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간다는 전화에 시골 계신 어머님,
"버슬산 간다고? 그럼, 몽땅 벗고 가는겨?
아직은 추울낀데......"
"아니요, 버슬산이 아니고......"
2008.4.26(토)
비슬산 가는 2대의 버스, 진영휴게소까지는 엉금이입니다.
궁금했던 얼굴들 만날 수 있어 참 많이 반갑고, 너무 좋습니다.
진영부터는 속도를 내 부산서 2시간만에 비슬산 초입에 내려
유가사 일주문을 볼수 있습니다.
진달래 만날 설래임에 가랭이가 찢어집니다.
특히, ㅇㅇㅇ님......
몽싯돌 개울에 실 폭포, 운치를 더합니다.
당겨 잡은 유가사 지붕 위, 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까치 집.....
'비슬산 구비길을 누가 돌아 가는걸까
나무들 세월 벗고 구름 비껴 섰는 골을
푸드득 하늘 가르며 까투리가 나는 걸까'
유가사 가는 길은 비워져 있습니다.
진달래 군락지가 어디쯤인지, 아직은 보통산과 다름이 없습니다.
한 30분쯤 올랐을까? 드문 드문 진달래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한시간 넘게 올랐건만 우리 산님들, 쉬어가는 법도 없습니다.
어디, 로켓 엔진이라도 달았나 봅니다.
때로는 질펀한 길, 오르내리는 산님들로 분주하고.......
한시간 반만에 드디어 능선~~
찌푸린 날씨에 게센 바람까지, 분위기가 좀 거시기합니다.
전망대 바위,
날씨는 좀 거시기해도 전망만은 일품입니다.
저기 두 산님, 세상을 몽땅 다 얻은 듯......
이정표 지나고
진달래, 추위에 파르르~~
안타깝습니다. 당신의 고운 품에 푹 빠져들고 싶었는데......
봄은 왔건만 예까지는 아닌가 봅니다.
잔뜩 뒤집어 쓴채 대견봉으로 향하는 산님들......
맞바람에 손까지 시립니다.
저기 왼쪽 길섶에서 점심 해결,
뜨끈한 국물 생각이 절로.......
걸어온 길, 뒤돌아 보면 역사가 됩니다.
대견봉(1086m)~~^^
예까지 올라온 꼬마산님, 정말로 대견합니다.
찬바람에 길 재촉합니다. 대견사터로......
잔뜩 움추린 모습에 가슴이 아픕니다.
어서 봄기운이 찾아 왔으면......
줄기만 남은 억새,
다가올 가을잔치엔 또 다른 억새를 준비하겠지요......
기도 드립니다.
하느님, 이제 한번 쯤 웃어 주시면 안되남요?
멀리 부산서 달려왔습니다.....
기도가 통했는지, 잠시 비친 햇살에 황소등이 꿈틀~~
"이랴, 어서 가자!"
대견사터 향하는 능선~~
조화봉도 보입니다.
저기, 저 아래가 대견사터......
시그널아, 너희들도 많이 춥제?
능선에서 잠시 내림길......
지나온 길, 뒤돌아 다시 한번......
여긴 제법 진달래가......
조화봉이라고 하네요~~
하트 바위(?),
진달래가 웃어주니 찌르르 통해요~~
그런데 이 바위는 좀 거시기하네요~~
바로 위가 '거시기 바위'면, 이 바위는 '머시기 바위'
아래로 보이는 대견사지, 꿈속인듯 아련합니다.
앗, 칼바위!
베일까 조심해야겠습니다.
돌들의 조화~~
다시 바라보는 대견사지~~
절터만 남았는데, 저렇게 아름다울 줄 미처 몰랐습니다.
이런게 비움의 미학인가?
다소곳한 진달래, 시샘이라도 하듯 쭈빗쭈빗 고개를 내밉니다.
목탁소리 들으며 대견사지로......
예까지 올라 와서 길 잃은 복어,
바위 되어 천만년을 살고 지고......
팝과의 만남에 절터가 흥겹습니다.
대견사지 흔드는 ㅇㅇㅇ님의 '아미새' 사랑에
모두가 하나됩니다.
부처님의 박수 소리도 들려옵니다.......
홀로인 석탑,
오늘은 외롭지 않습니다.
그러나, 아미새 사랑도 영원일 수 없음을 알기에 그저 서 있기만 합니다.
천년을 지켜 온 그 모습 그대로.....
헤어짐은 곧 아쉬움~~
지팡이 여인의 쓸쓸해 보이는 저 뒷 모습,
오직 이 갈바람 만의 마음은 아니겠지요?
^)^
한참을 내려와서도 보이는 아까 그 석탑,
우리와의 만남은 다 잊은 듯 그저 먼산 만 보고 서 있습니다.
손이라도 한번쯤 흔들어 줄줄 알았는데......
내려가는 길,
여유를 즐겨 봅니다.
올라 올때는 치열하게, 내려 갈때는 여유~~
여유를 찾으니 노는 물(?)이 다릅니다.
싱그럽고 풋풋한 이야기가 있어 좋습니다.
멋진 소나무도 친구가 되고
그림 같은 저 팬션도 우리집이 됩니다.
이제, 다 내려왔으니 목이나 축이고 가라고.....
2차 아미새 사랑,
앗싸!
비슬산에는 아미새가 판을 칩니다.
봄 찾아 달려 간 비슬산,
비워둠이 가득 채움보다 진정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았습니다.
대견사지에서......
하지만,
진달래 군락지에서의 아쉬움만은
반드시 채우고 싶습니다.
여러 산님들,
그 찡한 아쉬움을 이제 어느 산에서 채우시렵니까?
그 길,
갈바람도 함께 하고 싶습니다.
2008. 4. 27
함께해서 즐거운 갈바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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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편)
첫댓글 역시나 올해도 진달래가 만개를 못했나 봅니다 그려. 작년에도 대견봉 쪽만 피었었는디 ㅋㅋㅋ 아무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그날 이후, 아미새 노래가 계속 흥얼거려집니다. 다시보니, 잠시 잊혀졌던 노래가 다시.....작품(?) 감사합니다.
수고했심다.잘보고감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