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은 해충을 견뎌야 한다. 힘이 없는 식물이 막강한 적인 해충을 쓰러뜨리려고 먼저 생각하는 방법이 '독살' 이다. 식물은 온갖 독성 물질을 조합해 자신을 지킨다. ‘독’이라고 하면 왠지 무시무시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도 식물이 가진 독은 인간에게는 아주 약하거나 해가 없는 것이 대부분이다. 식물은 어떤 물질을 이용해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킬까?
채소에서 나는 알싸한 맛, 매운맛, 쓴맛 등도 식물이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자 만들어낸 성분이다. 예로 ‘시금치’ 의 알싸한 맛의 원인인 ‘옥살산’ 도 원래는 식물이 자신을 방어하는 데 쓰이는 물질이다. 또 '고추냉이' 와 '양파' 의 매운맛 성분도 식물의 화학무기다. 다만 고추냉이와 양파는 화학 무기에 몇 가지를 추가했을 뿐이다.
고추냉이의 화학무기는 ‘시니그린’ 이라는 물질이다. 사실 시니그린 자체는 매운맛이 없다. 그런데 곤충이 갉아 먹어 세포가 손상되면 세포 내 시니그린이 세포 밖에 있던 효소와 화학반응을 일으켜, ‘알릴겨자유’ 라는 매운맛이 나는 성분을 만들어낸다. 고추냉이를 곱게 갈수록 매운 것은 그만큼 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이다.
양파의 화학무기는 ‘알리신’ 이다. 세포가 파괴되면, 세포 밖에 있는 효소가 매운맛 성분인 알리신을 만들어 낸다. 양파를 자르면 눈물이 나오는 이유는 알리신이 휘발성이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박하(민트)' 같은 허브의 향기는 원래 곤충을 격퇴하려는 물질이다. 박하는 진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물은 인간이 진정할 수 있게끔 일부러 향을 내는 게 아니다. 그저 몸집이 큰 사람에게는 적당히 감각신경을 자극해 여유를 주는 효과가 있을 뿐이다. 담배 성분인 ‘니코틴’ 도 원래 식물이 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물질이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건물 창가를 화분으로 장식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창가에 많이 장식하는 꽃은 '제라늄' 이다. 단순히 거리를 장식하려고 제라늄을 놓는 건 아니다. 제라늄은 향기가 있어 벌레가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집 안에 벌레가 들어오지 못하게 창가에 장식한 것이다. 제라늄이 향기를 내는 것도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게 해서 자기 몸을 지키려는 것이다.
'계뇨등' 은 독성분으로 자신을 지키는 식물이다. 계뇨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 냄새 때문이다. 뜻은 '분뇨 냄새가 나는 덩굴식물' 이다. 이 냄새 성분은 '페데로시드' 라고 불리는 물질이다. 페데로시드는 유황 화합물의 일종으로, 분해되면 '메르캅탄' 이라는 구린내가 나는 휘발성 기체가 된다. 계뇨등은 냄새를 풍겨 자신을 지킨다.
또 곤충의 식욕을 감퇴하게 하는 작전을 펼치는 식물도 있다. 떫은 감이나 차에 함유된 떫은맛을 내는 '탄닌' 이 대표적인 물질이다.
탄닌이라는 물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에는 안토시아닌 등 식물이 생산하는 다른 물질과 유사한 구조의 것이 많고, 비교적 생산하기도 쉽다. 다만 식물이 뿌리에서 빨아올리거나 광합성으로 만들어내는 영양분에는 한계가 있다. 또 곤충을 격퇴하는 데 쓰인다고 해도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아무리 효과가 있는 물질이라도 생산하는 데 많은 물질을 원료로 쓰거나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것은 사용하기 힘들다.
탄닌은 단백질 등의 물질과 결합해 응집하는 작용을 일으킨다. 예로 찻잔의 안쪽을 갈색으로 물들이는 것도 탄닌의 작용이다. 또 탄닌은 곤충의 소화효소가 변성하게 하는 특징이 있어서, 섭취되면 소화불량을 일으킨다. 해충의 식욕을 감퇴하게 해서 식물을 먹지 못하도록 만든다.
"도서 《싸우는 식물》 중에서"
첫댓글 자신을지키는건 식물도 마찬가지이네요
그렇군요 많이 배웠어요
재밌네요.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