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雪을 밟으며 (SC제일은행 동우회원 신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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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들하고 점심을 먹고 헤어져 CGV에서 영화 한편을 감상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빗방울이 떨어진다. 내리던 비는 내가 잠든 사이 부드럽고 깨끗한 눈으로 변해 영혼처럼 아무 소리도 없이 한 밤중에 춤추며 내려온 모양이다.
아침에 눈을 뜨니 창가에 비친 밖의 풍경은 나무에도 자동차에도 간밤에 내린 눈으로 쌓여 온통 하얗다. 백설의 아름다운 천사가 내려와 사뿐이 앉아 아름다운 밤에 노니는 것도 모르고 나는 무심하게 헛되이 잠만 잤단 말인가?
내리는 눈은 이 地上에 있는 모든 것을 덮어준다. 그리고 세상을 하나같이 희고 아름답게 한다. 눈은 한결같이 순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화시켜준다. 눈은 마음을 즐겁게하고 純化시켜준다. 눈은 하늘이 내려주신 순결하고 아름다운 선물이다.
“白雪이여, 잠시 묻노니 너는 地上의 누가 誘惑했기에 이곳에 내려 오는 것이며, 또 너는 空中에서 無秩序의 快樂을 배운 뒤에 이곳에 와서 무엇을 시작하려는 것이냐! 天國의 아들이요
輕快한 族屬이요, 바람의 희생자인 백설이여“ 라고 김진섭은 白雪賦 수필에서 눈을 예찬했다.
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겨울이 겨울다운 것은 눈이 와서 쌓인 백설을 바라보는 것이리라. 나는 희고 고운 눈에 덮힌 파리공원에 가서 뽀드득 뽀드득 소리를 내며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본다.
안양천 水邊공원을 온통 백색의 파노라마다. 인라인 스케이트장 파크볼장 게이트볼장 축구 야구장등 평탄한 운동장은 햐얀 눈으로 치장했다. 온통 순백의 천지다. 발밑에 눈 밟히는 소리와 순백의 천변을 바라보니 현실생활의 卑俗함을 새삼 느낀다.
구상나무 숲에 수북히 쌓인 눈이 바람이 불 때 눈 폭탄을 맞으며 한라산을 등반하고 휘몰아치는 눈보라 맞으며 무릎까지 쌓인 눈을 헤치며 걷던 선자령 등산, 함박눈 내리는 폭설로 등산을 중도에서 포기하고 눈밭에 앉아 소주 마시던 관악산 겨울산행이 생각난다.
집에 와서 TV를 켜니 네팔의 전망대에서 만년설로 뒤덮힌 히말리아 산맥 2.400km에 펼쳐진영봉들의 환상적인 풍경을 방영한다.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로슈산등이 백년설을 안고 펼쳐지는 눈 풍경은 그야 말로 “神들의 거주지” 같다.
벚꽃이 아름답게 피고 눈 덮힌 후지산, 알프스의 융푸라우의 빙하계곡에 만년설은 보았으나 그렇게도 가보고 싶었던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의 눈과 네팔의 히말리아 산맥의 영봉들은 내 생전에는 못볼 것 같다. 그렇지만 금년이 가기전에 함박눈 맞으며 걸어보고 싶다. <高村堂 신휘부>