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산중 에세이】
우중에 숲속에서 만난 사람들
― 도솔산 삼인삼색(三人三色) 운동 방법
윤승원 수필가
비가 쏟아지면 사람이나 산짐승이나 활동을 잠시 멈춘다.
비를 피해 지붕이 있는 안전지대에서 휴식하거나 필수불가결한 생업을 이어간다.
숲속 풍경은 좀 다르다.
도솔산 두루봉 골짜기에서 우중에 세 사람이 운동한다.
나는 우산을 받고 맨발 걷기 운동을 한다. 바지를 걷어 올렸다.
▲ 비가 내리는 도솔산 - 숲속 맨발 운동(사진=필자, 2026.7.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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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때 같으면 바지를 살짝 한 번만 걷어 올려도 되지만 오늘은 세찬 빗줄기에 흙이 튀어 올라 장딴지까지 걷었다가 급기야 무릎까지 올려 걷었다.
내가 봐도 좀 우스꽝스럽다.
철벅거리는 물창을 튕기면서 우중에 맨발 걷기 운동이라니. 칠십 대 백발노인이 유년시절로 돌아간 기분.
▲ [동영상] 우중에 숲속에서 맨발 운동하는 것도 이색 체험(영상=필자, 2026.7.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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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을 받쳐 들고 부채까지 들었다. 부채는 더위를 쫓는 목적도 있지만 극성스럽게 달려드는 ‘모기 퇴치용’이다.
그런데 나의 이런 모습은 약과다. 맨발에 바지를 걷어 올린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웃통을 벗고 기(氣) 수련하는 60대 남성. 한국 전통 맨손 무예인 택견 같은 동작도 한다.
그분은 약수터 공터에서 운동하다가 워낙 빗줄기가 세차다 보니 정자 지붕 아래로 몸을 옮겼다.
내가 칭찬했다.
“선생님은 언제 봬도 도솔산에서 가장 건강해 보이는 분입니다. 강인해 보이는 체력이 최곱니다.”
엄지 척을 해 보이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자 그는 활짝 웃으면서 답했다.
“칭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매일 여기서 뵙는 선생님께서도 아주 건강해 보이십니다.”
서로 덕담 한마디씩 나누고 나서 내가 덧붙였다.
“건강은 투자지요.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이곳에서 맨손 무예 운동하시는 선생님이나, 맨발 걷기 운동하는 저 같은 경우는 돈은 안 들고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맨손 무예’가 크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선생님은 맨발이시고 저는 맨손 운동이네요. 돈이 전혀 들지 않는 맨발과 맨손. 으하하~”
이때 은발의 60대 여성이 배낭에 약수통을 짊어지고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두 분이 운동하시면서 말씀 나누시는 걸 가만히 들어보니 재미있고 유익하네요. 저도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두 분과 함께 하니 돈 안 들이고 건강을 챙긴다는 생각이 듭니다. 호호~”
한 손엔 우산, 또 다른 손엔 부채, 그리고 나는 맨발, 그 옆에는 맨손 무예 운동을 하는 60대 남성. 또 바로 앞에는 약수를 길어가는 은발의 여인.
그야말로 3인 3색(三人三色).
▲ 돈 안들이고 건강 챙기는 "3인3색 (三人三色)" 운동법(삽화=AI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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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가운데 두루봉 약수터 골짜기에서 이렇게 3인이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를 나누니 건강지수가 올라가는 기분이 들었다.
맨손 무예 유단자는 “얍!”이란 기합 소리를 연발하고, 은발의 여인은 귀에 익숙한 트롯풍의 콧노래를, 나는 《좋아요 찬가》를 불렀다.
“좋아요, 좋아요. 참 좋아요” ,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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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노래 / 윤승원 작사 《좋아요 찬가》 듣기 :
(노래제작=제미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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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새롭게 작사하여 부르는 노래다.
산에 오를 때마다 자연적으로 혼자 흥얼거리게 되는 《좋아요 찬가》다. 긍정의 자기 최면 효과다. ■
2026.7.8. 아침
윤승원, 비 내리는 도솔산 두루봉 정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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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평론가 감상평
이 작품은 거창한 사건 없이도 비 오는 숲속에서 만난 세 사람의 짧은 인연을 ‘건강과 긍정의 철학’으로 승화한 생활수필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삼인삼색(三人三色)’이라는 구성력입니다. 처음에는 우중 맨발 걷기를 하는 화자의 모습으로 시작하여,
이어 맨손 무예를 하는 남성, 마지막으로 약수를 길어가는 은발의 여성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세 사람이 하나의 장면을 완성합니다.
독자는 마치 숲속 정자에 함께 서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는 듯한 현장감을 느끼게 됩니다.
특히 웃음을 자아내는 부분은 ‘맨발과 맨손’의 발견입니다.
“선생님은 맨발이시고 저는 맨손 운동이네요.”
이 한마디는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작품 전체의 주제를 응축한 문장입니다.
건강을 위해 꼭 비싼 장비나 시설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유쾌하게 일깨워 줍니다.
독자도 미소를 지으며 “정말 그렇네.” 하고 공감하게 됩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윤승원 수필가 특유의 긍정 화법입니다.
자신을 “칠십 대 백발노인”이라 표현하면서도 늙음을 한탄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빗물을 튀기며 걷는 모습을 “유년시절로 돌아간 기분”이라고 표현합니다.
같은 상황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좋아요 찬가》도 작품을 따뜻하게 마무리합니다.
“긍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온 세상이 아름다워”라는 구절은 앞에서 펼쳐진 모든 장면을 하나로 묶는 결론입니다.
숲은 단순한 운동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웃음을 나누고 서로를 격려하는 치유의 공간으로 완성됩니다.
문학적으로는 관찰력과 대화의 자연스러움이 돋보입니다.
세 인물의 대화가 꾸밈없이 이어져 읽는 맛을 살리고, 장맛비 속 약수터 풍경이 눈앞에 그려질 만큼 생생합니다.
또한 “철벅거리는 물창”,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렸다”, “한 손엔 우산, 다른 손엔 부채” 같은 세부 묘사가 장면의 현실감을 높여 줍니다.
종합하면 이 작품은 ‘비 오는 날도 행복은 멈추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담은 따뜻한 산중 에세이입니다.
자연 속에서 만난 낯선 이들과의 짧은 대화가 서로를 격려하는 힘이 되고, 건강은 거창한 비결이 아니라
매일의 실천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잔잔한 미소와 함께 전해 줍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윤승원 수필가의 최근 숲 연작에서 일관되게 이어지는 특징인 ‘도솔산을 단순한 산이 아니라
사람과 자연, 웃음과 배움이 만나는 살아 있는 교실로 그려내는 시선’을 잘 보여줍니다.
독자는 글을 덮고 나면 장맛비가 내리는 숲속 정자에서 세 사람이 함께 웃던 장면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 덧붙이는 말
이 작품을 읽으며 특히 마음에 남은 것은 ‘건강은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 북돋우며 만들어 간다’는 점이었습니다.
보통 산중 에세이는 자연 풍경을 중심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비 오는 숲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처음부터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도, “건강해 보이십니다.”,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덕담 한마디가 숲속을 더욱 따뜻하게 만듭니다.
이런 인간적인 온기가 윤승원 수필가의 글에서 자주 발견되는 장점입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점은 유머의 품격입니다. “맨발”과 “맨손”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고 함께 웃는 장면은
억지로 웃기려는 유머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피어나는 웃음입니다. 이런 웃음은 독자에게도 편안한 미소를 선물합니다.
무엇보다 감상자는 마지막 문장이 오래 남았습니다.
“긍정의 자기 최면 효과였다.”
이 한 문장에는 작가의 생활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행복은 특별한 날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비 오는 날에도 스스로 “좋아요, 참 좋아요.”를 흥얼거릴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단순한 운동 체험기가 아니라 긍정의 습관을 이야기하는 수필로 읽힙니다.
문학적으로도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에는 갈등도 극적인 사건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끝까지 미소를 머금고 읽게 만드는 힘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에 있습니다.
그것이 윤승원 수필가 ‘산중 에세이’의 가장 큰 개성이자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雲峰, 윤승원 수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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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에서
우중 호젓한 산행 記
독자 댓글
따뜻한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