는 용어도 있다. 이것은 물감의 삼원색에 흑색을 포함하여 'CMYK(청록,자홍,황,흑)'로 표기하기도 한다. 물감의 삼원색을 혼합하면 이론적으로는 흑색이 되지만 인쇄에 쓰이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고 한다.
인간의 눈은 온갖 색을 볼 수 있지만 그 차이를 엄밀하게 구별하여 색의 이름을 적기는 쉽지 않다. 자료에 의하면 색을 나타내는 말이 영어로는 267 가지가 정해져 있으나 우리말은 영어에 비해 명칭이 수적으로 빈약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말은 색깔을 '초록, 고동, 분홍' 등으로 그 이름으로 직접 말하기도 하지만 ‘살구색, 하늘색, 따뜻하다, 불그스레하다, 누리끼리하다’와 같이 자연 사물을 빌려 말하거나 사람의 감정이나 시적인 표현을 하는 쪽으로 다양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동물들은 색을 분간하지 못하는 색맹(色盲)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모두 그렇지는 않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말하면 인간 등 영장류(靈長類)를 제외한 포유류(哺乳類)는 거의 적록색맹(赤綠色盲, 붉은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못함)이며 동물 마다 인식할 수 있는 특별한 색들이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개와 고양이는 대부분의 색깔을 검은색으로 인식하지만 갈색, 노란색, 파란색은 바르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또 새나 벌들은 가시광선(可視光線) 너머에 있는 자외선(紫外線)도 볼 수 있어 꽃이나 먹이의 색깔을 인식하는 데 유용하다고 한다. 파리는 자외선도 볼 수 있으며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느리게 인식할 수도 있다고 하니 놀랍다. 상어는 색들을 구분하지 못하여 모두 흑백으로 인식하며 명암에 따라 대상의 특징을 파악한다고 한다. 이처럼 동물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변 사물 즉 색을 인식하며 이는 그들의 생존과 환경 적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답대비’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여기까지 오면서 횡설수설이 되어버렸다.
뉘앙스는 조금 다르지만 횡설수설과 통하는 말 ‘하시기부시기’도 《토지》에 나오는 말이다.
(주)
(1) 다섯 가지 색 : 다섯 방위에 해당하는 색 즉, 東의 靑, 西의 白, 南의 赤, 北의 黑, 中央의 黃을 말하며 이를 오방색(五方色)이라 함
(2) RGB값 : 특정한 색을 나타내는 빛의 삼원색의 혼합 비율을 말하며 ‘RGB(R값, G값, B값)’와 같이 적으며 각 값은 0에서부터 255까지임. 예를 들면
빛의 삼원색인 빨강은 RGB(255,0,0), 초록은 RGB(0,255,0), 파랑은 RGB(0,0,255),
물감의 삼원색인 자홍은 RGB(255,0,255), 노랑은 RGB(255,255,0), 청록은 RGB(0,255,255),
그 밖에 흰색은 RGB(255,255,255), 검정은 RGB(0,0,0) 등으로 나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