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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아인협회‘인공와우의날’행사장서 기습시위
공론화 없는 일방적인 선포식 인정 못해
기사작성일 : 2006-01-16 오후 6:07:39
청각장애인들의 반발로 ‘인공와우의 날’ 제정 무산
‘인공와우의 날’ 제정이 한국농아인협회(회장 변승일,이하 농아인협회)와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의 저지로 사실상 무산됐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인터넷방송 사랑의소리(대표 이은경)는 보건복지부의 인공와우 이식시술 건강보험 혜택 실시를 기념해 매년 1월 15일을 ‘인공와우의 날’로 제정, 행사를 추진했다.
이날 행사에서 농아인협회 직원 20여명과 지체장애인협회 회원 10여명은 행사가 시작되기 20여분 전에 단상을 점거했으며 현수막과 피켓으로 ‘인공와우의 날’ 제정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과 심한 욕설이 오가는 등 약간의 마찰이 생겼지만 물리적인 충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농아인협회의 갑작스런 단상점거에 당황한 주최 측은 행사장이 계속 혼란사태로 장기화되는 것을 우려해서인지 ‘인공와우의 날’선포 대신 현수막을 내렸으며 선포식을 생략하고 기념행사만 간단하게 치루며 끝냈다.
농아인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행사저지와 관련해 “인공와우수술이 당사자인 농아동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지는 것 보다는 부모들의 욕심에 의해 강제적으로 시술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인공와우(CI)수술에서 가장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술 전 또는 시술 후의 재활 프로그램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시설 및 기관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제대로 된 훈련이 가능할지도 심각히 고려해야할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인공와우수술’은 의료보험혜택을 받아도 1천만원이 넘는 수술비와 수술 이후 3~5년간 지속적으로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재활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청각장애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현실이다.
농아인협회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등 인공와우 시술에 대하여 장밋빛 환상을 더 이상 심어주는 행각을 중지할 것을 요구하며 다음과 같이 촉구했다.
1.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사랑의소리’ 방송은 ‘인공와우의날’ 제정을 즉각 철회하라!
2. 인공와우 시술에 있어서 청각장애 아동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
3. 보건복지부는 인공와우 시술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논의가 이루질 때까지 무분별한 인공와우 시술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라!
4. 보건복지부는 인공와우 시술의 효과적인 검증이 전혀 이루어진 바 없으며, 단지 실험적인 단계 과정의 수행일 뿐이라는 점을 주지하라!
5. 보건복지부는 인공와우 시술이 대안이 아님을 자각하고, 수어(수화)언어제정, 정보통신 등 접근정책의 구비가 청각장애인 문제 해결이므로 이에 대한 관련정책을 만들어라!
이날 와우시술을 받은 자녀와 함께 참석한 한 부모님은 “아이가 보청기를 20년 넘게 하고 다니다가 작년에 와우시술을 받고 다시 적응 하느라 힘들어 하고 있다”라며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참석 했는데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농아인협회 김철환 부장은 “보건복지부가 인공와우에 대한 철학도 없이 정책을 집행하여 지난 15일 대구에서 청각아동이 인공와우 수술을 했다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지금은 "인공와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공론화 없는 인공와우의 날 선포에 반대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행사와 관련해 사랑의소리 이은경 대표는 “추후에 논의과정을 거쳐 다시 인공와우의날 제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 중에는 인공와우와 직접 관련이 없는 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이 농아인협회 회원들과 연대해 한 목소리를 내며 농아인협회 회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긴 했으나 과격한 행동과 심한 욕설로 행사장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 출처 : 2006-01-17 [오픈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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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수술 왜 찬반논란 일어나나
청각·언어장애인 가족들 “아이의 행복을 위해”
농아인협회 “수화를 언어로 인정하는 것부터”
인공와우는 손상되거나 상실된 청신경에 전기자극을 주어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말한다. 이 인공와우를 귀 속 달팽이관에 이식하는 수술을 인공와우 수술이라고 부른다. 선천성 청각장애인이나 고도난청인 등에 주로 시술한다.
특히 언어습득시기에 청신경에 손상을 입은 영유아들에게 시술했을 경우 건청인과 유사한 수준으로 언어발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아를 대상으로 한 인공와우 수술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국에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사람은 1천800명 정도로 추정된다. 올해 인공와우를 시술한 가족을 둔 사람들의 모임인 ‘한국난청인가족협회’가 발족했으며, 이 단체에는 현재 7천여 명의 회원이 가입해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2년부터 청각장애아동의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인공와우 수술을 놓고 한국농아인협회가 지난 23일 오후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수어언어 차별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한바탕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만수씨는 “3년 전 전혀 말을 못 하던 자식에게 인공와우 수술을 시켰는데, 이후 훈련을 통해 6살이 된 현재 건청인과 비슷한 수준의 청각·언어 능력을 갖게 됐다”며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인공와우를 접하고 아이의 행복 추구권을 어디에 둘 것 인가 고민하게 됐다. 아이에게 세상을 접하는 채널을 다양하게 해 주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는 판단으로 인공와우 시술을 결정하게 됐다”며 “농인이든 청인이든 다방면의 채널을 통해 행복을 추구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양한 장애극복 방법이 개발돼야 하며,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당사자와 그 가족이 보청기나 인공와우 등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존중해줘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들을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이어 “마찬가지로 수화를 언어로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그 문화를 꽃 피워갈 수 있도록 그에 대한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인공와우 수술을 반대하는 이유
반면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한국농아인협회 회원들은 전반적으로 인공와우 수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출했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인공와우 수술은 대부분 청각·언어장애 당사자가 어릴 때 부모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충분히 존중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공와우 수술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작용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사렛대 안영회(국제수화통역과) 교수는 “인공와우장치를 생산하는 회사의 제품안내 정보를 살펴보면, 장치시술의 위험이나 효과의 한계에 대한 언급은 가능한 한 회피하고 장치의 효과만을 부풀려 설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교수는 “한국의 상황에서는 CI(Cochlear Implant, 인공와우각수술) 외과 수술 그 자체는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CI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술 전 및 시술 후의 재활 프로그램을 적절히 수행할 수 있는 제반 시설 및 기관이 부족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들이 인공와우 수술을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금껏 청각·언어장애인들이 독자적인 언어인 수화(수어)를 사용해 오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는 이를 하나의 언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농아인협회 김철환 부장은 “청각장애가 있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부모가 인공와우 수술을 시킬 권리는 갖고 있지만 과연 인공와우가 적절한 대안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인공와우 시술은 수화가 언어로 자리 잡히지 못한 현실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은 지난 선거 당시 대선 후보 TV 토론회의 수화통역방송율이 30%에 불과했다는 점, 현재 공중파 수화통역 방송율이 1%에 못 미친다는 점 등을 예로 들며 “현재 청각·언어장애인들은 수화를 언어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 안에서 수화는 언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장은 인공와우를 논하기에 앞서 우리 사회에서 수화가 언어로서 인정되고 있는지, 수화통역 서비스가 보편화돼 있는지, 수화 사용인의 정보접근권이 보장되고 있는지 등에 대해 먼저 고민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사렛대 안영회(국제수화통역과) 교수도 “수어는 농인에게 있어서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만 아닌 지식을 함양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중요한 매체”라며 “지금까지 농인과 농문화 그리고 인류의 기원은 몸짓임에도 불구하고 청인주류의 언어양식을 중심으로 정치, 문화 등 사회 전반을 구축하여 수화언어가 퇴보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한국 수어를 청인주류의 음성언어인 한국어의 맥락에서 바라보는 인식이 아닌 진정한 한 언어의 종류로 대접해주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수화언어의 정체성을 가로막는 인공와우 수술을 정부까지 나서서 무분별하게 권장하고 있는 실정은 이제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