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聞香, 향을 듣다.
향도에서는 향을 ‘맡는다’라 하지 않고 ‘듣는다’고 표현한다. 냄새를 듣는다? 후각의 기능으로써 코는 냄새를 ‘킁킁’ 찾아보고 맡는다. 능동적이다. 반면 호흡의 기능으로써 코는 살아가는 동안 스스로도 알아채지 못하는 순간의 연속으로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귀가 그러하다. 소리를 찾아 들으려 애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소리가 귀로 찾아온다. 이때 귀는 수동적이다. 호흡을 위한 코와 귀는 늘 열려있다. 내게 오는 향과 소리를 받아들여야 한다.
오지 않는 것을 좇지 않고 오는 것을 물리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명상이다.
향을 사르면 연기가 오른다. 집게로 연기의 머리를 잡아 끌어올리는 듯 얇고 가늘게 솟아오르는가 하면 미처 느끼지 못하는 기류에 실려 뭉성뭉성 굽이치기도 한다. 순간 방향을 틀어 덮쳐오는가 하다가 무엇에 놀란 듯 이내 두어 걸음 나를 피한다. 향을 마주하고서 나는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다. 의지를 내려놓고 가는지 오는지 귀를 기울이는 수밖에 없다. 문향, 명상.
차茶와 함께 향은 오래 전 사람의 역사와 그 흐름을 함께 했다. 기원 전 황제의 제사와 황후의 미용에서, 의학과 주술 그리고 연금술에서 그러했다. 또 일상과 종교에서 철학과 인문학의 의미를 품고 사람의 곁에 존재했다. 현대 의학에서는 향이 심박를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긴장 완화 숙면에 도움을 주며 간접적 효과로는 더 많은 확장성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향석香席에서의 예절
차석茶席과 마찬가지로 향석 또한 기본예절이 있다. 예술과 경지를 지향하는 문화는 스스로의 성찰을 갈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생략할 법한 과정을 지켜내는 묵묵한 절차가 있다. 향회는 오염된 공기로 흐트러진 현대인들의 후각을 깨워 몸을 정화시키고 스트레스가 쌓인 마음을 안정시키는 모임이다. 더 나아가 품향의 과정을 통해 조용히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자신을 들여다보며 지성의 밀도를 높이는 시간이다. 그만큼 절차와 격식을 맞춰 품격 있는 향회를 즐길 수 있다.
옷을 단정히 하고 보석과 시계 등 장식을 피한다.
향수를 비롯한 다른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하며 입석 전 손을 씻는다.
바른 자세와 묵언을 지킨다.
함께 참석한 이에게 향을 전하는 동작을 미리 익혀둔다.
모든 동작은 서두름이 없어야 한다.
향주 외에는 도구를 만지지 않는다.
격화훈향법隔火薰香法
향을 즐기는 일은 매우 쉽다. 선향을 피워 연기를 감상하며 다가오는 향을 맡으면 된다. 향꽂이와 선향 한 자루면 문향 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문향법은 격화훈향이다. 운모雲母와 은엽銀葉 등을 사용해 향이 숯에 직접 닿지 않도록 훈향하는 방법으로 향은 일어나지만 연기가 없어 가까이 호흡할 수 있었기에 많은 문인들이 즐겼다. 이 격화훈향법은 당대唐代의 향석香席에서 이미 사용되었으며 송대宋代 문인들의 대표적인 문향법이었다.
초향 -향기를 느낀다.
본향 -향기를 깊이 들이켜 온몸으로 퍼지는 것을 체험하며 느낀다.
미향 -향의 기를 느낀다.
매번 들이키는 것은 10초를 초과하지 않으며 숨을 내쉴 때는 머리를 오른쪽으로 돌려 향로를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