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집을 가로질러 부엌으로 갔다. 페레즈부인에게 치즈샌드위치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 여자는 투덜댔지만 만들어 주었다. 냉장고에 기대어 먹었다. 페레즈부인은 가족의 문제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 문제가 말에 의해 증폭된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톰의 습관에 관해 말하려고 하자 그는 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듯 했다.
레나르도는 이층으로 올라가 엘레인과 같이 있었다. 그는 톰보다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을 더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나는 거실로 나갔다. 9시가 되었고 기다리기가 지겨워졌다.
고속도로를 따라 오션 뷰로 갔다. 나는 돈을 건네는 일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는 힐만과 거래한 것이 아니고, 따라서 힐만은 나의 의뢰인이 아니었다. 또 브라운씨나 그 부인이 인질금 갈취사건과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히 몰랐다.
바닷가는 달도 없고, 별도 없는 완전한 어둠이었다. 차를 닥의 폐차장 근처에 세워두었다. 바닷가에서는 무서운 소리가 났다. 나는 모텔쪽으로 길도 아닌 곳으로 내려왔다. 손전등은 가지고 있었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문 앞에 '빈방 있음'이라는 네온싸인이 걸려있었다. 이 빛에 내 몸이 보일까봐 나는 7번 방으로 갔다. 어두웠다. 노크를 해 보았으나 대답은 없었다.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문은 자동으로 닫혔다.
브라운 부인이 있었다. 그녀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 전에 손전등을 켤 수 있었다. 전등 빛 속에 금속조각이 붙어있는 옷을 입고 누워있는 그녀가 보였다. 그녀의 밝은 머리에는 피가 아스팔트처럼 굳어서 고여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맞은 자국으로 얼룩져 있었으며, 보기 흉했다. 맞아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녀의 손을 만져 보았다. 차가웠다. 한쪽으로 기우러져 이가 드러난 얼굴에서 푸른 벽으로 전등을 돌렸다. 마루바닥에는 신문이 흩어져 있었고, 종이 옷장과 종이 백 두 개가 침대 끝에 있었다. 백 하나에는 싼 포도주가 있었고, 다른 백에는 말라가는 샌드위치가 있었다.
종이 옷장을 여니 장미향기가 과거의 잘못을 후회하는 듯한 냄새를 풍겼다. 남자용품과 여자용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섞여져 있었다. 더러운 셔츠와 흙이 묻은 슬립, 지저분한 안전면도기와 콜드크림 병과 마스카라, 옷 몇 벌과 남자 속옷, 여자 속옷과 낡은 청바지, 싸구려 상표가 붙어 있는 상의, 주머니 속에는 담배가루밖에 없었다. 상의 가슴 주머니 속에서 값싼 종이에 싸구려로 찍은 명함이 한 장 나왔다.
Harold "Har" Harley
좋은 사진 찍음
창 곁에 있는 의자 위에서 여성용 인조 뱀가죽 지갑이 있었다. 그 속에는 화장품과 닳은 식량교환권이 있었다. 지갑은 없었고, 운전면허증도 없었다. 백 바닥에 있는 1달러짜리 동전을 제외하고는 돈도 한푼도 없었다. 카드 한 묶음과 손에 바르는 오일, 던져보니 6만 나오는 주사위가 하나 있었다.
차가 오는 소리가 들렸다. 반대쪽 벽에 헤드라이트가 비쳤다. 손전등을 껐다. 바퀴가 자갈에 구르는 소리를 내드니 문 앞에서 섰다. 누군가가 차에서 내리더니 손잡이를 돌렸다. 문은 열리지 않았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문 열어 줘."
그 소리는 힐만의 집 전화기에서 들은 약간 가래 끓는 소리가 났다. 나는 문 쪽으로 가서 불을 끈 손전등을 들었다. 바깥에 있는 남자는 계속 문을 열려고 했다.
"안에 있는 줄 알아. 불빛을 보았어. 여보, 지금 싸울 때가 아니야."
죽어있는 여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여자 있는 곳으로 걸어가 벽에 기대어 섰다.
"문 좀 열어 줘. 내가 오늘 무엇을 한 줄 알아?" 조금 있다가 다시 말했다.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부수고 들어 갈거야."
총을 꺼내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 옆으로 가 손전등을 왼손으로 쥐고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쥐었다. 그러나 그는 총을 쏘지는 않았다.
"마음대로 해, 방안에는 당신을 포함해서 내가 원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여기서 평생 살아라. 빨리 열지 않으면 후회할 걸."
조금 기다렸지만 참을성이 없었다.
"마지막 기회야. 셋을 세겠어. 그래도 안 열면 나 혼자 간다." 그는 하나, 둘, 셋 하고 세었지만 죽은 사람이 문을 열 수는 없었다. "그 성질 가지고 잘 살아. 안 간다."
돌을 밟는 소리가 들렸다. 차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고 그를 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문을 열고 뛰어 나갔다. 그는 차안으로 반쯤 들어가고 있었다. 한쪽 발만 땅을 밟고 있었다. 그는 놀란 것 같았다. 손에 총은 그대로 들고 있었다. 총에서 불꽃이 보였고, 나는 총에 맞은 것을 알았다.
나는 자갈을 밟고 그에게로 가 그를 잡았다. 그는 총을 거꾸로 들고 손잡이로 나를 때렸다. 눈에서 피가 흘렀다. 흐르는 피 속으로 그가 내 머리를 때리는 것을 보았지만 피할 수는 없었다. 머리에서 불꽃이 보였지만 곧 어둠 속으로 사라져갔다.
그 다음에 생각나는 것은 큰 차의 뒷좌석에 누워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는 것이다. 흔들리는 머리에는 터번을 두르고 있었는데 아마 인도의 왕처럼 보였을 거다. 커브를 돌자 붉은 빛이 비쳐들어 왔는데 나는 후궁중의 하나를 찾아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곁에 앉아있는 제복에게 말을 걸려고 했다. 차가 서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들은 나를 차에서 내리게 하드니 회전문으로 데리고 갔다. 그 안에는 흰옷을 입은 사람이 있었는데 소독약 냄새가 났다.
그들은 나를 앉게 해주더니 다시 눕게 해 주었다. 다친 머리를 손으로 만져 보았다. 머리는 수건으로 감싸 있었는데 수건은 피로 딱딱해져 있었다.
얼굴이 크고 구레나룻을 기른 젊은 사람이 나를 굽어보더니 털 많은 손으로 수건을 볏겨내고는 상처를 살펴보았다.
"당신 재수가 좋았어요. 머리에 상처가 있는데 흉터는 오래 갈 거요."
"의사선생님, 상태가 어때요?"
"총 맞은 것은 별 문제가 없어요. 단지 찰과상만 남겼어요. 그래서 당신이 재수가 좋았다는 거요. 그런데 머리에 난 상처는 오래 갈 거요. 무엇으로 맞았어요?"
"총 손잡이."
"총 맞은 것은 괜찮은데 총 손잡이에 맞은 것이 문제라. 웃기네요."
"그 사람 잡았어요?"
"경찰에게 물어 보세요. 저에게 아무 말도 안 했어요."
그는 내 머리를 만져보더니 약을 바르고는 물과 아스피린을 주었다. 그리고는 흰 방에 나 혼자 남겨두고 나갔다. 차에서 나를 보호하던 두 사람이 재빨리 들어왔다. 그들은 보안관의 부하들이었다. 높은 모자를 쓰고 보안관 뺏지가 있었다. 젊고 힘이 넘쳤지만 동물적인 느낌이 들었다. 잘생긴 진지한 얼굴이지만 머리가 둔해 보였다.
"왜 그 여자를 죽였지?" 검은머리가 물었다.
"내가 죽이지 않았어. 내가 발견하기 훨씬 전에 죽었어."
"그걸로는 안돼. 스트라우스씨는 네가 낮에 도착했다고 했어."
"그 때는 그 사람과 같이 있었어."
"그건 너의 말이고." 밝은 머리가 말했다.
이런 식의 재치문답이 흘렀다. 옛날의 쇼에서 한 재치문답을 녹화시킨 것 같았다. 나는 몇 가지를 질문했으나 그들은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머리는 점점 더 아파져 왔지만 이상하게도 생각을 더 잘할 수 있었다. 약간 일어나 그들과 눈 높이를 맞추었다.
"나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사립탐정이오."
"응, 알아." 검은머리가 말했다.
나는 지갑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내 지갑 돌려 줘."
"좀 있으면 돌려 받을 거야. 아무도 훔쳐가지 않아."
"보안관과 말할 수 있어?"
"보안관은 취침 중이야."
"좀 더 높은 사람 없어."
"경위는 범행현장에 갔어. 아침이면 말할 수 있을 거야. 의사가 너는 하루 입원해야한다고 했어. 뇌진탕이래. 그런데 그 여자가 너를 뭘로 쳤어?"
"그 여자 남편이 권총 손잡이로 쳤어."
"네가 그 여자에게 한 짓을 보면 당연한 거 아니야." 밝은 머리가 감정적으로 말했다.
"너 그 여자와 언제부터 알고 지냈어?" 검은머리가 물었다. 나는 넓적하고 기름기가 낀 그들의 얼굴을 한 명씩 천천히 바라보았다. 가해증 환자나 타락한 경찰 같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좀 있으면 모든 것을 알게 될 테지. 그렇지만 시간이 없는데...
"잘 들어. 너희들 시간을 허비하고 있어. 나는 그 모텔에서 합법적인 일을 하고 있었어. 나는 조사하려고...." 갑자기 두려운 생각이 떠올라 목이 막혀 말을 끝내지 못했다. 톰은 어떻게 되었을까?
"뭘 조사했어?" 검은머리가 물었다.
"이 나라 법이 허용하는 거야." 나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우리가 너에게 법을 집행하는 거야." 검은머리가 말했다. 그의 어깨는 넓고 근육질이었다. 그는 내 얼굴에 붙어있는 파리를 잡으려는 사람처럼 내 주위를 돌았다.
"진정해, 근육질." 내가 말했다.
그 때 넓적하고 수염 많은 의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별일 없어요?"
"전화를 걸 수 있어요?" 나는 별일 없다는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의사는 의심스러운 듯이 내 얼굴과 보안관보의 얼굴을 보았다. "그건 잘 몰라요."
"나는 사립탐정이고 범죄사건을 조사하고 있어. 의뢰인의 허락 없이는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어.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볼게."
"근처에 없는데." 검은머리가 말했다.
"의사 선생님, 어때요. 당신 여기서 근무하시니 전화 좀 걸면 안 되겠어요?"
수염 밑으로는 젊은 얼굴이었다. "글쎄요. 아래층에 가면 입구에 전화기가 있기는 한데. 당신 전화할 수 있겠어요?"
"문제없어요(I never felt better in my life)."
그러나 내가 발을 내려놓으려 하자 바닥은 멀리 도망갔고, 어지러웠다. 보안관보 두 사람이 부축해 주었다. 공중전화 문을 열었다. 유리 뒤쪽의 두 사람 얼굴은 둥근 물고기처럼 보였다. 심해 잠수정에서 보이는 검은 물고기와 흰 물고기.
나를 고용한 사람은 스폰티였지만 내가 물어본 전화번호는 힐만의 집이었다. 10센트 동전을 넣고 전화를 걸었다. 힐만이 전화를 받았다. 첫 번째 신호음이 가자 그는 바로 받았다.
"누구세요?"
"아처요."
그는 불평하듯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톰 소식 들었어요?" 내가 물었다.
"아뇨. 나는 시키는 대로했어요. 바닷가에 갔다 오니 돈은 사라졌어요. 그가 나를 속였어요." 그는 혀를 찼다.
"그 사람 보았어요?"
"볼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나는 누군지 알아요." 나는 브라운 부인과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했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가늘고 쓸쓸했다. "그 사람들 확실해요?"
"내 생각에 브라운이라는 사람 한 때 당신회사에서 근무하지 않았어요? 브라운은 가명일 거예요. 해롤드 할리라는 사람 아시겠어요?"
"갑자기 웬 해롤드 할리?"
"해롤드인지 하 할리인데, 사진사예요."
"들어본 적 없는데요."
놀라지 않았다. 할리의 노란 명함은 장사하는 사람이 수 백장씩 뿌려대는 명함이었을 것이다. 브라운도 어쩌다가 한 장을 받았을지 모른다.
"다예요? 할말이 좀 더 있는데." 힐만이 말했다.
"자세히 말할 수 없어요. 제 뒤에는 경찰이 있어요. 그 날 모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는 당신 아들 이야기를 빼면 설명할 수 없어요."
"말을 했어요?"
"아직 안 했어요. 살인사건도 있고."
"당신 톰이 죽었다는 거요?"
"톰 납치사건과 브라운 부인 살인사건이죠. 당신 납치자에게 돈을 주었잖아요. 이제 경찰에게 알리고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거예요. 저도 경찰과 같이..."
"그럼 안..." 그는 목소리를 바꾸더니 말을 이었다. "당분간 말하지 마세요. 내일 아침에 말해요. 그 애는 하나밖에 없는 자식인데."
"그래요. 아침까지 기다리죠. 더 이상은 감출 수도 없고, 감추어도 안돼요."
수화기를 놓고 밖으로 나왔다. 내 보호자들은 아무 말도 없이 나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가더니 창에 두꺼운 커튼이 쳐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침대에 눕히고는 번갈아 가면서 질문을 해대기 시작했다. 같은 말을 또 하기는 지겨운 일이다. 나는 전혀 듣지 않고 다른 생각을 했다.
자정쯤 되자 바스티안이라는 경위가 왔다. 그는 보안관보를 바깥으로 나가게 했다. 키가 크고 희끗한 머리를 짧게 깎은 사람이었다. 턱에는 깊은 홈이 파져있었는데 거친 사람이라기 보다는 군기가 든 사람 같았다.
그는 찡그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머피 의사의 말로는 우리 주의 법 집행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던 데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요."
"그 봉급으로 사람 구하기 힘들어요. 봉급이 일당 노동자 수준이라니 까요. 그런데 일은 더 힘드니."
"그렇다고 부수입 챙겨요?"
"무슨 말인지?"
"내 지갑이 없어졌어요."
바스티안은 얼굴을 찡그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걷는 소리, 말하는 소리 등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내 지갑을 가지고 돌아왔다. 나는 일부러 눈에 보이게 돈을 세었다.
"당신에 대해서 알아보았어요. 엘 에이 경찰서에서 당신의 평판이 좋더군요. 제대로 대접하지 못해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미숙련 노동자들에게 조금 당했을 뿐인 걸요."
"너무 미안하게 하지 말아요." 그리고는 말을 끊었다.
바스티안은 브라운부인에 대해 여러 가지를 질문하고, 내가 왜 그 사람에게 관심을 가졌는지 의아해했다. 나는 의뢰인과 내일 아침까지 말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을 알고싶어 했지만 나는 브라운이 차를 타고 온 것만 말해주었다.
총을 쏘기 전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나는 최대한 설명했다. 브라운은 중키보다 약간 더 크고, 힘있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젊지도 않고 그렇다고 늙지도 안았다. 그 당시 검정 회색이나 청색계통의 잠바를 입고 있었고, 테가 넓은 중절모를 쓰고 있어서 눈의 색깔은 볼 수 없었다. 턱은 넓고 힘있어 보였다. 거친 목소리에 약간 킁킁거리는 소리가 들어있었다. 차는 더러운 흰색에 문이 2개 짜리 세단이며, 8년쯤 된 포드였다고 생각된다고 하였다.
비스티안으로부터 들은 것도 두 세 가지 된다. 차는 아이다호 번호판이었으며, 모텔에 든 다른 사람에게 들은 바로는 스타니스라우스가 숙박객의 차량번호를 적어놓지 않아서 경을 쳤다고 했다. 바스티안은 아마도 그런 소리를 하면 내가 좀 더 많이 말해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들은 나를 같은 층에 있는 다른 방으로 옮겼다. 나는 깨다 자다 하면서 그날 밤을 보냈다. 꿈속에서 그 얼굴이 계속 아른거렸다. 그 얼굴은 닥의 폐차장 불빛에 가려 어른어른했다. 배경은 모텔의 지저분한 초록색이었는데, 내 얼굴도 그것처럼 지저분했다.
주1) 가정부들은 대개 멕시코에서 온 사람들로 스페인어를 씁니다. 불법으로 넘어온 사람들은 wetback(등이 젖은 사람)이라고 해요.
2) 맨 마지막 줄은 꿈속에서 본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