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이인희) 시인
1947년 제주 출생
2009년 <문예운동> 등단
대구 달서구 상인동 1517 영남화성타운 102동 702호
어둠 속에 갇히다
- 이인희
자욱한 안개뿐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미끼를 갈아주며
숨죽이고 앉아 있었다.
한낮에도 어신(魚信)은 오지 않고, 헛챔질.
낚싯줄 던지고, 미끼를 갈아주어도
건져 올라오는 것은 구름 몇 조각과
수양버들 그림자뿐이었다.
어느덧 해는 지고
궁금함의 낚싯대로 긴 팔을 뻗어 보지만
건져 올라오는 것은 물에 젖은 초승달뿐이었다.
오늘만은 건져 올리려고
깊숙한 곳으로 간절함을 보내보지만
올라와 꿈틀거리는 것은 어둠뿐,
어둠은 사방에서 퍼드덕거리더니
무겁게 쌓이고 쌓여
나는 컴컴한 어둠 속에 갇혀 버렸다.
애월(涯月)에 가고 싶다
- 이인희
사랑하는 사람들
사랑을 약속하고 사랑을 찾는 사람들은
둥근달 수평선 바닷바람 속에서
영원한 사랑의 달을 노래하고
세파에 시달리는 사람들
하루의 삶이 절벽 같은 사람들은
절벽에 부딪치는 파도의 아우성 속에서
아픔과 슬픔의 달을 보고 오는 곳
제주 바닷가 그곳에 가고 싶다
벼랑 위에 달이 떠서 아름다운 그곳
‘애월!’, 하고 부르면 가슴 저려오는 그곳에서
소라껍질 술잔에 가득히 술을 붓고
잔에 담긴 조각달과 입맞춤하고 싶다
밀려오는 해조음이 들려주는 이야기
섬나라 전설을 듣고 싶다
아름다운 전설 하나 낳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