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라도 앉을 수 있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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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뇌출혈로 쓰러진 김신근씨를 위해 아내 이진숙씨와 아들 태훈씨가 손과 발을 주무르고 있다. | "여보, 태훈이 왔어요. 알아보시겠어요?"
이진숙(48)씨가 침상에 누워있는 남편 김신근(52)씨에게 아들 태훈(23)씨를 알아보느냐고 물었다. 신체 마비로 손과 다리가 뒤틀린 남편 김씨는 이리저리 가족 얼굴만 살피다 고개를 돌렸다. 김씨는 아내 이씨 외에는 다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다.
2일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집에서 만난 이씨는 "3년 전 남편이 간이식 수술을 받을 때까지만 해도 더는 아플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수술 후 갑작스레 찾아온 뇌출혈로 남편은 하루아침에 가족도 못 알아보는 데다 전신마비가 됐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남편은 당시 아들 태훈씨에게서 간을 이식받고 회복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수술 2주 만에 뇌출혈이 발생해 장기간 병원 신세를 지다가 현재 집에서 아내의 간호를 받고 있다.
남편이 쓰러진 후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부부가 운영하던 자그마한 슈퍼는 문을 닫았다. 착실히 대학을 다니던 태훈씨는 2년째 학교를 휴학하고 아르바이트에 매달리고 있다. 군 제대 후 대입을 준비하던 큰아들 지환(25)씨는 그때부터 콜센터에서 일하며 생활비를 보태고 있다.
이씨는 "남편은 과일과 채소 등은 꼭 시장에 직접 가서 구매해 올 정도로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가장이었다"면서 "새벽부터 밤늦도록 일하면서 받은 스트레스로 몸이 많이 약해졌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태훈씨는 "간을 이식해 드리면서 아버지께서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뿐이었는데, 지금 저를 못 알아보실 정도가 돼버려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씨는 60㎡(18평) 남짓한 집에서 남편을 24시간 돌보며 지낸다. 대소변을 해결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 코로 연결된 호스로 식사를 먹여주고, 목에 찬 가래를 빼준다. 굳어버린 손과 발도 늘 주물러줘야 한다. 두 아들은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생 때부터 할머니 댁에서 학교에 다니며 지금까지 떨어져 살고 있다.
30만 원짜리 월셋집에 사는 부부는 5월이면 새집을 찾아 나서야 한다. 매달 약값과 통원치료비 등을 빼고 나면 생활비가 빠듯해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하기 어렵다. 현재 남편에게 드는 약값은 매달 30여만 원. 두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갈 때마다 10만 원 넘게 드는 응급차 비용도 큰 부담이다. 통원치료 때마다 남편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을지 이씨는 늘 조마조마하다. 생활비와 아버지 약값을 보태느라 학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태훈씨는 어떻게든 복학하고픈 마음이 굴뚝같다.
태훈씨는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나아져 가족을 알아보고, 좋아하시던 바다낚시를 함께 갈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씨는 "든든한 아들 둘이 힘을 보태주고 있어 그나마 버틸 수 있다"면서 "남편이 경직된 몸이 풀리고, 휠체어에 편히 앉아 지낼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pbc.co.kr
▨후견인 : 최승아(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간사)
지환ㆍ태훈 두 형제는 병석에 누워있는 아버지를 위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환씨는 가장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학업을 포기하고, 동생 태훈씨는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까지 내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병세는 점점 악화하고 있습니다. 형제가 짊어진 십자가의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가족애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이 가정에 힘을 보태주세요.
성금계좌 (예금주:평화방송) 국민은행 004-25-0021-108 우리은행 454-000383-13-102 농협은행 001-01-306122
※이진숙씨 가족에게 도움을 주실 독자는 10일부터 16일까지 송금해주셔야 합니다. 이전 호에 소개된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실 분은 사랑이 피어나는 곳에 담당자(02-2270-2508)에게 문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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